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청소년 만세! -인터뷰/염병훈 교장]

        우리청소년센터-숨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이경란 씨와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가르며 지난 4월에 방문한 ‘기차길 옆 학교’ 이어 두 번째로 아름다운 학교를 5월 27일에 방문했다. 아름다운 학교는 2000년에 서대문에서 문을 연 ‘도시 속 작은 학교’에서 가지를 친 중등 대안학교이다.

아름다운 학교 친구들과 첫 만남은 어느 비오는 봄날 이태원에서 이뤄졌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신학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하는 엄기호씨의 초대로 아름다운 학교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이태원 방문 활동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학교의 보금자리를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염병훈 교장은 기꺼이 승낙해주었다.

아름다운 학교는 5호선 아차산역 근처에 2층 가정집을 임대하여 새둥지를 틀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리모델링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우리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수업이 한 창 진행 중이었다. 집 외부는 녹색과 오렌지색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바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학교 일층은 교실, 도서관 겸 교실 그리고 교무실이 있고 이층에는 식당과 교실 그리고 테라스, 지하에는 목공실과 잠시 휴식할 수 있는 피난처가 있다. 마당 옆에 있는 아름다운 공방은 북아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이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학교 교장인 염병훈 씨(47세)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학교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 염병훈 교장
제가 1999년 비행청소년을 위한 상담활동을 했었는데, 집을 방문해보면 가정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청소년들이 정서적, 문화적 안정과 성장하기가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상담활동만으로 어려움에 처한 그들을 동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또한 2000년 전후로 학교 부적응 청소년의 유형이 변했다. 처음에는 비행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학교에 남고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는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탈학교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대안학교를 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학교를 구상하는 데 영감을 주었던 사상이나 기관이 있었나요?

루돌프 발도르프의 인지학에 입각하여 운영되는 영국 슈타이너 학교와 멘토링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미국 메트 스쿨의 사례를 공부하면서 아름다운 학교를 구상하는 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쉼터 활동도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JOC 활동하면서 청소년과 청년 노동 현장 복음화를 강조하셨던 JOC 창립자 요셉 까르댕 추기경, 그리고 한국 지도자이셨던 황상근 신부로부터 현실을 발판으로 모든 활동이 전개되어야 함을 배웠다.

-청소년들이 아름다운 학교에 합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학교 전경. 연두빛과 오렌지빛이 선명하다.

우리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이며, 학생 모집은 인터넷을 통해 한다. 현재는 수시로 입학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학교 정착하면 입학시기가 일정 시기로 정해질 것이다. 합류할 수 있는 총원이 20명인데 현재 16명이 재학 중이다. 우리 학교에는 13-16세(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 해당) 청소년이 다닐 수 있다. 활동은 종일제로 진행되며 2년제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졸업하고, 원하면 더 다닐 수 있다. 졸업 후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학교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최소한 연간 1억 2천만 원이 필요하다. 전체 예산은 1/3은 서울시 대안학교 지원금으로, 2/3은 학생 등록금, 대기업 후원금 그리고 사회복지 공동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월20만원을 등록금으로,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등록금의 일부를 내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교사는?

저를 포함한 4명의 교사가 상근하고 있으며, 외부 강사와 자원봉사자 28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각 교사가 4~5명의 아이들을 맡아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 식사시간

-아름다운 학교의 교과과정은 어떤가요?

종일제로 운영하는 학교여서 월~금 주5일 수업이 있다. 월․수․금 오전에는 서바이벌 잉글리쉬, 화․목 오전(10:30-12:00), 오후(13:30-15:30)에는 연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월~금 13:30-15:30에는 청소년경제, 세계사, 목공예, 제과제빵, 마라톤, 북아트, 피아노 중에서 각자가 원하는 수업에 들어간다. 월~금 16:00-18:00에는 검정고시, 영어, 멘토, 수학, 과학반으로 나눠진다.

연중 프로젝트로는 해마다 주제를 정하여 연중으로 진행되는 활동이다. 2009년 올 해는 “밥은 하늘입니다” 라는 주제로, ‘밥 한 그릇 물 한 대접에 온 세상이 담겨져 있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16명 학생, 상근교사 4명 그리고 전문분야별 강사 7~8명이 함께 공동의 여정을 밟고 있다.

▲ 교실
이를 위해 3월부터 12월까지 연중 작업, 캠페인 활동, 해외 테마여행, 프로젝트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 테마여행으로 네팔을 생각하고 있는 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왜 밥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지 피부로 체험하기 위해서다. 모든 사전 자료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찾고 상호 토의를 걸쳐 수집할 것이며, 9월에 본격적으로 준비하여 10월 중 일주일간 테마 여정을 계획하고 있다.

학부모회의는 월1회 진행되고 있으며 전체 학부모의 9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회의에 참여하여 학교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논의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아름다운 학교를 운영하면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부족하다. 민들레 국수집을 우리 아이들과 방문했을 때 주인장인 서영남 선생이 말했다.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모든 것, 물질, 에너지 등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남의 지원만을 바란다’고 한 말이 가슴에 확 꽂혔다.

그래서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어머니와 상의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다 쏟아 부었다. 리모델링하느라 그나마 있던 재정이 거의 바닥나 6월 한 달은 그런대로 버티지만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될 지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상근 교사들도 이런 상황에 동참해서 많지 않는 월급을 자진하여 삭감했다.

▲ 지난 5월 30일 아름다운 학교 개교식이 있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및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드디어 점심밥이 차려진 이층으로 올라갔다. 밥은 하늘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식판에 먹을 만큼 음식을 담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밥을 맛있게 먹었다. 테라스에 비치된 탁자에 앉은 친구들을 보니 소풍 온 느낌이 물씬 들었다. 식사 후에는 각자가 자신의 식판과 물컵을 닦아 식기건조기에 가지런히 놓는 것으로 점심시간은 끝났다. 오후 수업 때까지는 각자가 알아서 원하는 곳에,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번 방문 3일 후인 5월 30일(토) 오후2시에 아름다운 학교 개교식이 있어서 또 갔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유지(?)들을 초대하여 새로 이사한 학교 마당에서 개교식을 진행하였다. 세 번째 만남인지라 청소년들과 교사들도 자연스럽게 나를 맞아주었다. 초청손님을 소개하는 시간에 나도 우리청소년센터-숨 실장으로 인사하였다. 한 번 맺은 이 인연이 아름답게 지속되기를, 더불어 아름다운 학교가 도심 속 산소 역할을 오래도록 하길 바라면서 집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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