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대회 뒤 종교 통제 강화, 문화혁명 공포 스멀스멀

중국 동부 장시성에서 그리스도인들 집 안에 있던 예수 그림들을 시진핑 주석의 사진으로 바꿨다.

11월 12일 위간현 황진부촌의 위챗 계정에는 공무원들이 십자가를 비롯해 종교적 물건들을 치우고 시진핑의 사진을 거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실렸다. 위챗(WeChat)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공무원들은 관련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예수에 의탁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며 대신에 (공산)당에 충성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자발적으로 종교적 그림 624개를 떼 내고 시진핑의 초상화 453개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자기들이 빈곤을 퇴치하고 불우한 이들을 돕는 여러 사업으로 그리스도인들을 “회개”시켜 당에 충성하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위간현은 빈곤한 지역으로, 인구 100만 명 가운데 거의 10퍼센트가 그리스도인이다.

안드레아 신부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교회 그림들을 제거한 것은 관리들이 가난한 집들에 돈을 주며 시진핑의 초상화를 걸라고 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보복을 염려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북부 지방의 요한 신부는 시진핑이 지난 10월의 당대회 뒤로 “또 다른 마오쩌둥”이 됐다고 느끼고 있으며, 다른 지방의 관리들도 위간현에서 일어난 일을 모방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공산당이 새로 내놓은 “종교사무 규정”은 지난 2월 1일부터 실행되고 있는데, 그리스도인과 종교 전문가들은 이 종교정책은 시진핑이 내세우는 “중국 특색”(사회주의) 모델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중문대학 신학대학장인 잉푹짱은 “마오 주석”식의 개인 숭배가 부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오쩌둥 집권 말기인 문화혁명(1966-76) 기간 중에는 종교에 대한 박해와 교조적인 마오쩌둥 이념이 크게 번졌다.

<아시아가톨릭뉴스>와 이야기한 중국의 사제들은 문화혁명 때와 같이 곧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종교 통제와 사회 통제가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 사제는 “좋은 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중국 동부 장시성에서 집 안에 있던 예수 그림들을 시진핑 주석의 사진으로 바꾸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지금 중국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가족들의 혐의를 알아내 당국에 고발하라는 영상들이 배포되고 있는 것도 문화혁명 때의 어두운 기억을 되살린다.

당시 청년들로 구성된 홍위병들은 혁명지도자인 마오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간주되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하고 공개 모욕을 주곤 했다.

최근 교육부 산하의 중국교육협회는 동영상 두 가지를 온라인으로 배포했는데, 가족 가운데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이가 있으면 당국에 고발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다.

하나는 초등학생용이고, 또 하나는 고등학생용이다.

비밀 정보를 불법으로 전하는 것, 특히 외국인에게 그러는 이는 누구나, 부모 포함, 국가안보국에 신고하라는 것이다. 동영상에는 수상한 행동을 신고할 긴급 전화번호도 들어 있다.

정부의 한 공식 공지에 따르면, 이들 동영상은 국가안보 목표를 교육과 연계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전략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동영상이 올려진 뒤, 한 블로거는 어린이들에게 가족의 활동을 감시하라는 이야기는 문화혁명 당시의 “세뇌”를 생각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혁명 당시에는 청년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원로들을 비판하도록 고무했는데, 여기에는 부모와 교사들도 포함됐다.

당시, 외세를 위해 간첩질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이들은 자백할 때까지 구금되어 두들겨 맞았다.

동영상은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의 결과물로 나온 것인데, 이 대회에서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비슷한 지위에 오른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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