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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축일이나 축일 이동이나 매한가지?[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전례력을 들춰 보시면,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과 관련된 축일이 두 가지(7월 5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축일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축일이 꼭 주일과 일치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주일로 이동하여 경축할 수 있다고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축일을 이동하여 기념하는 것과 “이동 축일”을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하여 정리를 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알아 두어 쓸모 있는 교회상식은 아닐 듯하지만.... 아무튼 축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고정 축일”이 있습니다. 12월 25일 성탄절(예수 성탄 대축일)처럼 달력의 날짜가 정해 있는 축일입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교회는 성모 승천 대축일로 축제를 지냅니다. 그리고 각 성인의 기념일이나 축일이 고정 축일에 해당합니다.(가톨릭대사전, “고정축일” 항 참조)

이와는 달리 "이동 축일"(유동 축일이라고도 합니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축일이 예수부활 대축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등이 있습니다. 달력상으로 딱 정해진 날짜가 없습니다(같은 책, "이동축일" 항 참조)

따라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순교자 대축일이나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은 날짜가 정해져 있는 고정 축일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 이 두 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한국교회는 더욱 많은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열정을 되새길 수 있도록 주일로 이동하여 축일을 지내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경축을 이동한다"고 하거나 "대축일을 주일로 이동하여 지낸다”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외국 교회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날을 대축일로 지내지 않습니다. 즉, 주일로 이동하여 지낼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각 지역의 교회에는 주되게 존경받는 성인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날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축을 이동하여 지내는 날이 되겠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출생지인 솔뫼 성지에 있는 아레나 광장의 벽화. ⓒ왕기리 기자

아무튼 한국교회에서는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을 대축일로 삼아 신앙 선조들의 열정을 우리도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7월 5일)이 이미 있는데, 9월 20일에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에 또 한 번 등장하는 까닭에 대해 궁금해 하시더군요. 음…. 그만큼 존경할 성인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축일의 제목을 달 때 목자가 대표자로 나오는 것이 의미 있어서 그리된 것이라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조사해 보니, 7월 5일은 김대건 사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날입니다. 그분이 순교하신 날도, 태어난 날도 아닙니다. 1925년 7월 5일에 다른 동료 순교자들 일흔여덟 분과 함께 시복되신 것입니다(기해, 병오 박해 순교자 79위가 이때 시복되셨습니다). 한국교회는 김대건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려 9월 26일을 한국 순교복자 축일로 기념하였습니다. 그 후 1968년에 병인박해 순교자 스물네 분이 시복되어 복자가 모두 103위가 되었습니다. 축일로 기념하던 날을 1974년부터는 대축일로 지냈습니다. 마침내 복자들이 1984년 시성됨으로써, 9월 26일의 순교복자 대축일은 폐지되고 9월 20일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을 기념하게 된 것입니다.(가톨릭대사전, “한국순교복자대축일” 항 참조) 

정리해 보면, 1925년 한국 순교자 79위가 시복된 날이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 날짜가 된 셈입니다. 그리고 한국 순교복자 모두를 기리는 날이 1983년까지 9월 26일에 축일/대축일로 기념되어 온 것입니다. 1984년 시성 후 지금까지는, 날짜가 바뀐 9월 20일에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을 위해 대축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9월에 순교 성인 대축일(공식적으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대축일”)이 자리 잡고 있기에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고 있는 것이고요.

날짜 설정 배경을 놓고 볼 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의 고유축일은 그분 개인의 축일로 기념하기 보다는 그 날 역시 한국순교성인들의 날로 기념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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