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로사리오 성월 (이미지 제공 = 박유미)

로사리오 성월, 
연약하고 작은 꽃송이가 거인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의 팔맷돌 같은 힘이 되는 시간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꽃송이가 피어나는 시간으로


사랑으로 바라보는 모든 이의 기도학교, 로사리오 기도. 
언제라도, 어떤 기도도 할 수 없는 가장 큰 위기와 유혹 속에서도 사랑과 신뢰를 담아 머물고 의탁하는 시간.
산 이와 죽은 이 모두의 평화와 구원을 이끌어 주는 힘을 채우고 키우는 시간. 

로사리오 성월도 중반을 넘어섰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드릴 수 있는 묵주기도를 더 많은 이들이 더 열심히 바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일깨우는 달이다. 

10월에 이 성월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다른 성월들처럼 절기나 그리스도교 전래 이전 그 시기와 관련된 종교적 전통들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경험한 특별한 도우심을 기억하며 묵주기도를 통해 신자들의 신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교회의 뜻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묵주기도의 의미를 더 깊이 돌아보게 된다.

초대교회부터 수도자가 150개 시편기도를 꾸러미로 바치듯 신자들도 간단한 기도를 반복해서 소리내어 바치는 염송기도가 발전했다. 초기엔 주로 주기도문을 정해진 숫자만큼 끈으로 작은 돌을 묶어 만든 꾸러미로 바치곤 했는데 12세기에 들어오며 아베 마리아, 성모송도 이렇게 꾸러미로 바치게 되었다.

격변기였던 중세 중기, 혼란과 위기 속에 교회쇄신 움직임도 컸던 시기에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심판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으로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사랑으로 관심이 커지면서 어머니와 같은 온화하고 따스한 하느님 사랑을 향하는 마음도 커졌다. 그래서 개혁수도회인 시토회에서도 창설자부터 어머니 마리아의 신앙을 기리는 흐름이 커졌고 이후 설립된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와 같은 탁발 수도회는 일반 신자들도 신앙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도록 신앙의 대중화에 노력했다. 그런 흐름 안에서 어머니 마리아의 시각으로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성모송을 꾸러미로 바치는 묵주기도가 확장 전파되었다.

독일 위벌링겐에 있는 성 니콜라오 대성당의 로사리오 제대, 바로크 시대 작. (사진 제공 = 박유미)

교황 비오 5세가 1571년 터어키 함대에 대항해서 싸운 레판토 해전에서 성모님의 도움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여 성모님의 축제로 도입하였다. 비오 5세는 전투가 있기 이전에 이미, 인간적 시각에선 돌이킬 수 없는 이슬람 전투세력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성모님께 전구할 것을 주창했었다. 1573년에 이미 이 기념일을 로사리오 축일이라 바꾸어 불렀는데, 1913년부터 10월 7일에 경축하였다. 

이렇게 10월 로사리오 성월은 특별한 방식으로 교회와 세계의 위기들에 신뢰를 가득 담아 깊은 믿음으로 묵주기도를 드리자는 교회의 요청이다. 교황 레오 13세는 '로사리오 회칙'을 선포하여 특별한 방식으로 이 기도를 장려했다.

많은 성인과 교황이 묵주기도의 힘을 체험하고 의탁하며 강조했는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치고 공의회 정신을 펼쳐간 교황 바오로 6세는 묵주기도가 ‘성모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에게 이르는 최고의 길’이라고 하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때에 교회를 위해 성모 마리아를 통한 기도를 바치자고 요청했으며 특히 적대감으로 인해 국제적 긴장이 팽팽한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강조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평화를 위하여 10월에 바치는 기도에 관해 밝힌 회칙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통해서도 “묵주기도는 악을 멀리하고 재난을 피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기도이자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촉진하는 기도”라고 설명했다. 바오로 6세의 이 말씀은 오상을 받으신 피에트릴치나의 성 비오도 강조하는 바다. 묵주를 떼지 않았던 그는 "마음의 평화, 악을 이겨낼 승리, 하늘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를 극복할 힘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미켈란젤로도 시스티나 성당 벽화 '최후의 심판'에서 연옥의 영혼을 천상으로 끌어올리는 밧줄을 묵주로 표현했다. 살아서만이 아니라 죽은 영혼을 위해서도 묵주기도가 같은 힘을 발휘한다는 표현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묵주기도의 해를 선포하고 '빛의 신비'를 보충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선포로부터 오늘날 교회가 세워지는 성찬례까지 복음의 가르침이 묵주기도 안에서 완성되며 도약할 수 있게 하였다. 묵주기도가 기도학교이자 복음의 학교가 되게 하였다.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 벽화 '최후의 심판' 일부. 천상 바로 아래 연옥에서 천상으로 끌어올림.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온전히 당신에게, 마리아"라는 성구를 택하셨던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렇게 온전히 묵주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뜻에 모든 것을 봉헌하고자 했다. 악에 맞서고자 하는 모든 것을 내가 아니라 그분이 이끄시게 하는 것이다. 마리아가 하셨듯이, 누구보다 주님을 더 사랑하고 또 누구보다 주님의 사랑을 더 많이 받으신 그분이 하셨듯이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서 그분이 하시도록 온전히 맡기는 것이다. 어머니의 눈으로 주님이 가신 길, 그분의 뜻을 바라보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파티마에서 성모 발현을 보았던 루치아 수녀처럼 묵주기도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고 확신했다. 묵주 알을 꿰는 꾸러미는 골리앗과 싸워 이기기 위해 조약돌 다섯 개를 가지고 간 다윗의 팔매돌과 같다. 우리도 이 기도로 각각 5개의 커다란 신비를 묵상하는데 이것은 바로 이 시대의 문제, 이 시대의 커다란 요구에 대응해서 추진하는 우리의 (팔맷)돌들이다. 묵주기도로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 환자, 노인들조차도 거인을 쓰러뜨리게 할 수 있다. 누구나 묵주기도로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묵주기도가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무엇에서 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성찰과 연구로 "묵주기도, 무릎꿇는 신학"이라는 책을 쓴 플로리안 콜프하우스 몬시뇰은 묵주기도는 교육 정도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신앙의 진리를 내적으로 볼 수 있게 이끄는 기도학교이기 때문이며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도록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루르드와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 마리아가 왜 성서 묵상이나 거룩한 독서와 같은 다른 기도가 아니라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청하셨을까라는 질문에서 묵주기도의 신학적 의미를 탐구했는데, 염송기도에서 거룩한 말씀이 커다란 신앙의 진리를 내적으로 보도록 이끌기 때문이라고 알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묵주기도를 드리며 신학에서보다, 그리고 삼위일체와 성체신비를 연구하는 여느 학자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깨우친다. 위기의 시간에, 다른 어떤 기도도 할 수 없는 때에 저절로 의탁하게 되는 이 기도로 힘을 얻었다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의 말씀처럼 "아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묵주기도를 통해. 사랑과 신뢰를 통해 머리로 아는 것보다 더 사랑으로 배울 수 있다. 머리로 알고 다시 잊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쾰른의 도미니코수도회 성 안드레아 성당 제대 앞쪽 기둥에 로사리오 성월을 기념해서 그림을 걸어 놓았다. (사진 제공 = 박유미)

자주,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복적으로 단순한 기도에 머무를 때 묵주의 꽃송이들이 꽃을 피운다. 온 삶을 변화시킨다.

얼마 전 방문했던 쾰른의 도미니코수도회 성 안드레아 성당에 제대 앞쪽 기둥에 특별한 걸개가 걸렸다. 로사리오 성월을 기념해서 걸어 놓은 그림이라고 한다. 대 알베르토 성인과 토마스 아퀴나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살았던 곳이다.

묵주기도가 더 널리 대중적으로 전파되도록 한 수도회인 만큼 쾰른의 마리아 공경을 대표하는 성당이어서 순례하는 이들의 묵상을 위해서 걸어 놓는 그림이다. 로사리오의 성모님.

열두 시 미사 전에 묵주기도와 삼종기도를 드린다.

13세기부터 끊임없이 퍼져가며 지속되는 기도.

누구나 어디서나 이렇게 변화되는 것들이 하나로 모이며 거대한 악에 싸우는 다윗의 팔맷돌처럼 세상의 거대한 악의 힘을 쓰러뜨리는 묵주기도의 힘. 

교황님과 주교님들의 한반도의 평화, 세상의 평화를 위한 특별한 기도 요청을 더 깊이 마주하며 진정 간절하게 기도한다. 로사리오 성월. 우리 안에서, 세계 모든 곳에서 평화를 위한 로사리오 기도가 더 크게 모여지기를....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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