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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용어, 이대로 좋은가[열린 교회로 가는 길 - 호인수]

작금의 한국 교회에서 불거지는 갖가지 문제점들이 결국은 다 실권을 쥐고 있는 주교와 사제들 탓이라고 목청을 높이다 보니 숨이 차다. 잠시 숨을 고른다. 아무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아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교회 용어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거리의 간판에 알아듣지도 못할 외래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당선자 시절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어뤤쥐(?) 발언이 나온 후부터는 회사고 상점이고 도무지 우리말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대문만 나서면 눈에 보이는 상호들을 나열해 본다. ‘메르베일’, ‘헤어퍼밍’, ‘센스모아’, ‘투썸플레이스’, ‘셋앤셋’, ‘크린토피아’ 등등. 뭘 하는 곳인지 들어가 보아야 알겠다. 아예 한글 대신 영문자로 씌어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여기가 미국인가, 한국인가? 왜,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나는 지금 우리 사회의 꼴불견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회에도 일반 시민은 물론, 세례 받은 신자들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들이 참 많다.

우선 꼽을 것이 한국 교회의 여러 단체들 가운데 회원이 가장 많다는 ‘레지오마리애’다. ‘꼰칠리움’, ‘세나뚜스’, ‘레지아’, ‘꼬미시움’, ‘꾸리아’, ‘쁘레시디움’은 사령부, 연대, 중대, 소대 같은 군부대 편제상의 단위를 일컫는 라틴말인데 장년층 이상의 부인들이 대부분인 단원들에게는 쉽지 않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큰 행사를 ‘아치에스’, 매일 바치는 기도를 ‘까떼나’라 하고, 회합이 끝날 때면 사제에게 ‘알로꾸시오’를 청한다. 레지오마리애가 한국 교회에 도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는 용어들이다.

레지오마리애 관련 홈페이지만 살펴 봐도 '세나뚜스', '쁘레시디움', '꾸리아' 등의 용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레지오마리애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홈페이지 갈무리.)

나는 내세울 만한 애국자가 아니요 국수주의자는 더욱 아니다. 레지오마리애를 사랑하는 본당 사제로 40년을 살면서 용어를 바꾸면 좋겠다는 바람만 간절했지 직접 바꿔 보려는 시도는 하지 못했다. 나의 안일과 무지의 소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문적인 연구와 실험이 절실히 요구된다.

‘평신도에 대한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의 교육운동’으로 알려진 ‘꾸르실료’에서 쓰는 용어들은 발음조차 어렵다. 3박4일 교육을 받은 교우들에게 ‘데꼴로레스’가 무슨 뜻인지, ‘마냐니따’나 ‘롤리오’가 어느 나라말인지 물어도 가 보면 안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다. ‘빨랑까’는 실소마저 자아낸다. 입맛이 떨떠름하다.

한 번은 ‘울뜨레야’(‘꾸르실리스타’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린베레’라는 군가를 개사해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미국이 베트남과 그 외의 여러 나라에 투입해서 전쟁을 치르던 육군 특수정예부대의 노래다. 그걸 한국 교회에서 특별히 선택된 인사들이 모여 열심히 부른다. 알고 하는 건가, 모르고 하는 건가?

나는 몇몇 단체만을 거론했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열린 교회는 당연히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남이 모르는 말을 무슨 암호처럼 우리끼리 소곤대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벨탑의 교훈을 명심하라.

그건 그렇고.... 신약성서를 펴면 시도 때도 없이 아무한테나 반말하는 예수의 못된 버릇(?)은 누가 언제 고쳐 드리려나?

호인수 신부

인천교구 원로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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