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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코인 : 분산 저장하는 암호화 화폐[몽글이의 과학다반사]

비트코인(bitcoin)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수익을 낸다고 광고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이 만든 안전한 화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왜 비트코인이 만들어졌는지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인간의 탐욕을 건드리기만 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수익을 얻었다는 소문만으로도 쉽게 달려든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사용되기 시작하면 그 원리를 이해하기 보다 당장 이해득실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당장 보이는 이득이 크면 클수록 보이지 않는 문제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통해서 정보사회에서의 신뢰성 문제를 생각해 본다.

A와 B가 부동산 거래를 한다. A는 합의된 가격을 주고 B로부터 땅을 사게 된다. 두 사람 사이의 거래를 증명하기 위해서 계약서에 합의된 내용과 조건을 작성한다. 계약서는 두 사람의 거래를 증명할 수 있는 문서가 된다. 그런데 A가 계약서를 잃어 버리고 B가 땅을 판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계약서가 아닌 다른 내용들로 계약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사회는 생각보다 많은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주 작은 거래조차도 영수증을 통해 거래를 증명하고 증명하는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전화기록, 녹음, 녹화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해야 한다.

아주 극단적인 가정을 해 본다. 은행이 마음을 먹고 해킹을 당했다고 발표하고 은행 기록을 조작해서 불법의 돈을 마련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처럼 중앙집중(centralized)되어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을 한 곳에서 가지고 있고 이 기록에 대한 권한도 한곳에서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불법의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록들을 조작하여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증명을 하는 방법이 복잡하거나 자료의 불균형으로 자료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이 편중되면 사회는 증명만을 위해서 상상하기 힘들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될 뿐만 아니라 정보의 소유에 따라서 권력과 자본도 불균형이 생긴다.

수많은 자료가 만들어지는 정보사회에서는 누가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오히려 정보는 무기가 되고 또한 증명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메신저 내용을 통해 무엇인가 증명할 수 있을 때 자신의 기기에 저장되어 있거나 화면 저장을 하지 않았다면 심지어 그렇게 저장을 했다고 해도 조작하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메신저를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지금을 살면서 가끔은 나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xhere)

블록체인은 이런 정보가 한곳으로 집중되어 증명을 위한 정보들이 자신이 관리하거나 조회조차도 어려워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A와 B가 계약을 하고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좋은 방법은 계약서를 사진 찍어 자신들의 지인들에게 계약서 복사본을 뿌리는 것이다. 계약이 이루어지고 바로 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은행도 악의적 해킹을 막기 위해서 기록의 복사본을 여러 곳에 저장할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복사본을 이후 조작할 수 없도록 복사본 모두에 편집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 개념적으로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생성, 편집, 이동 등이 이루어질 때 그 기록을 한곳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뿌리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은행이나 기업은 이렇게 뿌린 데이터들이 개인정보나 민감한 보안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며 다수에게 데이터의 기록을 뿌리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데이터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동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이후 데이터가 조작되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미 뿌려진 기록들을 통해서 검증(증명)만 받으면 된다.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로 모든 데이터 기록을 다양한 곳에 분산해서(distributed) 뿌려 놓는다면 이후 불법적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조작하는 과정에서 뿌려진 기록에 의해서 검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만약 이를 조작하려고 한다면 그때 뿌려진 기록들을 모두 조작하고 그뿐만 아니라 이후 더해진 기록들까지도 모두 조작해야 하지만 뿌려진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는 더욱더 어렵고 모든 기록들을 조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바로 기록되고 그 기록들이 분산되어 저장된다면 이후 자신의 거래를 증명하는 데 편리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투명성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화폐에 응용된 분야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화폐다. 쉽게 정의하자면 암호화화폐란 자신의 거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원장, ledger)이 여러 곳에 분산 저장된 형태의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국가기록물과 같이 연대적 기록이 중요한 경우에도 사용될 수 있고 국가 운영의 부정한 면을 감추기 위해 조작하거나 삭제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좋은 기술이기도 하다. 증명할 가치가 높은 자료일수록 한곳에 집중되면 그 자료는 돈과 권력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높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데이터가 발생하고 편집되는 모든 기록들이 분산되어 저장이 된다면 기록의 신뢰성은 분명 증가할 것이다.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가 강하게 믿고 있는 금융도 비슷하다. 보안이 필요한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금융기관들이 기록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을 막는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하여 금융 거래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보와 기록들이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 질문을 하고 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조직들이 정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의 신뢰는 소수의 정직함을 믿는 구조가 아니라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악용하려고 해도 악용할 수 없다고 만들어진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정보사회에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한 기술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요한 21,24)

집중된 권위보다 많은 제자들이 증언하고 기록하는 분산된 형태를 선호하셨기에 제자들도 12명이나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신뢰할 수 있는 기록들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소수가 아닌 보잘것없어 보여도 증언하고 기록하는 많은 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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