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기도 (이미지 출처 = Pxhere)

저의 사망 소식을 들으시면

- 닐숨 박춘식

 

 

마지막 목욕 후 연기로 오르기 전에

죄 많은 그를 용서하소서, 하느님.

이 기도를 꼭 세 번 바쳐 주시기를

 

죽어 사라지는 것처럼 여기지 말고

지구 자궁을 벗어나니 참 좋구나, 하며

목을 길게 펴는 백로처럼 우아하게

나르고 있다고 생각하시기를

 

지구의 새들은 바람으로 날지만

이곳 영들은 하느님 빛살을 타고 다니는데

설명이 힘드니까, 눈감고 상상해 보시기를

 

천사가 저를 안내하려고 옵니다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는 애절한 두려움,

이승에서 범한 그의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

또 세 번 기도 올려 주시기를

한껏 세운 발꿈치로 기다릴게요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11월 6일 월요일)

 

청년기에 들어서면 누구나 초상집이나 장례식장을 가게 됩니다. 망자를 위한 예의를 갖춘 다음, 죽음에 대하여 잠시나마 생각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문상은 굳이 따진다면 망자와의 관계 때문에 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상주를 보아서 꼭 가야 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문상 가는 일을 신앙적으로 생각할 때 기도만큼 위로가 되는 일은 없으리라 여깁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망자에게 다급히 필요한 것이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더더욱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연옥에서 허물을 가뿐하게 벗기기 위해서는 기도라는 때수건이 매우 요긴하기 때문입니다. 위령성월에 더욱 간절한 기도를 바침으로써, 때 비누와 가루비누 등 여러 가지 비누를 택배로 많이 보내지도록 노력하시기를 당부 올립니다. 보고 싶어 눈물이 나오면, 자기의 기도를 눈물에 적셔 더 깨끗한 기도로 닦은 다음, 다시 곱게 포장하여 택배로 보내시기 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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