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구 신부 "한국 천주교 신자는 양심수의 후손"

양심수 19명의 석방을 기원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18일 광화문에서 한 이날 미사는 남녀수도회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함께 진행했으며, 매주 월요일 열리던 한반도 평화 미사와 함께 봉헌됐다. 사제 18명과 천주교 신자, 수도자 140여 명이 참석했다.

나승구 신부는 강론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양심수의 후손들"이라고 지적했다.

"18세기 후반 우리 선조들은 당시 조선의 제도와 법률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등과 인간 존중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실천했다. 그렇게 자신들이 깨우친 양심에 따라 하느님의 법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다가 바로 그 때문에 목숨을 바친 우리 선조들은 모두 양심수고 우리는 그분들의 후손이다."

나 신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법이냐, 하느님의 법이냐 따질 때 우리는 기꺼이 양심수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 이유는 "진리의 법이 평화의 법이 사랑의 법이, 정의의 법이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 인간과 피조물의 존엄을 짓누르는 일부 세력들의 안위와 보전만을 위한 세상의 법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안과 두려움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두려움을 벗은 사람들이 서로 오해와 편견, 차별과 억압이 없는 만남을 이루는 그런 세상은 지금의 모든 양심수들이 원하는 세상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어떤 세상, 어떤 하느님나라를 그리고 있는지 성탄을 기다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에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3년 징역형을 살고 2016년 감옥에서 나온 김근래 씨가 나와 발언했다.

그는 "더 이상 기대를 갖고 마냥 쳐다만 보고 기다리기에는 그 가족들의 아픔과 바람이 행동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박근혜 정권에서 부당하게 탄압을 받아, 억울한 징역살이 하고 있는 구속자들과 그 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얘기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박근혜 정권의 악정이 심판을 받을 때, 그 정권에 의해 탄압받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감옥문을 열고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상식 아니냐"면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나오는 것이 순서고, 부당하게 탄압받는 사람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월 18일 양심수 19명의 석방을 기원하는 미사가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 ⓒ정호준 기자

한편 한국 천주교는 이번 성탄에 양심수들을 특사로 석방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12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종교인평화회의’를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새로운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쌍용차 구속 노조원 등의 성탄절 특사를 요청했다.

지난 12월 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박근혜 정권의 탄압으로 인해 감옥에 갇힌 과거 적폐의 최대 피해자"라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국회의원 등 19명의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양심수 석방추진위는 12월 5일 19명의 양심수 명단을 공개했다; "김덕용(국가보안법), 김홍열(국정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김경용(국가보안법), 김성윤(국가보안법), 박민정(국정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박영호(인천로데오거리 노점철거 항의투쟁), 박정상(쌍용차 범국민대책위 참여), 윤영일(국가보안법), 이석기(국정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이상일(부당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쟁취투쟁), 이영수(국가보안법), 이용섭(국가보안법), 임송라(부당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쟁취투쟁), 전식렬(국가보안법), 정석만(박근혜 최순실 수사촉구 검찰청 항의투쟁), 최민(국가보안법), 한상균(11월 14일 민중총궐기), 한준혜(국가보안법), 홍만기(조합원고용 및 8시간노동 쟁취투쟁)". 

한편, 매주 월요일마다 봉헌되는 반전반핵 한반도평화 미사는 12월 25일, 1월 1일에는 열리지 않고, 다음 미사는 2018년 1월 8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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