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내부 보수화 확인, 가톨릭과 차별 유지 태도 등 영향

개신교의 주류를 이루는 대한예수회장로교단들이 9월 중 일제히 총회를 연 가운데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합동, 통합, 대신, 고신, 기장, 합신 등 장로교단은 9월 18일부터 22일 사이 총회를 열고 교계 내 주요 의제들을 논의, 결정했다. 이 가운데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에서 가톨릭교회와 관련된 안건이 제안됐다.

먼저 예장합동의 한 노회(총회에 대표를 파견하는 일정 규모의 지역교회 단위)에서는 “가톨릭을 ‘이교’로 지정(선포)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개신교계 언론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이들은 총회에서 “로마 가톨릭과의 ‘신앙과 직제 일치운동’을 배교 행위로 규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총회에서는 이견이 있어 기각하고 이를 신학부로 보냈다.

예장합동 측은 대표 신학부에서 이를 1년간 논의한 뒤, 다음 총회에서 의결하게 되며, 의결된 내용은 예장합동 모든 교회에서 정식 수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장합동에서 가톨릭을 이교 또는 이단으로 규정해 달라는 요구는 2014년 총회부터 본격화됐으며, 이는 같은 해 5월 한국 천주교와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교단이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 총회를 열고 교회 일치운동을 공식 선언한 영향이다.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신앙과 직제위원회’를 따른 것으로 갈라진 교회의 일치를 위한 신학과 직제에 관심을 두고 신학적 대화, 선교적 과제를 함께해 나가고 있다. NCCK에는 장로교회 통합과 기장을 비롯해 감리교, 루터회, 성공회, 정교회 등 10개 교단이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예장합동 총회에서 “가톨릭은 이교”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 출처 = 예장합동 홈페이지)

특히 예장합동 측은 2014년 총회에서 신앙과 직제 일치운동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총회에서 예장합동 일부 회원들은 “가톨릭은 이단”이라는 의견을 내고 신앙과 직제 일치운동을 반대했다. 이와 더불어 2014년 총회 이후 가톨릭의 세례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어 2015년 총회에서는 “가톨릭의 이단 재확인 및 신앙과 직제 일치를 주장하는 교단 및 강단과의 교류, 연합예배 금지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되기도 했다.

한편 예장통합은 올해 총회에서 ‘로마 가톨릭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예장통합 측에 따르면, 이번에 위원회 조직을 청원한 것은 천주교에 대한 신학과 교리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해달라는 것으로, 총회는 이를 받아들였고, 연구 결과로 천주교의 전반적 이해를 위한 지침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예장통합은 2014년 총회에서 가톨릭의 이단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총회에서 예장통합은 사도 시대의 바른 정통 교회를 따르느냐의 기준으로는 가톨릭 내부에 부패가 현실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단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가톨릭교회는 다른 전통을 고수하는 교회로 본다”고 결론지었다.

개신교 일부 교단에서 가톨릭교회를 이단 또는 이교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본격화되는 것에 대해 종교학자 이찬수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장로교 내 각 교파의 성격과 규모가 모두 다르지만, 최근 이슬람 포비아, 동성애 찬반 논쟁 등이 진행되면서 위기의식이 일어나고, 교단 내 보수적 입장을 확인하고 천명하려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 교수는 가톨릭을 이단으로 보는 입장은 합동, 고신, 대신 등 각 교파에서 이전부터 나왔던 이야기고 주로 성모신심, 교도권, 교황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그동안은 일부 개인적 차원이었다면, 최근 진보적 사회 흐름에 따라 판단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강력하게 제기되고 공론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신교 내 다른 교단 신자들은 가톨릭을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은 개신교 교세 축소에 가톨릭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통계상으로는 개신교 신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단 내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신자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한다고 체감할 수 있고, 이는 가톨릭에 대한 입장을 공론화할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신교가 가톨릭과 끊임없이 구분 지으려는 것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가톨릭이 전파된 뒤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과 신자들은 가톨릭 신자들이 박해받고 이단으로 여겨지는 것을 보면서 처음부터 가톨릭과 철저히 차별화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처음의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특히 한국의 개신교는 가톨릭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부각시키는 특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 장로교단은 1907년 첫 노회로 시작돼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총회’를 설립했다. 하나의 교단으로 이어지다 1951년 부산 고신, 1953년 기독교장로회가 분립하고, 1959년에 통합과 합동이 분리되는 등 이합집산을 거듭해 현재 한국장로교총연합회에는 기장, 통합, 합동 등 24개 교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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