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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종교인이 종교간 대화에 나서기 어려워”우리신학연구소, 방글라데시에서 ‘이동학교’ 개최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며 인구의 90퍼센트가 이슬람 신자인 방글라데시의 그리스도교인들은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알지만 대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에서 문화간 대화, 종교간 대화는 소수 종교에게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요하지만 대화의 파트너로 여기지도 않고 무시당하기도 한다. 쉽사리 종교간 대화를 위해 적극 행동을 하다가 오해를 받기도 한다”.

마이멘싱 교구의 청년사목과 신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비존 쿠비 신부는 선한 의도로 종교간 대화나 협력을 얘기하고 싶다가도 ‘개종’을 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살까 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신학연구소와 아시아평신도지도자포럼은 2018년 2월 3-8일 방글라데시 마이멘싱 교구에서 이동학교를 열었다. “종교문화간 대화와 지속가능한 생태계, 평화의 일꾼인 청년”을 주제로 열린 이동학교에는 방글라데시 가톨릭대학생연합회원(가대연) 35명이 참가했다.

성직자뿐만 아니라 ‘이동학교’에 참가한 평신도들도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이동학교 참가자 대부분이 대학생이다. 대학 내에서는 이슬람이나 불교, 힌두교 등의 그룹들과 나눔도 하고 함께 봉사활동도 하는 등 교류를 하지만 졸업한 뒤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한마디로 이런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대연 회장 윌리엄 노렉. ⓒ황경훈

가대연 회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노렉은 가톨릭 신도가 전체 인구의 0.4퍼센트로 약 100만명 정도이지만 정의평화 활동 같은 사회적 활동을 멈추는 것은 복음 정신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동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주교회의에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있지만 얼마나 또 어떤 방식으로 이슬람과 대화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으며 교구 차원에서는 더 그렇다.

이동학교는 마이멘싱 교구를 비롯해 7교구 가대연 학생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모두푸르 지역 토착민 마을, 테제 공동체, 바로마리 지역의 유기농장을 방문하는 현장체험과 그룹토론, 문화행사, 실천계획 수립 등으로 이루어졌다. 현장체험 뒤 참가자들은 아시아 현실과 아시아 교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에서 제창한 ‘삼중대화’, 종교간대화와 인권 등에 대해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모두푸르 지역에서는 정부가 1986년부터 ‘모두푸르 생태 공원’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2006년 경찰의 발포로 1명이 죽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마이멘싱 교구 관할로 오랫동안 가로 족의 생활터전이었는데 이 국립공원화 계획으로 3000가구가 집이나 땅을 잃었다. 2002년 공사가 재개되자 가로 족이 거세게 저항해 2018년 현재는 계획이 거의 흐지부지된 상태다.

마이멘싱에 있는 인권활동 단체 ‘산티미트라’의 소장 수보르나 드롱은 참가자들에게 가톨릭이라는 소수 종교인으로서 이슬람인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인권 문제 중에서 특히 ‘가정 폭력’이 심한데도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는 문화 때문에 사회문제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이슬람 여성 피해자들의 요청으로 그룹홈을 운영하는 등 조심스럽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인도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에도 불가촉천민인 달리트가 있어서 이들의 인권옹호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28년 동안 활동해 온 테제공동체 에릭 요한네스 수사는 어렵지만 종교문화간 대화는 소수 종교인이 계속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 먼저 종교에 대해 논하기 앞서 우의를 먼저 다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래나 춤, 그림 등의 문화활동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에는 굳이 종교를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슬람 신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그러다가 친해지고 봉사활동을 왜 하는지 물으면 자신의 종교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요즘은 작은 규모이지만 여러 종교의 청년들이 모여 각자의 경전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

방글라데시 교회 주소록에 따르면, 마이멘싱교구는 1987년 다카대교구에서 분할되었지만 현재는 교구민 8만여 명으로 면적과 신자 수에서 다카대교구보다 더 커져 전국에서 가장 큰 교구가 되었다. 마이멘싱 교구의 신도 95퍼센트 이상이 가로 족이다.

이동학교는 우리신학연구소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이 연례 평신도 지도자 양성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트레이닝 워크숍이다. 올해에는 방글라데시에 이어 8월에 파키스탄 라호르와 10월에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2월 3-8일 방글라데시 마이멘싱 교구에서 우리신학연구소와 아시아평신도지도자포럼이 이동학교를 열었다. ⓒ황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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