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1박2일 밤샘피정과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가 봉헌되었다. 5월30일 제47차 촛불평화 미사후 약 20명의 참가자들은 용산 철거 대상건물인 '무교동낙지'에서 '아조르나멘토'라는 이름으로 밤샘 피정을 진행했다.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적응·쇄신과 적응)는 교황 요한23세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면서 내건 기치로 이날 피정 주제였다.

피정을 시작하며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은 지난해 가톨릭사회 포럼 행사에서 올해 성령이 내려오실 만한 곳을 찾아 성령강림 행사 진행을 결정했다며, "이곳 용산에서, 교회탄생 첫 마음으로 돌아가 교회쇄신을 모색하자"라며 행사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피정에서는 김정식(로제리오), 용산 철거민 최순경(베틸다), 엄기호(우리신학 연구소 연구위원)등이 자신의 삶 이야기와 강의를 했다.

특히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된 최순경(베틸다)씨는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어린시절 전남 광주에서 부유하게 살았던 이야기,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홀로 7남매의 생계를 책임졌던 사연, 그리고 용산에서 "많은 신자들이 모여 매일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순경씨는 "신앙의 힘으로 동생들을 뒷바라지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대학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엄기호씨는 '돈을 하느님으로 섬기는 현 사회상황이 공동체를 부정하며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지금 누가 경쟁에서 탈락하며, 탈락한 사람은 어떤 존재로 취급되고 있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들었다. 지금 시대는 예외적인, 극히 일부만 탈락하고 망하는 시대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언제든 예외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시대라면서 우리 삶과 의식 깊숙이 내면화되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에 기반한 사회가 바로 신자유주의 사회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는 길도 도처에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 밖에도 독일교회에서 제작한 영상물 <그리스도교 2000년>을 함께 보았다. 20세기 현대사 안에서 전쟁과 독재에 침묵한 교회의 모습, 가톨릭교회의 현대화와 쇄신의 분수령이 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 쇄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이어진 조별 토론을 통해서는 교회쇄신의 구체적인 과제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용산 현장에서 매일 드리는 미사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촛불 평화 미사로 시작된 모임이 지금은 용산 현장에서 남일당 본당으로 이어진 것이 가시적 성과라는데 대부분 공감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성찰하고, 기성 교회 지도자들, 신자들에게 대안교회로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로 고민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향후 남일당 본당을 대안교회 운동의 사례로 공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 하기로 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참가자들은 제도라는 틀에 갖히신 성령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안에서도 함께 체험하기 위핸 마련된 이번 피정이 해마다 역사의 현장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밤샘 피정을 마무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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