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소공동체 25주년 심포지엄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소공동체 운동’ 25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이 운동의 열매와 보완해야 할 점을 점검했다.

9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교구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는 신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하며, 새로운 “서울대교구형 소공동체 모델”을 위한 깊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구는 2016-17년에 신자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지난 8월 17일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서울대교구 소공동체 25주년 평가와 전망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 조 신부는 “소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복음화를 위해서는 소공동체 모임의 추진 방법, 운영 방식 및 내용, 복음 나누기 방식 등이 각 소공동체(반, 구역)의 특성에 따라 세대별, 소공동체별, 본당별로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하고 “시범 본당에서의 적용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주어진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는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복음화위 위원 등 90여 명이 참여했다.

9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소공동체 운동 25주년 심포지엄에서 교구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오른쪽 서 있는 이)가 발표하고 있다. ⓒ강한 기자

‘속인주의의 위험’ 두고 토론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소공동체의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성격에 대한 토론 비중이 컸다. 즉, 사는 지역에 따라 자신이 속한 구역, 반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속지주의’와 관심사, 나이, 직업 등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공동체를 꾸리는 ‘속인주의’의 가치를 두고 토론이 이뤄진 것이다.

김형진 신부(사목국 일반교육부 담당)는 서울 대방동 성당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운영되어 온 소공동체 ‘말씀터’ 사례를 들며, “구역, 반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이들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의 ‘삶의 자리(가정) 중심의 소공동체’의 원리를 과감히 벗어나, 연령대, 관심사, 역할 등 비교적 친교 공동체를 이루기 쉬운 이들을 묶어 말씀터를 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신부는 “다양한 이유로 구역, 반 모임을 꺼려하는 서울대교구 현실을 감안할 때, 다양한 관심과 연령, 모임, 직장 등에 따라 소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삶의 자리 중심의 공동체’인 소공동체의 속지주의적 구조 안에 속인주의적 소공동체가 생겨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삶의 자리 중심의 원리’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정태영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영성지도)는 “소공동체 모임은 삶의 자리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가” 물으며, “하느님의 불러 모음은 우리가 구획해 놓은 지역적 경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형진 신부는 “속인주의로 모임을 구성하면 자칫 잘못하면 일반 단체와 소공동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아무 성찰 없이 ‘삶의 자리 중심의 소공동체’를 버리게 되면 우리가 25년간 추구해 온 소공동체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소공동체를 새로 개념화하든, 연구를 통해 (기존의) 소공동체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강조하든 (교구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속인주의는 답이 아니’라는 한 참가자의 의견에 대해, 김 신부는 “서울대교구 안에서는 세대별, 계층별 등 ‘탈통합적’ 사목이 이뤄져 왔다”며 “소공동체는 통합사목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릴 수 없는 게 속지주의”라면서 “세대, 관심의 정도, 건강, 물질적 있고 없음 등 다 아우를 수 있는 현장”이 소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영제 신부(사목국 기획실, 연구실 담당)도 소공동체가 “속인주의처럼 변형되는 모습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소공동체 운동에서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의 균형을 위한 사목자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마음에 드는 사람끼리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는 게 속지주의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 '말씀터'. (사진 제공 = 대방동 본당)

이 밖에도 허석훈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가 ‘대도시에서의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평신도로는 유일하게 노길명 고려대 명예교수가 논평자로 참여했으며, 김연범 신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 이재정 신부(의정부교구 병원사목부 담당)도 논평자로 나섰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소공동체 25년을 돌아보면 성령의 이끄심과 우리의 적극적 실천으로 좋은 결실을 맺은 부분도 있겠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을 마치며 염 추기경은 소공동체가 “교회가 발전하고 신자들이 성숙할 수 있고, 복음 따라 신앙생활을 하며 교회의 본모습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구가 펴낸 “서울대교구사”(2011)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1992년 교구 사목지침인 ‘2000년대 복음화’를 위해 본당 조직을 소공동체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본당들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 데 대한 걱정에서 소공동체 운동의 필요성이 나왔다. 당시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사목자는 물론 본당의 기본 조직들이 이 모임을 위해 지원과 협조를 우선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교구는 한국 실정에 맞는 소공동체 모델을 연구하던 중 남아프리카에서 1960년대 중엽부터 시행한 룸코식 소공동체(Small Christian Community, SCC)를 바탕으로 교구 실정에 맞는 토착화된 소공동체 모델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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