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신자들이 교회에 모여 미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왕기리 기자

‘성당’, ‘본당’, ‘교회’는 다 그 말이 그 말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냥 구분 없이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구분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낱말들 사이의 구분이 시원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큰 차이는 없다고 하지만 사용할 때 뭔가 더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그 단어도 생겨났을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이 용어들을 정리해 달라는 요청에 응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성당과 본당을 가리키는 말을 영어로 찾아보면, 성당은 처치(church), 본당은 패리시(parish)가 될 것입니다. 이때 성당은 보통, 미사를 드리는 장소로서 건축물을 가리키게 됩니다. 건축물을 뜻할 때는 ‘교회’라는 단어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와는 달리 본당(parish)은 한 교구(diocese)에 소속된 교회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웃 성당과 우리 성당을 구분할 때는 보통 본당이라는 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일에 옆 본당에서 특강이 있다던데, 우리 본당의 바자회가 끝나고 참석할 수 있으려나?”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내가 소속한 성당의 이름에 “본당”이라는 말을 덧붙일 때, 그것은 내가 그 성당(혹은 교회) 공동체 소속의 일원임을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즉, 누군가가 자신이 다니는 곳이 명동 본당이라고 할 경우, 그는 명동 성당 혹은 명동 천주교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이번에는, 성당과 교회를 살펴볼까요? 성당과 교회는 그리스도교의 미사나 예배를 행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 즉 건물을 의미할 때는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성당을 가톨릭의 미사장소, 교회를 개신교의 예배장소로서 구분해서 사용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전자는 영어로 Catholic church, 후자는 Protestant church가 되겠습니다. 결국, 천주교회(가톨릭교회), 개신교회라고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냥 교회라고 말하고, 그건 모두 개신교회를 의미하듯 사용하는 것보다는 말입니다.

이때, 교회라는 의미는 더욱 확장되어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보셨듯이 그리스도교 안에서 교파를 의미할 때도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동방교회, 서방교회, 정교회, 영국국교회, 개신교회 등 그 노선이나 체제를 의미할 때 “교회”라는 단어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라는 용어를 개신교에서 전용하듯 하는 것은 오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성당이나 본당이라는 단어에 앞서, ‘그리스도교인들의 모임’ 혹은 그들이 ‘모이는 건물’을 의미하는 가장 일반적인 말입니다. 이 단어를, 오랜 그리스도교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한 흐름인 개혁교회(개신교회 Protestant church)가 전용할 수는 없습니다. 

덧붙일 수 있는 용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그분의 부활을 고백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에클레시아(ecclesia)라는 단어를 쓸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그냥 ‘교회’라고 해석되지만, 어원에 따라 의미를 보면, ‘하느님으로부터 불림받은 이들의 모임(혹은 하느님으로부터 소환된 이들의 모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이시고 부활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주일에 모여 기억하고 고백하라고 불림받은 이들이 모인 곳, 그것이 바로 ‘교회’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 교회를 의미하는 다른 단어 church는 어원적으로 고대 게르만어 키르카(kirka)에서 온 말이고, 그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어 쿠리아케(kuriake)에서 왔습니다. ‘주님의’로 해석됩니다. ‘에클레시아’와 ‘쿠리아케’가 나중에는 둘 다 ‘교회’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이제, 단어의 범위를 기준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교회’가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가톨릭교회의 건축물 혹은 모임 장소로 ‘성당’이 그 다음, 성당들 중에서도 교구의 행정영역이나 공동체를 의미하는 ‘본당’이 가장 작은 영역을 구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당에 관해서는 “성당의 종류와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도 함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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