김훈 중위 20주기와 군에서 죽은 젊은이 위한 미사 봉헌

‘김훈 중위 20주기와 군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을 위한 추모미사’가 22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군종교구 유수일 주교의 공동 주례로 봉헌됐다.

인권연대가 마련한 이 미사에는 김훈 중위와 군에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추모미사를 마련한 데 대해, “김훈 중위 20주기를 맞아, 그동안 군대에서 죽어간 모든 희생자들의 죽음을 성찰하고, 위로하며, 더 이상 이같은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는 다짐의 자리”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인간 존엄과 생명의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를 강조하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우리의 공동체를 더 큰 죽음에서 구해 내고 있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가르치고 있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와 국가의 무책임으로 앞으로는 다른 죽음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김훈 중위를 비롯해 군대에서 소리 없이 죽어간 젊은이들의 죽음을 위로한다. 더 이상 이 땅에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군대 내 자살률이 일반 사회의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생명의 존엄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우리 공동체를 구했고 미래의 죽음을 막았다. 자식을 잃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22일 명동대성당에서 김훈 중위 20주기를 맞아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 참석한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장군(라우렌시오)은 김훈 중위가 지난해 순직과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기까지 함께 기도하고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19년의 은폐와 조작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며, 범인을 찾아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김훈 중위의 육군사관학교 동기 박기범 씨도 군당국이 진실을 모두 밝히기를 바란다며, “군당국이 김훈 중위의 순직을 인정한 작은 변화가 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기 바란다. 김훈의 희생과 진상규명이 정의로 기억되도록 진상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그동안 국회와 정치권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자식을 군에서 잃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훈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당국은 이를 자살로 발표했지만, 유가족은 타살과 사건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19년 동안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17년 8월 31일 국방부는 김훈 중위의 죽음을 순직으로 결정했고, 12월 말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김훈 중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사 뒤 염수정 추기경(오른쪽)과 유수일 주교가 유가족을 위로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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