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설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부터 바꿔야

집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집이 없다’는 것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상실감, 안전에 대한 매일의 위협, 집을 중심으로 맺어야 할 모든 관계의 단절, 몸과 마음의 회복과 재생산의 근거지 박탈 등 개인적, 사회적 삶의 총체적 붕괴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비단 거리노숙자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쪽방, 여인숙과 같은 임시 숙박시설, 고시원,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단지 거처 이상의 의미 없는 곳에서 지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집’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어떤 정책도 정확한 실태 파악 위에 있지 않고, 그나마 있는 지원책도 구멍투성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쉽게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시설입소 지원은 시설 생활인들 개별의 삶과 인권을 보장하기 어렵고, 온전한 자활로 이어지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 공공임대주택 제공은 그 수가 전체 노숙인이나 주거 빈곤에 처한 이들에게 공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절차상의 문제도 따른다. 노숙을 하는 이들이 우선 문제지만, 그 외 쪽방 등 열악한 곳에서 사는 이들은 우선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도시개발로 그나마 있던 쪽방촌마저 사라지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제공 지침에 따르면, 매해 6000호 정도 공급되어야 하지만 지난 10년간 공급된 양이 6819호다. 이쯤 되면 국토부는 임대주택을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다. 쪽방 주민들에 대해서는 ‘안 해 줘도 된다’는 식이다.”

“살고 있는 쪽방촌 개발, 상업화로 쫓겨난 주민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길거리나 또 다른 쪽방촌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먼저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 없이,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문제, 건물주의 사적 재산권 행사 문제로만 여기면 절대 문제 해결이 안 된다.”

“(국가가) 약자를 위해 해 주려고 한다면, 조그마한 방에 화장실과 세면장이 달려 있는 것을 원합니다. 그렇다고 영구임대주택 아파트 같은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겐 한 평 남짓한 한 조그마한 방이라도, 어깨 넓이 만한 방이라도 쫓겨날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원합니다.”

지난달 ‘2017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서 마련한 쪽방대책을 위한 토론회에서 당사자인 ‘동자동 사랑방’ 주민들이 참석해 발언한 내용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정부 정책의 문제는 가장 근본적으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없다는 점, 노숙인을 규정하는 협소한 개념과 범주, 주거빈곤 정책 안의 노숙인 차별 등이다.

2003년 철거된 영등포 쪽방촌. 쪽방촌은 도시개발이나 건물주의 용도 변경 등으로 계속 사라지고 있다. 쪽방촌에서 다시 쫓겨난 이들의 일부는 거리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 =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노숙인 ‘등’으로 규정된 이들은 누구인가?

먼저 정부가 노숙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느냐의 문제에 대해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대표적으로 2011년 공포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명칭부터 지적했다.

그는 “법률 자체가 지원 대상을 축소한다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노숙인 등’이라는 개념에서 오는 문제가 있다면 ‘홈리스’라는 보다 넓은 의미의 용어를 쓰고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홈리스의 양상은 더 다양해지고 그 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 법은 ‘노숙인 등’을 “상당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 규정에 따라 ‘노숙인 등’은 구체적으로 거리생활자와 노숙인시설 생활자, 그리고 쪽방을 비롯한 고시원, 찜질방, 여인숙 등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이들을 포함하지만 사실상 거리생활자인 노숙인 외에 ‘등’에 포함되는 이들은 부차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동현 활동가의 이같은 지적은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정부 정책과 통계상에서도 확인된다. 2011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홈리스’는 약 26만 명이었지만, 2016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겨우 1만 5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쪽방 거주자들은 쪽방상담소 등을 통해 세탁과 목욕시설 등 연성적 사회복지 지원을 받았지만, 그 외 사우나시설이나 피시방 등 쪽방 외에 비거주지에 사는 사람들은 파악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노숙인 실태 조사 결과에서, 2016년 현재 노숙인은 1만 1340명 이 가운데 거리노숙인은 1522명, 이용시설(일시보호시설) 노숙인 193명, 생활시설(자활, 재활, 요양) 노숙인은 9325명, 쪽방주민은 6192명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활동가는 또 홈리스에 대한 대책으로 시설입소를 우선하는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를 볼 때, ‘왜 시설에 가지 않느냐?’라고만 묻는다. 하지만 입소시설이나 생활시설은 인권침해 가능성이나 사람을 표준화시키는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며, “복지 선진국은 시설정책 자체를 폐기하고 주거정책 우선으로 가고 있다. 거리홈리스는 시설로 가는 것이라는 관념과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리에서도 내몰리는 노숙인들. (사진 제공 =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1년에 제공되어야 할 분량의 임대주택을 10년간 제공
공공임대주택 제공 절차상 홈리스 차별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마련했지만, 실제 공급량이 너무 적거나 절차상의 문제로 실행되기 어렵다.

홈리스를 위한 임시주거지 지원 정책은 먼저 간이 거처를 제공한 뒤, 본인이 자비로 지낼 수 있으면 그 다음에는 더 나은 주거지로 옮기도록 하는 정책이다. 5-6년간 민간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가 진행했고, 성과도 좋았지만, 7개 광역시에서만 진행됐다. 또 거리생활자, 시설생활자, 비주택주거자를 모두 대상으로 해야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2017년 지원 대상이 1260명으로, 거리홈리스 전체 인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거취약계층에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은 한 해 제공되는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15퍼센트를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한 해 공급되는 임대 주택이 4만 5000호 가운데 6000호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주거취약계층에 제공된 임대 주택은 6800호로 한 해에 제공되어야 할 물량이 10년 동안 공급됐다.

실행 기관인 LH공사에서는 “물량이 없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지침을 공사가 지키지 않는 결과다.

문제는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절차에도 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은 최근 두 명의 홈리스가 임대주택을 신청했다가 서류상 가족의 소득 때문에 거절당한 경험을 했다며, “사실상 단절된 가족의 소득이나 재산 때문에 신청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7년 11월 일부 개정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3조 4항은 공공주택 입주대상자 선별 조건으로 주민등록상 가족의 소득과 자산을 고려하도록 했다. 또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도 공공주택 공급 대상으로 자신과 주민등록상 가족 모두가 주택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김선미 센터장은 “사실상 단절된 가족이지만 서류상 가족으로 묶여 있기도 한다. 다른 가족이 집이 있거나, 소득이 있으면 신청을 할 수 없고, 가족관계 단절이나 해체를 서류상으로 증명해야 수급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주절차에 ‘입주자선정위원회’가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기본적으로 차별이다. 모든 지역에 위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는 각 구마다 위원회가 열리는 시기가 달라, 성북구는 신청자가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위원회는 없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복지법 등 관련법의 기본적인 문제는 “주거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임의적 법조항이라며, “임시주거비지원사업도 홈리스 전체가 아니라 거리노숙인에만 국한한다. 현재 퇴거위기에 놓인 이들을 위해서도 쓰여야 새로운 거리노숙인 유입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유입방지를 위한 예산은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가장 큰 문제는 홈리스 실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현실을 모르고 있고, 당연히 현실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면서, “잘못된 실태 파악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주택 공급량은 적을 수밖에 없고, 정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주거 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 개념은 거리노숙인이나 거리노숙인시설에 머물고 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협소한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은 2017년 11월 일부 개정됐지만, 입주자선정위원회와 입주자 자활계획서 제출 등으로 문턱을 높이고, 입주대상자의 이전 거주지를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 시설, 컨테이너, 움막”으로 한정해 나열하는 등의 한계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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