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운동” 되어야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하 본부)가 설립 30주년(2018년)을 준비하는 심포지엄을 열어 미래 방향을 점검했다. 심포지엄은 ‘성체성사 정신에 따른 한마음한몸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10월 25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세계성체대회(1989) 서울 개최를 준비하며 김수환 추기경을 중심으로 1988년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본부의 역사와 성체성사 정신에 관해 전 본부장 정성환 신부(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의 기조강연에 이어 나눔, 생명운동, 자살예방, 국제협력 등 4가지 사업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정성환 신부는 한마음한몸운동은 예수를 증거하고 생명을 살리며 자신을 내어 나누고, 모든 이가 일치를 이루며, 늘 깨어 현재의 상황에 맞아야 하며, “세상 끝 날까지 함께하는 지속성” 등 6가지 성체성사 정신을 따르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협력의 ‘최전선’ 찾는 노력 계속해야”

본부의 국제협력 현황과 전망에 대해 권오창 신부(예수회, 캄보디아 선교)는 캄보디아에서 예수회 반띠에이 쁘리웁(Banteay Prieb) 장애인 직업훈련센터와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권 신부에 따르면 본부는 2006년부터 기금협력, 자원활동,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반띠에이 쁘리웁을 도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권 신부는 본부가 “사업의 효율성에 기초한 선택이 아니라.... 다른 국제협력 공여자들이 잘 가려고 하지 않거나 그들이 가기 어려운 곳, 이른바 최전선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단순한 사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지 기관과 사업의 기획, 수행, 그리고 평가에 이르는 전반에 걸쳐 동등한 협력 관계를 지속해 가길 희망한다”고 제안했으며, “2011년부터 본부를 통해 반띠에이 쁘리웁에 파견된 자원봉사자들이 (캄보디아의) 장애인 학생들과 직원들에게는 기금협력사업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구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설립 30주년(2018년)을 준비하는 심포지엄을 열어 미래 방향을 점검했다. (사진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갈무리)

신자들과 함께하는 ‘운동’이 되려면

나눔 운동에 대해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이문동 본당 주임)는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고발하고, 제안하며, 문화적 사회적 계획에 투신하도록 이끌고, 또한 긍정적인 활동을 고무함으로써 선의의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간추린 사회교리” 6항을 본부의 나눔 운동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본부가 인권 침해, 무관심의 세계화 등 “죄의 구조”와 사회 제도, 정책을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본부의 나눔 운동은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자체 사업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치공동체가 수행할 그리스도교적 ‘사회의 중개’를 계발하여 제안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본부가 천주교 사회사목 기구들, 본당과 연대하면 운동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재현 NPO스쿨 대표는 한마음한몸운동에 “신자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어떤 운동을 하는 것이며 이 운동은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항상 제기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언어로써 이 답을 설명해 낼 수 있는 수준이 될 정도로 사고의 힘이 성장해야 다른 사람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는 확산성을 가지게 되어 운동성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신자들은 행사, 프로그램에 단순 참여하는 동원 대상이 되며 이는 다시 운동이 약해지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신자들이 운동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 전반에 걸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조직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다음 단계에서 도출되는 결과가 성과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 의제를 주도하면 ‘조직’이지만 남의 의제를 지원하고 돕는다면 ‘플랫폼’에 가깝다”며, 본부가 과거 주도하던 의제들을 새로운 단체로 분리, 독립시키면서 ‘플랫폼’에 가까워졌고, 이것이 성과인가 아닌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환 신부의 강연에 따르면, 직접적 나눔 운동에서 출발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시대에 부응해 생명수호, 환경보존, 농촌살리기, 민족화해, 빈곤퇴치, 자살예방 등 “좀 더 큰 틀의 나눔 활동도 전개”했으며, 여기서 “민족화해위원회(1997), 환경사목위원회(2000),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2003), 생명위원회(2005) 등이 분리, 독립”했다.

이에 대해 지영현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는 “성숙을 위한 분리는.... 본부만의 고유성”이라면서도, “생명 나눔 운동(헌안, 헌미, 헌혈, 장기기증운동 등)의 고도의 경험은 본부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보물이기 때문에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한 시민이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 사업, “캠페인에 치우쳤다” 비판

자살예방 사업에 대해 오대일 신부(서울 신당 종합사회복지관장)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을 소개하며 “교회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서 영적인 갈증으로 목말라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살 위기에 처해 있는 분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조차 두려워하며, 자살을 죄악시하는 교회의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교회를 찾아오기도 어렵다”며 “교회가 먼저 그분들을 찾아가 목소리를 여겨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황순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본부의 자살예방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캠페인에 치우친 경향이 강하다”며, 자치구의 캠페인에 교회가 협력하고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는 실제 자살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현재 예산으로 유의미한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구체적 사업 콘텐츠 확보와 이를 수행할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자살을 사회문제로 보려면 교회의 “프레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종교 자체가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호 요인임에도 사회적 약자, 소수자, 가난한 사람들은 종교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