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종교계의 분노도 극에 달해.. 시국선언 불붙어

▲ 사진: 2007 고명진

지난 6월 5일 500여개로 구성된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과 4개 종단 대표들이 서울 태평로 성공회대성당에 모여 '6월 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문화제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준비위에서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민주주의 신장, 인권 회복, 남북관계 개선 등을 위해 힘을 모으자"며 "1987년 6월항쟁의 정신을 계승해 현 정권에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며 오는 6월 10일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교수들의 잇따른 시국선언과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뒤이어 발표된 것으로 22년 전 6월 항쟁이 일어날 때처럼 이명박 정권의 일방주의적 강압통치와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데 대한 범 국민적 항거의 표현이다.

한나라당의 표밭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등 대구경북지역 교수 309명이 이날 참가한 시국선언에서는 "현 시국이 독재냐 민주주의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하였으며, 충북대 교수 83명, 경성대 교수 62명, 경상대 교수 66명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 와중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포함한 가톨릭 사제들이 오는 15일 오후 3시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전국사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의구현 사제단은 본래 자발적 결사로 따로 회원이 없으며, 중대 사안에 대해 공감하는 사제들이 모이는데, 이번 시국회의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와 공감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권에 분노가 극점에 달해 있는 상태여서 예상을 뛰어넘는 사제들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의구현사제단 총무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예수살이 공동체를 설립하고 '산위의 마을'이라는 공동체에 몸담고 있는 박기호 신부가 <한겨레신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애도행렬을 보고 "그의 죽음에서 자신들의 희망이 추락함을 겪는 이들의 행렬을 보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그동안 "피흘려 일구어놓은 민주주의가 날마다 역행하고 지향할 가치도 철학도 볼 수 없는 정부에 화가 나는데, 집권당은 여전히 탄탄한 지지를 받고" 국민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국에서 "지극한 패배감과 집단 우울증의 어둠에 갇혀 버렸다"고 말했다. 이 때에 '은혜갚은 까치'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를 제단으로 삼아 자기 머리를 던져 "지성과 양심을 흔들어 깨운 종소리"가 되었다고 했다. "그의 혼백은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서울의 북악과 방방곡곡을 혼불로 날고 있는 듯하다. 떠난 자는 육신을 벗고 승천해야 한다. 남은 자는 그의 넋을 몸에 담아야 한다. 역사는 망각으로 과거가 되고 기억으로 현재가 된다. 깨어 일어서는 것이 산 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박 신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대로 세워질 비석에 이사야 예언서를 헌송하고 싶다고 맺었다. '야훼의 종의 노래'라고 불리는 이 구절은 이러하다. "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하였으니 높이 솟아 오르리라.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구나... 야훼의 뜻을 따라 그는 자기 생명을 속죄의 제물로 내어놓았다. 그리하여 그의 손에서 야훼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극심하던 고통이 말끔히 가시고 이제 떠오르는 빛을 보리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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