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11월 5일(연중 제31주일) 마태 23,1-12

“너희들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은 너희들의 하인이 될 사람이다”라는 예수님의 훈계는 사제들에게 내려진 경고(제1독서)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들에게 내려진 경고(복음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바오로 사도가 자신이 어떻게 공동체를 섬겼는가를 알아듣는 데에도 실마리를 주고 있다.(제2독서)

우리들의 아버지 : 하늘에 계신 아버지

마태오의 구절은 바리사이들과 노골적 논쟁(대립)을 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예수님은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과 제자들에게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을 그들의 모범으로 삼지 말도록 미리 경고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이 가르치는 바를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마태 23,3). 그분은 중요한 존재로 나타나고, 사회의 특권을 즐기려고 하는 그들의 욕구에 질문을 제기한다. 예언자 말라기가 당대의 사제들에게 경고했듯이, 사제들의 역할의 유일한 의미는 “주님의 말을 듣고, 명심하여 주님 이름에 영광을 돌리는 것”(말라 2,2)이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의미는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뜻을 유일한 절대로 여기며, 실천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모습의 모범이었다. 그분의 전 삶의 의미는 모든 것에서 그분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아버지의 통치의 징표를 성취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 그리스도는 유일하게 스승으로 인정되고, 따라야 할 유일한 분이시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훈계한다: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마태 23,9)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이 주어진 사람들은 그들 자신을 중심으로 여기지 말고, 다른 이들에 대한 절대적인 조언자로 여기지도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맡은 바를 수행해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말, 태도, 일치되는 행동으로 누가 유일한 스승이며, 유일한 아버지인가를 기억하게 해 주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이 사실을 “너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요약한다.(마태 23,11) 이것은 지도라는 특정한 역할(기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예수님 자신의 모범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섬김을 새삼스럽게 누구보다도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가장 높은 사람은 섬기는 사람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사랑으로 복음화하기

테살로니카 사람들에게 보낸 첫 번째 서간에서 바오로는 그의 사도 직분을 “자녀들을 온화하게 품에 안은”(1테살 2,7) 어머니 같은 사랑으로 수행한다고 고백한다. 그는 권위를 갖고 가르치는 스승처럼 행세하려고 하지 않고, “수고와 고생”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복음을 주는 사람이고자 한다. 복음화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마태 23,4)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일관성과 기쁨을 지니고 사는 것만을 참으로 선포할 따름이다. 그 어떤 복음화의 기술과 방법들 이전에 먼저 요구되는 것은 “경건하고 의로우며 흠 없는 처신”(1테살 2,10)이며, 사랑과 겸손으로 바쳐지는 말씀의 섬김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말씀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그 말씀이 신자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1테살 2,13)

주님의 복음은 관대한 승복과 겸손한 섬김을 통해서만 사랑으로 전달되고, 선포될 수 있다. 주님은 우리가 말씀의 증인이 되고, 섬기는 하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이름을 진심으로 기리는 사람들이 되기를 원한다. 2세기에 이레네오 성인이 말했던 것처럼, 하느님의 영광은 충만하게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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