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년,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인터뷰

“몇 주년 이런 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씨(로제리오, 62)의 이야기다. 그는 인터넷 팬카페 회원들이 3월 3일 정기 모임을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공지한 것을 보고서야, 창작곡 ‘약속’으로 MBC 대학가요제 은상을 받은 1978년으로부터 40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김 씨는 그동안 생활성가뿐 아니라 그가 “희망의 노래”라고 부르는 민중가요, 그리고 동요, 연주곡 등 여러 장르 음반 30장 이상을 냈고, 공연 횟수는 6500회를 넘었다. 동료 음악인들과 함께 ‘가톨릭생활성가회’에서 활동하며 11개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40여 년 한국 천주교 음악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쳐 온 그를 2월 2일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정식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데뷔 40주년”을 맞은 소감은?

인터넷 팬 카페 회원들이 콘서트 안 한 지 오래됐다며 날짜를 정했는데, 공지를 보니 “40주년”이라고 써 놓았다. 계산해 보니 1978년 MBC 대학가요제 기준으로 40년이었다. 벌써 40년이 됐다.

나는 음악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고, 음악인이 되겠다는 의지나 의도가 없었지만, 노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나는 전형적인 인문학도다. 책 읽는 게 행복하고, 작곡보다는 글 쓰는 게 익숙했다.

(내 안에서) 노래가 떠오르고, 노래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신앙인 입장에서 볼 때, 내 의지나 의도와 관계없이 하느님이 도구로 쓰신다고 말하면 이해하기 쉽다.

2월 2일 서울 강서구 자택 앞에서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씨가 반려견들을 안고 있다. ⓒ강한 기자


- 40주년을 계기로 교회의 동료 가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조심스러운 견해지만, 생활성가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연예활동’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연예활동은 대체로 상업문화와 연결돼 있다. 나는 연예활동에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니고, 상업문화를 안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생활성가 부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활동을) 연예활동처럼 여기고, 그럼으로써 상업문화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거북하다.

대중문화와 복음화는 상충하지 않는다. 대중문화를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복음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상업문화는 절대로 아니다!

기본적으로 복음화는 영성을 안고 출발한다. 영성을 대중문화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상업문화와 영성은 배치된다. 상업문화는 돈과 물질인데, 영적인 것과 안 맞는다.

이런 면에서 많은 교회 음악인들에게 본인들도 파악하지 못하는 갈등 요인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표현방식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유롭지 않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젊은이들이 아이돌 가수를 저렇게 좋아하는데, 우리 교회의 가수들이 아이돌 가수처럼 하면 젊은이들이 생활성가를 더 좋아할 것이라고. 그러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을 소통해 주는 게 복음화라고 하면 곤란하다.

예컨대 랩은 옛날의 노예나 억눌린 청소년들이 노예 주인, 어른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복음을 말한다고 누가 억압하거나 저지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랩을 좋아한다고 (교회가 이를 무작정) 차용한다면 무분별한 상업문화를 좇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늘 쇄신하고 달라져야 하지만, 달라지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성호를 긋는 것은 억만 년 해도 문제없는데 오래됐다는 이유로 새로운 방식으로 할 것인가?

예수살이공동체가 잘 쓰는 말로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세상을 거부하지 말고, 세상 안으로 들어가되, 세상이 보여 줄 수 없는 영적 가치를 나누고 소통하자는 것이다. 상업문화를 차용하지 않고도 행복하고 기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젊은 생활성가 가수들이 이런 점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길을 식별하고, 찾아갔으면 좋겠다. 좋으면 무작정 하는 게 아니라, 식별을 통해서 좋고 기쁜 것을 찾아가는 능력을 키우면 좋겠고, 그런 자정능력을 가졌으면 한다.
 

-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인들이 처한 나쁜 여건(너무 적은 수입 등)이 주목받아 왔는데, 교회 안에서는 어떤가?

생활성가 가수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가 너무 없다. 창작예술에는 당사자가 가장 중요하니 정체성과 자정할 길을 찾아야 하지만, 분위기 조성에 교회도 한몫 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음악인들을 위한 다양한 장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노래가 나와야 한다고, 가톨릭 성음악의 현실이 척박하다고 다들 말한다. 정말 새로운 노래가 나와야 한다면 아낌없이 배려해야 한다. 교회에 대중성가가 필요하다면, 저작료도 줘야 하며, 좋은 곡이 나오도록 여러 방식의 배려가 되어야 한다. 음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을 쓸 때는 응당 해야 할 배려가 있다.

몇 년 전, 독일 뮌헨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교회에서 내 노래 한 곡 ‘예수님, 어서오세요’를 성탄 특송으로 부르겠다고 연락 온 적이 있다. 성가대 안에 한국인 부부가 한 쌍 있었다. 그 한 곡을 부르는데, 저작자를 찾아 국제전화를 걸어 사용 허가를 구하고 저작료 협의를 해 왔다. 시골 성당의 성가대 지휘자가 그런 마음자세를 갖고 있다면 전체 교회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40년 동안 교회의 표면화된 배려는 한 번도 없었다고 느낀다. 신자로서 교회에 봉사하고 이바지해야 한다는 시각만 있지, 잘 배려해 좋은 노래가 나오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이고 표면화된 배려는 느끼지 못했다. 문제제기하면 놀랍게 생각한다.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씨가 2014년 인천의 어린이카페 까사미아 4주년 기념미사에서 연주하고 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 한국 천주교에서는 여전히 그레고리오 성가 등 전통적 성가를 더 좋아하고, 국악성가 등 다른 음악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러 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기존의 성음악을 우선시하고, 성가대도 아직까지는 대세라고 할 수 있는 ‘합창성가’를 우선한다. 단성부 성가, 아리아, 가창 방식의 노래보다는 웅장한 음악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적인 것보다는 서양 것이 아직은 대세이고, 음악을 전문으로 배운 사람을 우선시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제한다. 성직자, 평신도 중에서는 성직자를 우선하는 게 남아 있다. 서양에는 오래전에 없어진 것이 아직 남아 있고, 보수화되고 제도화된 음악이 우선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시선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대중은 다양한 것을 수용하고 싶어 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신앙심을 높이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교회가 기존 방식에만 머물러 있다면 다른 통로를 막고 있는 것이다. 교회음악에서도 기존의 것이 아닌 데 눈길을 주고 다양한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 2017년 12월 말 천주교 주교회의가 “가톨릭 성가” 수정 보완판을 발행하면서 “2016년 저작권 문제가 있는 다수의 곡을 작곡자로부터 기증 받음에 따라 저작권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이 일에 대한 의견은?

수정 보완판은 아직 못 봤지만, 그런 문제가 있었던 것이 가슴 아프다. 화해가 됐다면 좋은 소식인데, 법정까지 갔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로 남을 것이다. 

신자들이 사랑하는 많은 성가를 빼고, 성가집이 백지 상태로 나오는 일을 겪어야 했다. 신자 대중에게 잘 설명도 안 해 줬기에 신자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고, 오해와 추측이 많았다. 이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서 생긴 일이기에 가슴 아프다. 앞으로는 그렇게 안 하면 좋겠다.

 

- 40주년을 맞아 어떤 일이 예정돼 있나?

3월 3일 서울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열리는 팬 카페 콘서트를 시작으로, 그곳에서 정기공연을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음악 미사를 하는 신부님과 함께 음반을 내는 것, 새로운 곡들을 내놓는 것은 40주년과 관계없이 계획돼 있었다.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이해인 수녀님께서 나에게 책을 내라고 하셨다. 애쓰지 않아도 여기저기에 기고한 것만 모아도 책 여러 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글은 전문가가 써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출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말에 또 수녀님이 말씀하셔서 드디어 내가 졌다. 올해는 하기로 했다. 기왕에 써 놓은 글을 가볍게, 정리해서 책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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