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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권 범법자들의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궤변을 경계한다[장행훈 칼럼]

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파탄은 5개월에 걸친 국민들의 촛불시위와 주권자의 의지를 반영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파면했다. 촛불혁명의 성과다. 전 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민주혁명이었다. 부패정권이 물러나고 새 대통령 선거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새 정부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정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과거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연한 통치과정이다. 새 정부가 탄핵 당한 정권에서 국정을 엉망으로 만든 범법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혁명 이후에 진행되는 당연한 정치과정이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한탄을 자아내게 한 자들을 검찰이 찾아내 법의 심판에 넘기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다. 적폐 내용이 국민의 상상을 넘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책임자들의 면면도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민들이 이제 “이게 나라였나?” 하는 새로운 한탄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단계를 넘는 국가체제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까지 누구한테서 단돈 “1원도 받은 일이 없다”고 자신의 청렴을 강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대 세 국정원장들로부터 월 5000만 원에서 1억 원의 돈을 상납 받았다. 수십 억의 돈이다. 적폐청산으로 밝혀진 한 사례다. 뇌물죄에 해당된다.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받은 것으로 알았는데 15일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 상납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는 보도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사용하라는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이 사적으로 쓴 의혹을 제기한다. 국민이 모르는 사이 참으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병호 전 원장을 제외하고 남재준 이병기 두 전 원장이 구속됐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를 19대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2012년 대선 기간 중 국정원이 총동원되다시피 해서 에스엔에스(sns)에 댓글을 올리고 외부 민간인을 증원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북한의 심리전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한 국군사이버사령부도 박근혜 선거운동에 동원됐다. 명명백백한 선거법 위반행위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다는 보도다. 이명박이 민주국가의 대통령 맞아?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가톨릭 성직자들이 민주주의의 기틀을 흔드는 대통령 선거에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선거운동에 개입한 것을 항의하는 전국 순회미사를 벌이며 댓글을 배후 조종한 국정원의 해체를 요구했던 일이 떠오른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가톨릭 사제들의 항의 미사를 공격했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에 보수 언론도 하나가 됐었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박근혜 정권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총수 검찰총장을 혼외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그를 몰아냈다. 채 총장을 퇴출시키는 데도 보수우익언론이 열심히 거들었다. 미 국무부의 2014년도 한국인권보고서에 기록된 사실이다.

촛불시위 1주년을 기념한 지 2주가 지났다. 최순실 게이트가 도화선이 된 촛불시위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전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대선운동으로 요란할 때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기폭제가 된 촛불혁명으로 세계가 칭찬하는 원숙한 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국정농단의 두 주인공이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법의 심판과 함께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촛불혁명의 심판은 국정을 농단한 두 여인의 단죄로 끝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4.19혁명과 87년 민주혁명, 80년 광주민주화혁명으로 쟁취한 위대한 민주주의가 더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국정 파탄에 충성을 과시한 조연들을 찾는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연들의 맨 윗자리에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전 대통령 박근혜(왼쪽) 와 이명박 최근 모습. (사진 출처 = JTBC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MB는 아직 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댓글 활동으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1등 공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직속상관이다.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박근혜 댓글 공장으로 만들도록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게 지시한 기록문서도 있다. 말썽 많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자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장사꾼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젝폐 청산과 관련해서 우려스러운 것은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다. 혁명 후에는 반동이 있기 마련이다. 패배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제기하는 본능적 반응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무력 쿠데타가 아니다, 국민들이 성취한 평화혁명이다. 반동은 곧 혁명 정신을 부인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법적으로 파면당한 범법자다. 촛불혁명을 반영한 새 정부의 정책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무조건 정치적 보복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국민의 혁명의지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동이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겸허하게 음미하고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새 정부의 행동이 항상 옳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토론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충격을 준 변창훈 검사의 자살을 보는 시각도 그렇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변 검사나 그 유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변 검사가 댓글사건 수사 때 수사의 장소와 내용을 사전에 조작한 것은 검사로서 같은 검사의 수사를 우롱했다는 비판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해명은 검사도 법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면책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이 원칙은 2차 세계대전 후 뉘른부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피의자들을 재판할 때 이미 선언된 공직자의 국제적인 행동 준칙이다.

현실적으로 본인이 직접 그런 환경에 처한다면 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2009년 미국쇠고기 수입 파동 때 MBC 피디수첩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팀장 임범순 검사가 상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언론자유를 우선하는 입장에서 피디수첩의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 모범적 사례가 있지 않은가? 국민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검찰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 아닌가. 댓글 관련 국정원 수사 때 상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종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국회에서 공개한 항명죄(?)로 3년 이상 좌천의 수모를 감수한 윤석렬 검사장의 사례도 민주 검찰이면 본받아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시절에 부당한 정권의 지시에 굴종한 검사들이나 일부 수구 언론이 윤석렬 검사장이 이번 수사조작사건을 지휘하면서 자신이 당한 과거의 고통에 대한 복수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사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 용기를 보여 준 윤 감사를 칭찬해 주지는 못할망정 그를 비판하는 것은 보수 진영을 옹호하기 위해 상황을 왜곡한 부당한 비판이다.

적폐청산은 빨리 끝내는 게 좋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부당한 권력의 불합리한 지시에 굴종하고 나중에 말썽이 나면 상부의 지시였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악습의 악순환을 단절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적폐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따지는 데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적폐의 원인이 두 사람에게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슬로건으로 적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도 안 되고 권력을 잡았다고 정치적 보복을 해서도 안 된다. 국민의 눈으로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을 근거로, 정치적 구호를 남발하지 말고,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을 설득력 있게 따지는 적폐청산을 기대한다. 그래야 한국 정치의 민주화가 다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고 본다.

 
 

장행훈(바오로) 
언론인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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