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 정민아]

'마더!', 대런 아로노프스키, 2017. (포스터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신이 창조한 세상, 남자로 육체화된 신을 숭배하는 인류 사이에서 여신은 어디에 있나? 느낌표가 붙은 ‘어머니’란 제목의 미국 영화 ‘마더!’의 의미가 자못 궁금하다. 

이 작품은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로, 공개된 뒤 극찬과 비난, 두 극명한 반응을 일으킨 논쟁적 작품이다. 종교적 상징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우화적 경고를 하고 있다.

영화는 서양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지탱하는 그리스도교를 가져와서 서사화하였는데, 이야기와 캐릭터는 그리스도교의 많은 요소를 반성적으로 반영한다. 감독은 ‘블랙스완’(2010)과 ‘노아’(2014)를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사린 탐욕과 허세의식을 끌어올려 대면하게 하는 심리극의 달인인 그가 이번에도 흥미진진한 심리 스릴러를 내놓은 것이다.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에드 해리스, 미셸 파이퍼, 도널 글리슨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공간은 단 한 곳, 초원 위에 우뚝 솟은 대저택이다. 아내(제니퍼 로렌스)는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이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홀로 대저택 곳곳을 직접 수리하고 가꾼다. 어느 날,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시한부인 남자 손님(에드 해리스)은 시인인 남편을 열렬히 추종하지만, 여자 손님(미셸 파이퍼)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낯선 이들의 방문이 불편하기만 하던 중 손님의 짐에서 남편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 아내는 이들을 환대하는 남편의 모습이 의심스럽기만 하고, 그들의 무례한 행동은 갈수록 극에 달한다.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과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에 아내는 더욱 불안해 한다.

'마더!'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초원 위의 집은 세상의 축소판이고, 시인의 집에 찾아온 손님은 아담과 이브이며, 살인을 저지르는 그들의 아들들은 카인과 아벨이다. 이후 들이닥치는 낯선 손님들은 그리스도교 인류를 의미한다. 영화는 성경 속 주요 사건들을 서사의 고비마다 효과적으로 배치한다. 그 퍼즐을 맞추어 가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도 꽤나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장례식을 빌미로 아담과 이브의 친구들이 들이닥쳐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은 노아의 홍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예수의 탄생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그의 죽음 서사는 손님들에 의해 처참하고 끔찍하게 펼쳐지며, 이어서 인류가 그리스도교를 추악하게 만들고 있는 현상이 비유적으로 표현된다.

무례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시인에게 몰려들고, 남편은 자신을 숭배하고 추종하는 이들을 모두 두 손 벌려 환대한다. 파라다이스 같았던 가정을 지키는 일은 오롯이 아내의 일이지만 그 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한 부부와 그를 찾아온 손님들로 은유적으로 전개되니, 이후의 진행이 계속해서 궁금해진다. 여기에서 아내의 시점을 중심으로, 관찰적으로 카메라가 인물들을 훑는 역동적 진행 방식으로 인해 이야기의 몰입감이 더욱 높아진다.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없다는 점이 기이할 정도로 영화는 왁자지껄하다.

부부 간의 갈등과 손님들과의 사사로운 다툼으로 펼쳐지던 드라마가 예수 서사로 들어서면서 호러 분위기를 풍기게 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에는 극적인 역전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징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있다. 성경적 상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집 안에 들이닥친 유색인종들의 뻔뻔함, 원숙한 중년 남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내의 집착이 가끔은 관객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마더!' 스틸이미지. (이미지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논쟁적이지만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다. 제니퍼 로렌스는 블록버스터와 아트무비를 오가는 유연한 연기력을 발휘하며, 하비에르 바르뎀의 카리스마와 남성적 에너지가 이번에도 빛이 난다. 불쾌와 재미를 오가며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는 영화로서, 선입견을 버리고 즐긴다면 창조주와 종교를 바라보는 현대 예술가의 시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초반의 화두로 돌아가서, 마더와 느낌표의 의미에 대해 질문해 본다. 이 세상의 창조주는 남성 혼자가 아님을, 대지를 가꾸던 여신이 인류 문명에 의해 사라진 그 자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어머니 대자연을 파괴하는 대책 없는 인류를 여신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엔딩 이미지가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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