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생각하는사람들' 창립4주년 콘서트 열려..

 

▲ 김재욱 목사, 이종수 씨, 이지상 씨가 나란히 서서..바닥에 깔린 우정을 길어올리고 있다.

'문화를 생각하는사람들' 창립4주년 후원콘서트가 지난 6월 12일 오후 7시반부터 “사람을 위한 노래 사람과 함께 하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서울YWCA 1층 마루홀에서 열렸다.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종수(라우렌시오, 40세) 씨가 거의 혼자서 기획하고 발품을 팔고 인맥을 동원해서 꾸리는 1인 기획사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날 사회를 맡은 김재욱 목사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종수와 엮인 사람들로 불러야 한다"고 말해 관중들이 한바탕 웃었다. 

이종수 씨와 엮인다는 것은 고맙고  겁이 난다. 그야말로 돈 안 되는 공연만 기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재욱 목사 역시 목회자라기 보다 이종수 씨가 기획한 우토로살리기콘서트, 인혁당추모문화제, 사형제폐지염원콘서트, 서울역노숙인무료진료소 건립을 위한 콘서트 등의 사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날처럼 공연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가수 이지상 씨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인데, "그야말로 이종수의 진정성 하나 보고" 동반하는 것이다. 

이종수 씨는  서울 수유동성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하였지만 지금은 상계동에 산다.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제호가 붙은 웹메일(www.artizen.or.kr)을 통해 여러 곳에서 행하는 의미있는 공연과 문화행사를 알려주고, “문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 아래 생활 속의 문화를 지향하는 비영리 단체”로서 현장을 뛰며 소박하지만 좋은 공연, 강좌 기획, 교육사업 및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 정혜심 씨가 개량 가야금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생명평화결사, 새만금 갯벌살리기, 우토로마을 살리기,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지키기, 노숙인을 위한 무료진료소 건립 등을 위해 아낌없이 에너지를 세상과 나누었다. 이종수 씨는 “설사 흥행이 좀 안 될지라도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공연할 기회를 열어주고 또 그들과 함께 문화마당을 만들어 가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상업적 공연이 아니라 다른 의미를 가지는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날 공연에는 시노래모임 나팔꽃 동인으로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삶의 좌표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지향하는 이지상 씨,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노래교실, ‘대중문화기획집단 그림자놀이’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희 씨, 여성포크트리오 '소풍가는 날'과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에서 활동하는 신현정 씨와 정혜심 씨가 함께 했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강좌인 ‘성 프란시스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성공회 임영인 신부가 초대되었다. 임영인 신부는 최근에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고시원에 있다가 날삯을 내는 쪽방으로 옮겨 와 지낸다는 어느 노숙인은 오래 묵은 병이 도져 일을 나가지 못한다. 어떤 방은 대각선으로 뻗어야 누울 수 있다는 쪽방. 오십대 중반은 되어보이는 마흔 살 남자. 그는 35년 전 일곱살 때 서울역에서 어머니에게 버려졌다.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 잠깐 다녀올께. 절대로 딴 데 가면 안 돼." 그것이 어머니와 마지막 나눈 말이었다. 그 뒤로 파출소, 경찰서, 시립아동보호소, 고아원을 전전했다. 그가 마주한 세상은 정글 같았고,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살았다. 얻어맞고 배신당하면서, 따뜻했던 기억은 한 번도 없다. 교도소까지 다녀온 그는 여전히 서울역을 떠나지 못한다.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가 술에 잔뜻 취해 임영인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님, 나는 누구예요? 내가 누군지 좀 알려주세요." 

임영인 신부는 스스로 이 말이 떠오를 때마다 하루에도 볓 번씩 내가 왜 이 일을 계속하지? 나는 내가 누군지 아나? 하면서 고민한다. 평소 괜찮다가도 술만 마시면 찾아와 자신의 가슴 밑바닥까지 긁어대는 노숙인도 있다. "신부니까 점잖은척 하지만 그 속이 뻔하잔아.." 표정 관리하다가 노숙인과 대판 싸운 적도 있다. 때로 내가 나한테 너무 화가 나서다. "그날 나를 말려준 다른 노숙인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는 노숙인뿐 아니라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화상을 그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같은 이도 성찰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해서 문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 임영인 신부는 병들고 지친 육신 속에 감추어둔 아프지만 따뜻한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모아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삶이 보이는 창)라는 책 썼다.

한번은 어느 노숙인이 자는 방에 갔더니 벽에 "이 세상에 믿을 놈은 없다"라고 쓰여 있어서 뭐냐고 묻자 "우리집 가훈이예요" 하더란다. 간암에 걸려 배에 복수가 차던 노숙인이다. 그 사람을 먹이고 돌보고 했더니, 나중에 "죽으면 시체를 해부용으로 기증해 달라"고 부탁하더란다. 처음으로 인간적인 돌봄을 받았던 그는 "세상이 고맙다"는 말과 더불어 세상에 줄 게 제 몸뚱아리 밖에 없더란다. 

임영인 신부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는, 서울역 화장실에 아이를 놓은 여인 앞에서, 그 어린 생명 앞에서 "그래도 삶은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것이다.

공연을 마무리 하면서 이지상 씨는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다. 이종수 씨는 우직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곁에는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어 행복해 보였다. "인권,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다소 거창한 지향을 내걸고 열린 문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뛰어 왔지만 부끄럽게도 보여드릴 것이 별로 없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이종수 씨는 이미 많은 것을 사람들 가운데 심어놓은 것 같았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소개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인권·평등·생태·평화·연대의 라는 가치를 담은 열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현장을 뛰며 소박하지만 좋은 공연, 강좌의 기획, 교육사업 및 연대활동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은 시민사회적인 가치와 대안문화를 위해 고민할 것이며 일상에서 살아 숨쉬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32차례의 문화나눔마당(2005~2009), 세차례의 새만금생명평화문화제(2005~2006), 반전평화콘서트(2006.12.1), 우토로살리기희망콘서트(2006. 8. 5), 서울역노숙인무료진료소건립을 위한 콘서트(2007. 2. 2)기획, 에다가와조선학교지원모금 집행단체로 참여, 화계사 종교간의 평화 단풍음악회(2007.10.20)기획, 버마평화콘서트 (2007.11. 4)주최, 사형제도의 완전폐지를 염원하는 콘서트 (2007.12.28)주관, 인혁당 민주열사 33주기추모문화제(2008. 4. 8), 티베트평화연대 집행단체 참여,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음악회(2008.11.27)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후원금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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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812-21-0822-112 예금주 이종수
농협 802-02-163391 예금주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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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20-55 북산빌딩 1층  / 이종수 (017-224-9818). jslaur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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