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연중 기획 - 빈곤아동 3]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최은영 박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7년 6개의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 12월 31일-2018년 1월 6일 가정성화주간을 맞아 마련한 기획의 주제는 ‘빈곤아동’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가난한 어린이,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기사 순서

1. 우리 사회 빈곤아동의 현황
2. 천주교는 무엇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나
3. 최은영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 인터뷰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30주년 행사에 참여한 최은영 박사. ⓒ강한 기자

집, 가정은 아동들에게 항상 안전하고 편안한 곳일까? 부모님과 함께할 집이 있지만 정작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아이들. 곰팡이와 습기 가득한 공기를 마시고, 집 안에 쌓여 있는 물품들에 안전을 위협받고, 친한 친구를 집으로 불러 함께 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집’ 때문에 건강을 위협받고, 상처받는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절대빈곤의 아동들 뿐일까? 가장 편안하고 건강한 공간이어야 할 집이 아동들에게 오히려 위협과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정말 우리의 ‘미래’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아동들의 정신적,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그 실상을 얼마나 알고, 또 책임을 지고 있는가.

“아이들은 주거 환경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그 영향이 상당히 많은 문제와 연계되고, 평생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소년소녀가정 등 취약계층만으로 관심과 지원을 한정하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막연히 부모가 그 아이들을 잘 돌볼 것이라고 가정하며 외면하고 있어요.”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이자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인 최은영 박사는 현재 한국사회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주거 환경으로 고통받는 주거빈곤을 겪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구도, 정책도, 인식도 없다고 지적한다.

(사진 제공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동의 9.7퍼센트인 94만 명이 주거빈곤을 겪고 있다. 주거빈곤 아동은 주거기본법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다. 지하나 옥탑방, 그리고 비닐하우스, 쪽방, 컨테이너 등 비주거공간에 사는 19살 이하의 아동이다. 소년소녀가정이나 조손가정도 있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

지하방, 옥탑방, 아동을 위한 공간은 물론 화장실도 없는 좁은 집, 가건물이나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단열과 환기조차 안 되는 공간.... 이같은 공간에 사는 아이들은 신체 건강이 일방적으로 위협받는 동시에, 정서적, 인지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집의 구조가 열악하다 보니 집 안에서 화재, 추락, 낙상 등의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최은영 박사가 올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진행한 ‘경기지역 아동 주거빈곤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에 따르면, 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집 안의 안전하지 않은 환경으로 건강상의 문제는 물론, 소외감, 불안감과 우울, 공격성 등의 정서적 문제를 함께 겪는다. 또 학업성취도도 일반가구의 아동보다 낮다.

최 박사는 “주거빈곤 아동의 집을 방문해 보면, 어른들도 1시간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공기 자체가 나쁜 집도 있다. 아이들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부모가 있어도 돌볼 능력을 상실한 경우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문제는 다른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빈곤아동의 가장 큰 문제가 주거 문제다.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특성상 돈이 많이 들어 가장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며, “저출산 사회를 걱정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존엄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부모들 또는 당사자들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빈곤가구의 아동과 일반가구 아동의 과목별 학업성취도. (자료 제공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최 박사는 외국의 주택 정책은 “아동이 우선”이며, 영국만 해도 주거 문제, 주거빈곤 아동에 대한 많은 연구가 정책으로 연관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이번 정권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에 겨우 처음으로 아동을 언급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1991년 비준한 ‘유엔 아동권 협약’은 27조 3항에서 “국가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를 돕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가져야 하며, 특히 영양과 옷, 주택과 관련한 경우 필요시 물질적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도시연구소 2017년 보고서에 따른 해외 정책 사례를 보면, 영국은 주택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영향 평가 체계를 법제화해 ‘아동 취약 7개 위험 요소를 규정하고 이에 따라 주거 위기에 있는 가구에 거처를 제공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미국은 주택의 물리적 상태 평가 기준을 두고, 공기의 질, 해충 등 위생 문제가 있으면, 저소득 가구 소득에서 주거비 지출이 30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임대료를 보조한다.

핀란드는 아동복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정부가 주거를 제공한다.

주거빈곤가구와 일반가구 아동의 불안 차이. (자료 제공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거빈곤 아동 문제를 사회가 인식하는 것이 시급
인식 전환과 사회적 역할에서 종교의 노력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전까지 주거와 관련된 정책에서 저소득자, 노인, 청년, 장애인 외에 아동과 청소년은 언급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서 처음으로 “아동이 있는 가구를 포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 정책 내용이 없어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최 박사는 특히 부모가 있는 아동들의 주거빈곤 문제에 대해서, “노동력을 잃거나 병들었거나, 빚이 많아서 등 여러 이유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부모들이 아이를 돌볼 것이라고 여기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관건은 주거빈곤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의 상황이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정책적 지원 대상에 아동이 있는 가구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비주택가구만 약 40만인데, 공공임대나 매입주택으로 지원받은 가구는 4000가구 내외”라면서, “이 수를 감당하기에는 현재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다. 사적 영역의 지원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집값이 시급히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 안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준 마련, 특정 계층이 아닌 보편 문제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현재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최 박사는 “특별히 인식 전환에 있어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아동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 주기 바란다. “아동은 우리의 미래인데 사회가 해 주는 것이 없다. 당장 아동수당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열악한 집에 있는 아이들을 구출해 내는 것이 먼저”이며, 문제 해결을 하려면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외국 교회의 경우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며, 주거 문제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도 사회주택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거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상당히 많고, 앞으로도 더 벌어질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회가 이 사회에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거빈곤가구와 일반가구의 항목별 아동결핍 비율. (자료 제공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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