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그랑드 자트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피에르 쇠라.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하늘의 점묘(點描) 전시장

- 닐숨 박춘식

 

천사가 오더니 하늘나라로 인도합니다

하늘 공원의 점묘 작품 전시장에서

신비스러운 그림들을 감상합니다

온몸 벌겋게 달구는 감동적인 그림을

아주 가까이서 눈여겨 살펴봅니다

점 점 점 그리고 구슬 점 점 점

예쁜 점을 십만 개 또 백만 개 붙인 작품입니다

천사의 설명에 기절하여 쭈욱

미끄러지면서 번뜻 눈을 떴습니다

천사 말씀이 또록또록 침대맡에서 들립니다

 

묵주기도 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넘기는

구슬 구슬이 곧바로 하늘로 올라와

점 점 점으로 빛나는 그림이 되고 있어요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그림을 공부하는 분은 잘 아는 말이지만, 선을 쓰지 않고 점으로 그린 그림을 점묘라고 합니다. 점묘법은 점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방법이고, 점으로 그린 그림을 점묘화라고도 합니다. 유럽의 명작 중에 점묘화가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여겨집니다.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파리 교외에 있다는 그랑드 자트 섬) 라는 작품은 유명한 명작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입니다. 그림 이름이나 쇠라는 몰라도 양산 쓴 여인들과 여러 사람들이 강변에서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모습의 그림은 여러 번 보았으리라 여깁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우연히 이 그림을 보다가 하늘나라의 점묘 전시장을 상상하게 되었고 결국은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시를 짓도록 만든 이러한 분심이 이상하게? 변하여 상상의 날개를 펴게 되었는데, 영감을 주는 분심 잡념은 언제든 환영하는 잡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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