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중 주교(사진: CBCK)

김희중 광주대교구 총대리주교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난 5월 29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사제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사제관으로 쓰고 있던 건물을 강제로 명도집행해 폐쇄시켜버린 사태에 대해 직접 따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청와대로 7개 종단 지도자들을 초대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천주교 김희중 주교,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참했는데,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신다고 들었다"고 말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현 정부의 종교차별 문제로 심기가 조계종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인 김운회 주교가 6월 4일 저녁 용산에 상주하고 있는 이강서 신부에게 전해준 바에 따르면, 이날 오찬에서 김희중 주교가 "용산에서 벌어진 일을 아느냐? 가톨릭의 미사가 유린당했다.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정부가 위로해주지 않아서 종교가 나서서 그들을 위로하고자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정부가 그것을 외면하고, 그것에 불법의 폭력까지 동원하는 일이 옳은 일이냐?"고 따졌다고 한다. 

김희중 주교는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천주교 대표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인데, 이 자리에서 김희중 주교는 지난 5월 29일 국민장이 거행되던 날 용산 4구역에서 명도집행이라는 행정대집행이 있었는데 법원 집달관과 경찰의 지원으로 미사 드리던 신부님을 끌어내어 미사가 중단되고 신부님이 바깥으로 쫓겨나는 불상사가 있었던 사건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최근덕 성균관장은 "'거룩한 제사가 이뤄지는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말도 안된다"라며 공감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이 말에 당황하여 "그런 일이 있었는 지 몰랐다"며 알아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희중 주교는 지난 2008년 광우병쇠고기 문제로 촛불문화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5·18기념성당인 광주 남동성당에서 열린 5.18 기념미사에서 "주인(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머슴은 쫓겨날 것이다"라는 '머슴추방론'을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 2008년 5월19일 오후 5.18기념성당인 광주 남동성당에서 열린 '5.18 28주년 기념미사'에서 김희중 주교는 이른바 '머슴 추방론'을 제기하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사진:오마이뉴스)

김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이전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던 많은 정책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매번 바뀐다면 국민이 나라를 믿을 수가 없는 불행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으며, "국민이 나라를 믿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이미 '아사 상태'에 이른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며 정부 당국자들을 비판했다. 

더 나아가 김 주교는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다"라고 하면서 "혹시 주인이 어떤 문제를 오해했다면 주인이 이해할 때까지 머슴은 기다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머슴은 주인(국민)의 뜻과 어긋난 어떠한 일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주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머슴은 쫓겨날 것이다"며 꼬집었다. 

김 주교는 특히 "최근 시국 현안으로 떠오른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와 대운하 건설 문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충분한 합의가 있을 때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라며 "국민을 무지몽매한 무리로 치부하고 정책을 졸속으로 처리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파국이 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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