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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 신은 디테일에 있다[몽글이의 과학다반사]

이성(reason)은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인간 특유의 뛰어난 능력이라 말한다. 그래서 이성적인 사람은 합리적인 사람이고 모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행동만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은 항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행동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이들은 말도 안 되는 근거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 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합리적 이성은 이타적 사랑이나 공동체의 연대 의식을 설명하기 힘들다. 심지어 동물에게도 존재하는 공동체를 위한 자기 희생이나 다른 구성원을 향한 연민이 자본주의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주제는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의 경제활동을 인간 이성에 바탕을 두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만드는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생각한 학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별것 아닌 변화로도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계단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계단을 누를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만들었을 때 계단의 이용률이 증가하거나 세금 납부자들에게 “세금 납부를 하지 않으면 처벌 받습니다” 가 아니라 “우리 지역은 90퍼센트 이상 세금을 납부합니다”와 같이 메시지를 변화시켜 더 많은 이들이 세금 납부를 하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남자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파리를 맞추려고 소변기 가까이 접근해서 소변기 주변이 더 청결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이처럼 작은 변화지만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여 원하는 성과를 얻는 것을 넛지 효과라 부른다. 반대로 경품 응모를 위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알려 주거나 1+1 상품은 자신에게 2개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기보다는 하나를 공짜로 얻었다고 생각하게 한다.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으로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 있었다.(존 달리와 대니얼 베이트슨) 프린스턴 대학 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신학적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설교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그룹은 복음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주제를 지정해서 설교하도록 했다. 그리고 설교를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데 세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시간이 여유가 있다고 말하고 두 번째 그룹은 적당하다고 그리고 마지막 그룹은 이미 시간이 늦었다고 했다. 그리고 설교할 건물로 이동하는 중간에는 쓰러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했던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방금 전까지 착한 사마리아인을 생각했던 그룹이 더 많이 도와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설교 주제와는 상관없이 시간 여유가 많다는 그룹은 63퍼센트, 적당한 시간의 그룹은 45퍼센트 그리고 늦었다는 그룹은 10퍼센트만 도와준 것이다. 

성경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은 길 가다 강도 맞아 반 죽은 사람을 구해서 잘 돌보아 주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인간의 행동은 평소 생각과 신념의 영향을 받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동이 만들어지는 순간의 상황과 조건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단순하게 인간은 이성에 의해 결정을 하고 행동하게 한다고 하면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실수를 설명하기 힘들 때가 많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넛지 효과와 같이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비이성적 소비를 하기도 하고 더 힘들거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한 아무리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간의 행동은 그 신념의 결과보다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서 결정은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유명한 표현 중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란 말이 있다. 평소에 선한 행동을 하고 이성적인 사람도 전혀 별것 아닌 것에 나쁜 짓을 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평소 신념이나 의지가 약해서와 같이 마치 힘의 균형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원인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은 아무리 이성적 판단을 하는 인간도 순간의 상황과 조건이 완전히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아주 사소한 조건과 상황이 만드는 큰 변화를 잘못 설명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조건에 반응하는 형태를 가진다고 말이다. 많은 사람이 경품을 타기 위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세심한 부분(details)까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큰 피해가 없을 것이란 생각의 결과다. 결국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만들 때 무엇이 그 변화를 만들었는지 섬세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불매 운동을 생각해 보면 나쁜 짓을 한 기업의 제품을 불매 운동을 해야겠다고 할 때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내가 좋아하는 기호를 떠나 생산 기업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넛지 효과는 반대로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선한 의지를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이 옳은지 해야 하는지 알고 생각해야 하지만 그만큼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는 조건과 변화로 행동하지 않게 되지 않도록 다양한 조건과 변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민과 호기심은 인간에게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평소에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의 토양이 되어 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Flickr)

"너희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마르 14,38) 

그래서 성경에서 말하는 “깨어 기도하여라”란 말은 섬세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섬세한 부분을 세심하게 사람에게 관심 가질 때 그것을 연민이라 부르며, 자연에 관심을 가질 때 그것을 호기심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민과 호기심은 인간에게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평소에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생각의 토양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섬세함을 놓치면 마르코 복음처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하게 되고 그것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변화에 이끌려 행동하게 되고, 때로는 의도하지 못한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도 할 것이다. 

미국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 표현했다. 건축물의 단순미를 강조하며 했던 말이지만(less is more) 신의 뜻을 따르고 선한 의지를 행동하기 위해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아주 사소한 변화에 관심을 갖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섬세하다는 것은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변화이고 그 변화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사랑이 더욱더 넘쳐서 여러분의 지식과 섬세한 감정으로 옳은 것을 분간하게 되는 일입니다. (필립 1,9-10, 200주년 신약성서)

그리고 그 변화의 관심은 넘쳐 나는 사랑(caritas)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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