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12월 24일(대림 제3주일), 루카 1,26-38

이번 주 일요일은 마리아의 존재로 가득하다. 그는 하느님 앞에 자기를 비천한 존재로 여기며 하느님이 다만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믿는 사람으로 나타난다.

기뻐하라!

갈릴래아에서 한 처녀가 “기뻐하라!”(루카 1,28)고 말하는 사자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기쁨은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될 때의 전형적 모습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다. 이것이 “은총이 가득한 이여,”라는 표현의 의미다. 주님께서 그의 편에 계시고, 모든 일은 하느님의 자유롭고도 무상으로 주는 사랑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믿음은 대화가 시작된다는 선물이다. 주님은 마리아를 신뢰하고, 이어 마리아는 그의 모든 신뢰를 하느님께 둔다. 그리고 하느님은 마리아를 믿음의 사람으로 바꾸신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복종이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주님은 마리아에게 믿음을 요구하며 바라보고, 자유롭고도 겸손한 응답으로 유대의 이 처녀는 하느님의 사업에 참여한다.

천사가 선포한 것은 성령의 역사로, 또한 마리아의 믿음의 행위로 이루어질 것이다.(1,35) 마리아의 첫 번째 말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이다. “종”이란 하느님께 속한다는 뜻이다. 하느님에 의해 보내진 사람들이 하느님의 종들이다. 종으로 산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언제든지 그분 뜻대로 쓰여진다는 뜻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의 자유의지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선물이다.

마리아는 자유롭고도 겸손한 응답으로 하느님의 사업에 참여했다. (이미지 출처 = Pxhere)

대화

마리아의 신뢰와 겸손함은 하느님의 사자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마리아는 단순히 듣기만 하거나, 선포를 받아들이기만 하지 않는다. 그의 믿음은 자유의 행위이므로, 마리아는 자기가 들은 일이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를 묻고 알고 싶어 한다. 성령의 힘이 마리아에게 내려와 그의 적극 참여를 부추긴다. 그것은 하느님의 손에 자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공동 협력이다. 마리아는 어머니가 되는 것에 예라고 대답함으로써 우리에게 메시아를 전해준다. 이처럼, 마리아는 구원 역사 안에 자기의 자리를 갖고 있다.

육화사건은 성령의 힘과 마리아의 겸손의 힘이 합하여 일어난다. 마리아의 아들은 역사적 소임을 행한다: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1,33) 예언자 나단은 계시 받은 대로 이 사실을 다윗에게 알렸고,(2사무 7,16) 메시아의 결정적인 다스림은 이 역사적 사건 속에 이미 예시되었다. 이처럼 마리아가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 선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마리아를 통하여 인류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동체에 혜택을 주기 위하여 한 사람에게 선물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지만, 이제 드러나는”(로마 16,25) 신비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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