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망재단, 지금여기 공동 캠페인 - 48]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여성들을 도와주세요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캠페인을 2017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11월에는 재봉기술을 배우며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삶을 복구하고 희망을 키워 가는 네팔 타플레구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편집자


“남편이 절 버리고 집을 나갔을 땐, 정말 막막했었죠. 제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아이들은 이제 겨우 2살하고 3살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2년 전 지진이 덮치고 집이 완전히 무너졌을 땐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눈물만 나오더라고요.”

마야 씨와 아이들이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잃은 것에 비하면 기적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존의 기쁨도 잠시뿐이었습니다. 폐허가 된 터전에서 빈손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마야 씨를 짓눌렀습니다. 당장 우기에 비를 피할 마땅한 곳도 없는 상황에서 자녀를 키워야 했던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양철 슬레이트와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아들과 딸, 두 자녀와 함께 힘든 삶을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17살에 결혼한 그녀는 13년 전 재혼한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여성 가장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소드' 네팔 대표.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마야 씨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농장에서 품삯을 버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녹록지 않았습니다. 마을을 벗어나 다른 곳까지 가야 했고, 그마나 일할 수 있는 시기도 추수기뿐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야 씨는 환경이 더 열악한 공사장에서 잡부로 일을 했다 안타깝게도 영양결핍과 관절염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당장 가족들의 끼니 걱정에 시달렸던 마야 씨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한국희망재단의 네팔 파트너, 소드에서 마을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입니다.

가난하지만 의지가 있고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여성이면 모두 신청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바로 여성들을 위한 재봉교육이었습니다.

맞춤식 재봉교육 모습.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재봉교육을 준비한 것은 2017년 3월이었습니다. 네팔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성을 위한 재봉교육이 곳곳에서 실행됐는데, 교육을 마친 후 작은 수선방을 꾸리거나 젊은 사람들은 인근 대도시로 나가 공장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여기 타플레구에서 하고자 하는 재봉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들을 여성 가장이나 이른 결혼으로 학교를 중퇴한 여성으로 국한시켜, 이들이 가급적 커뮤니티에 머물러 자립 생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모두 15명 뽑는데, 지원자가 60명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마야 씨도 교육생에 포함되었습니다.

재봉교육을 받고 있는 마야 스레스터 씨. (사진 제공 = 한국희망재단)

재봉교육은 이곳 마을에 사는 재봉전문가를 선생님으로 초빙해 진행했습니다. 실과 재봉틀을 다루는 기초부터 시작한 교육은 두 달, 세 달이 지나면서 차츰 옷을 만드는 기술까지 나아갔습니다. 옷감에 본을 뜨고 재단한 뒤 재봉틀로 만드는 과정까지,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었겠지만 완성된 옷을 펼쳐 보이며 스스로 만들었다는 기쁨에 웃음이 가득해졌습니다. 그러한 기쁨은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을 떠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표현한 것일 것입니다.

이제 재봉교육을 받은 이들은 직접 옷을 제작하여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고, 만든 옷을 팔아 수익까지 얻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우선 대지진 이후 재건축한 마하락시미 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복을 만들 것입니다. 마을에 인접한 마하락시미 학교 학생들은 이곳 주민들의 자녀와 다름없습니다. 가난해서 교복을 마련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재봉기술이 날로 향상될수록 상품화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 마을 학교를 벗어나 대도시에 있는 다른 학교에까지 교복을 납품하며 더 큰 수익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외 여성들은 경제 자립을 이뤄 나가게 되고, 더불어 재봉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기술교육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팔 지진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이제 마을 사람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커다란 학교가 세워졌듯이, 작은 재봉틀로 시작한 희망의 박음질은 머지않아 타플레 마을이 안정을 찾아 가며 성장하는 데 큰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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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일시적, 응급 구호가 아닌 국가 마을공동체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NGO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국에서 식수 개발, 빈곤 극복, 집짓기, 빈곤아동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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