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9월 24일(연중 제25주일) 마태 20,1-6

오늘의 말씀은 오직 마태오 복음서에만 있는 비유에 관해서인데, 복음서 전체에서 가장 고결한 비유들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오후 5시

말씀은 예수님 메시지의 핵심인, 아버지 하느님의 자유롭고도 무상으로 베푸는 사랑에 관한 것이다. 포도밭 주인이 하루가 끝나갈 무렵인 오후 5시에 일하러 온(마태 20,11-12) 일꾼들에게 하루 임금을 주기로 결정하자, 아침부터 일한 사람들의 반대를 받게 된다. 그들이 보기에 똑같은 대우가 부당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그들의 비난을 일축한다; “당신은 나와 보통 하루 임금인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13-14)

하느님의 정의는 인간이 생각하는 정의의 틀을 넘어서고 그 위에 있다. 하느님의 정의는 사람들의 더 큰 요구들, 즉, 그들이 원하지만 아무도 고용하는 사람들이 없으므로,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는”(20,3) 사람들의 더 큰 요구들을 감지하는 정의다. 짧은 시간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온 일꾼들은 첫 번째 온 일꾼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며 그들 자신과 가족들이 일을 해서 먹고 사는 권리를 가진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고용 상태이거나 실업 상태인데, 노동의 권리는 생명, 삶에 대한 권리를 표현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인간의 노동'에서 이러한 내용을 강력하게 상기시키고 있다. 인간의 기본 권리는 사회와 그것의 합법적 질서가 오직 소수의 이익과 특권을 보호하는 경제법칙의 이름 아래 백성들의 완전고용을 마련하지 않을 때 존중되지 못한다.

포도원 (이미지 출처 = Pixabay)

너희들의 길은 나의 길이 아니다

포도밭 주인의 비유는 위의 내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님은 말씀한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그리고 주인은 예리하게 묻는다: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요?”(20,14-15)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정확한 표현인 “당신의 시기하는 눈….”이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실제를 돌로 바꾸는 그런 시선이다. 어떤 새로운 것이나 관대함의 여유를 남겨 놓지 않으므로 하느님의 선함에 한계를 그으려고 하는 눈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이익만 옹호하기 위하여 주위를 살피는 “시기하는 눈”이며,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결핍을 가져오는 것도 불사하며 우리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벽을 세우게 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의로운 것이라 해도 우리의 특권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우리 자신들에게는 부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질투의 시선이다. “시기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선하신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다. 탐욕을 피한다면, 우리는 바오로가 필리피인들에게 권고한 것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십시오.”(필리 1,27)

성경에 계시되는 하느님은 단순히 법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의 정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사랑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는 이러한 테두리를 넘어서고 사회가 소외시키며 억압하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하여 관대하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사야는 주님의 길들이 우리의 길들과 다르다고 말한다.(이사 55,8) 우리는 항상 하느님 사랑의 새로움과 창조적 측면에 열려 있어야 한다. 하느님의 무상성은 독단적이거나 필요 이상의 여분이 있는 영역에 나타나지 않는다. 무상으로 준다는 것은 정의를 향한 갈구와 모순되거나 그러한 갈망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무상성은 정의에 참다운 의미를 부여한다. 무상의 사랑보다 더 결단과 투신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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