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 아니지만 생태적 회개 촉구했던 사람"

양용찬 씨(1966-91) (사진 제공 =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관광지”가 아닌 “우리 삶의 터전” 제주도를 원한다며 분신한 청년을 위한 추모공연이 성당 무대에 오른다.

제주도 청년 양용찬 씨(1966-91)의 삶과 죽음을 다룬 연극 ‘사랑 혹은 사랑법’이다. 

연극은 11월 25일 오후 4시 제주시 한림 성당 교육관에서 상연된다. 천주교 제주교구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양용찬열사 추모사업회가 주최하며, 교구와 강정마을회가 후원한다.

이 연극은 모노드라마로, 제주도 출신 배우 양승한 씨가 출연해, 양용찬 씨 지인들의 추억, 그의 활동과 죽음, 오늘날의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을 연기로 펼쳐 보인다.

양용찬 씨가 숨진 1991년은 제주도의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던 때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복학을 하지 않은 채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에서 활동하던 양 씨는 서귀포 지역 개발, 우루과이 라운드, 제주도개발특별법, 감귤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적극 활동했다.

그는 1991년 11월 7일 저녁, 이 단체 건물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인 채 투신했고 1시간도 안 돼 서귀포의료원에서 숨졌다. 그는 유서에 “제주도개발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고 썼다.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양용찬은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한 사랑은 없다’는 말씀을 따른 ‘사랑’의 친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극 감상과 함께, 제주가 더 이상 무분별 무차별 무조건적 개발이 아닌 생태계의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며, 제주도민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게 하는 묵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교구도 11월 19일자 주보에 양용찬 씨를 “우리의 작은 공동의 집 ‘제주’의 예언자”, “생태적 회개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작품 연출을 맡은 방은미 씨(요한 보스코)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지내는 평화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후손들에게 전쟁기지가 아닌 아름다운 제주도를 물려줄 것인가 고민했다며, “이 공연은 제주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양용찬 씨 추모 연극 '사랑 혹은 사랑법'. (사진 제공 = 방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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