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성찰부터 필요"

성당 앞마당에서 본당 봉사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이들 중 한 명이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교회는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사건의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취재하며 서울시 외곽의 한 천주교 성당에서 일어난 사건 이야기를 종합해 봤다. 또한 이 본당 소속이 아닌 다른 신자들의 비슷한 경험담과 의견도 들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당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고소당한 신자와 본당 사목회 등에서는 당사자들끼리 풀어야 할 ‘개인 대 개인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이 본당에서 ‘구역장’을 맡아 온 A 씨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폭행 사건”은 A 씨가 구역장 봉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상급 봉사자로 ‘여성총구역장’을 맡고 있는 B 씨에게 전하면서 시작됐다.

천주교 본당에서 신자들의 거주지를 작게 나눈 것을 ‘구역’이라 하고, 그 아래에 ‘반’이 있다. 구역장과 반장은 이곳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보살피고 기도 모임 등을 주관하는 책임을 맡는다. 많은 천주교 본당들이 구역을 남성, 여성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남녀 총구역장을 두고 있다.

A 씨는 평소 봉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B 씨의 언행에 대해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구역장 월례회의가 있었던 9월 말 어느 날 그것이 “폭행으로까지 연결됐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오후에 두 사람은 성당 마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A 씨는 이 자리에서 “(B 씨와) 대화 도중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들었고 폭행까지 당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는 병원 진단을 받고,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3일 동안 입원해 정형외과 치료를 받았다. A 씨 부부에 따르면 처음 진료한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퇴원 뒤 A 씨는 B 씨를 상해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A 씨에 따르면 성당 마당에 설치된 CCTV에 사건 장면이 담겼고, 이는 증거로 제출된 상태다.

폭행, 경찰 고소로 이어진 신자 갈등, 가톨릭교회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본당 사목회 등, “원만히 해결했다고 들어”, “개인적 일이다”

이 사건에 대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문의에 10월 16일 본당 사목회 대표는 “당사자들이 원만히 해결했다고 들었다”며 “저는 새로운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성당 사무실 직원은 이 사건에 대해 주임신부와의 인터뷰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성당 관련된 일이기보다는 두 분의 개인적인 일로 생각되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성당에서 입장 표명할 게 없다고 생각된다”고 10월 1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고소를 당한 B 씨도 “성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문제”이며, 약 30초 동안 일어난 “사소한 일”이라고 말했다.

A 씨와 B 씨의 말을 종합하면 언쟁 끝에 성당 마당에서 여성총구역장 B 씨가 구역장 A 씨의 뒷덜미를 손으로 때린 것은 사실이다. 다만 때린 횟수, 그리고 이것이 ‘일방적인 폭행’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주장이 다르다.

B 씨는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A 씨가 10살 이상 많은 자신에게 “하극상”을 했고, 폭력이 일어난 당시 자신도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A 씨 부부에게는 본당 지도자들이 ‘화해’를 요구할 뿐, 자신들의 호소를 진지하게 들어 주지 않는다고 느낀 것이 더 큰 실망을 준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남편은 사건 다음날인 9월 29일부터 본당 수녀, 사목회장에게 사건에 대해 말하고 주임신부에게 면담 요청을 했지만, 주말이 지나도록 “병원에 입원한 제 아내에게 안부를 묻거나 사실관계를 물어온 당직자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폭행 사건을 ‘개인 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몰고가 축소하려는 성당 측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했다.

한편, B 씨는 10월 1일 일요일 A 씨의 입원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가고자 했지만, 사목회 임원과 의논하고 연락해 보니 A 씨 남편이 무섭게 화를 내서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B 씨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10월 9일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A 씨가 직접 만나기를 원하지 않아 전화로 30분 가까이 통화하며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 부부는 이날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 두 사람이 모두 잘못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고 고소 취하나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A 씨의 남편은 이 일은 “개인 대 개인의 일이 아니”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저나 아내가 볼 때는 폭행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사건에 대해 본당 차원의 해결 의지가 전혀 없다”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B 씨와 아내는 여성총구역장과 구역장이었으며, 그 관계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다”면서, 본당 봉사를 맡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갈등이 개인 간 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서 가기 전 충분히 들어 줬더라면”

이 문제에 대해 이 본당 소속이 아닌 다른 신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대교구 본당 주임 경험이 있는 한 중견 사제는 성당에서 사건이 있었다고 무조건 본당 사목자가 해결해야 할 교회 문제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신자 사이에 언제부터 어떤 문제가 쌓여 온 것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신부에 따르면 본당 신자들 사이의 갈등 해결에 대해 서울대교구의 명문화된 규정, 지침은 없으며, 따라서 본당에서 자체적으로 잘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신자 갈등에 적용할 만한 영성상담 프로그램이 교회 안에 많아졌지만, 신자들이 자기 삶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본당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본당 내 갈등에 대해 가해자 응징을 넘어서는 ‘회복적 정의’가 이뤄지면 좋지만, 그러려면 전문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당 보좌, 주임신부로 일하며 신자들 간의 심각한 갈등을 몇 번 겪었다는 그는, 지역 개발 사업이 결부되면 본당 공동체가 깨지는 경우가 있고, 옛날처럼 신자들이 사제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뿐더러, ‘참지 못하는 문화’가 교회 안에도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신부는 본당 책임자들이 A 씨, B 씨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주고,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두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 공감해 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가 이렇게 터지기 전에 주변 사람들이 갈등을 파악하고 조정해 줬으면 나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제단에 예물을 바치기 전, 그리고 법정으로 가기 전에 원망 품은 사람과 화해하라는 마태오 복음서 5장 23-25절을 인용했다. 이어 상대방이 용서 못할 악당이 아니라면 어떻게 화해하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 것인가 배우는 것도 공부라고 말했다.

“본당에 험담, 왕따 흔해.... 개인 문제 아니다”

서울대교구 본당 사목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해 본 한 평신도는 사목회가 모여 일어난 문제와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신자들이 본당 봉사를 하며 생긴 일”이라며, 개인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본당이 이 사건을 ‘해프닝’으로 보면 안 되고 근본적 성찰을 해야 한다면서, “교회라면 사회단체보다 더 차원 높은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신자는 자신도 총구역장과 언쟁을 하고 사이가 나빠졌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본당에서 총구역장은 구역장에게 임무를 주고, 신자들을 동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총구역장이 강압적 태도를 보이거나 주임신부의 충실한 전달자 역할만 하면 다른 봉사자들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본당 신자들 사이에 폭행까지는 아니어도 언어폭력, 험담, 왕따 문제는 흔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신자를 왕따시키면 사태 해결이 안 될 것’이라면서, 주임신부가 사적 감정 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냉정하게 신자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신자가 주임신부의 측근이거나 본당에 많은 기여를 하는 사람이더라도, 갈등 문제를 유야무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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