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6년 한 해 동안 한국 천주교의 크고 작은 토론회가 적어도 87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2016년 12월 23일자 기사 ‘87번의 토론회, 수도권 집중’)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심포지엄, 세미나, 포럼, 발표회, 학술대회 등의 이름으로 열린 행사로 교회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실렸거나, 언론에 보도된 경우를 세어 본 것이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거의 4일에 1번 천주교는 토론회를 열었다.

기사에는 이러한 토론회의 논의 내용이 추상적인 경우가 많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참여 기회가 부족하며, 돈을 쓰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하는 것일 뿐 그 논의 결과가 사목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실렸다.

2017년, 남은 1개월 20여 일 동안 천주교는 큰 규모, 무거운 주제의 토론회, 강연회를 몇 개 남겨 두고 있다. 올해의 토론회는 모두 몇 번일까? 나는 지금도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사회영성의 확장과 비전’을 주제로 진행 중인 심포지엄 취재 중에 쉬는 시간을 활용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 참여했던 중요한 토론회 몇 건을 돌이켜보면 말 그대로 토론회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국 천주교에 언론,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대의원회의처럼 신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장치가 부족한 가운데, 그 부족한 역할을 토론회가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가운데 토론회는 교회의 새로운 정책을 공론화하거나, 어떤 운동을 촉구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사회복지 법인과 교구 법인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한 10월 25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워크숍, 그리고 평신도 역할을 강화하도록 교회법 개정 청원 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10월 31일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 세미나가 사례다.

과연 한국 천주교에 토론과 토론회는 무엇이고, 어떤 열매를 맺고 있을까? 앞으로도 가톨릭교회는 수없이 많은 토론회를 통해 우리 교회,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의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형식으로 신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사람들을 교육하고,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일에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다.

10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 세미나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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