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낙엽 (이미지 출처 = Pixabay)

낙엽 전시회

- 닐숨 박춘식

 

구르몽은 소리로 낙엽을 느끼지만

늦가을

저는 여러 색깔 이파리를 만져봅니다

 

짙푸른 하늘

먼 산 능선의 편안함

땅을 수놓은 이파리들의 색색

 

누드 페인팅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파리의 가을 전시회만큼 될까요

하느님, 틀린 말 아니지요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감나무가 잎을 다 내려놓고 홍시 두 개를 거머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드가 되었지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거나 아니면 젖꼭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은 누드 페인팅을 할 때 옷을 다 벗고 여러 가지 물감 옷을 피부에 붙여 입습니다. 감나무의 누드 페인팅과 사람의 누드 페인팅은 같은 예술인데 다른 진행으로 나타납니다. 사계절의 색상은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모두 놀랍고 우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믿음의 색깔이나 또는 우리 영혼의 색상이 전례의 주기에 따라 아름답게 나타난다면 매우 아름답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주말에 산행하다가 낙엽이 가득한 길, 그곳을 묵념하듯이 내려 보시면서, 낙엽들이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자연의 기도는 한없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놀라시리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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