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성령강림대축일 전날 용산평화 미사 올려
문정현 신부와 한때 경찰과 대치..몸싸움

▲ 미사 전에 경찰의 채증으로 발생한 소란으로 경찰에 항의하던 문정현 신부.

아직 청명한 하늘아래, 성령강림대축일 전날 용산참사 현장에선 47차 생명평화미사가 이어졌다. 이날 독서에서는 노아의 홍수를 경험한 인류가 바벨탑을 쌓는 이야기였다. 성경엔 이렇게 전한다. "이것은 그들이 행하고자 하는 일의 시작일뿐"이라고. 응송은 이렇게 받는다.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

문정현 신부와 이강서 신부가 집전한 이날 미사가 있기 전에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사복경찰이 용산4구역을 휘젖고 다니며 사진 채증을 버젓이 하고 다녔고, 이를 발견한 문정현 신부가 항의하며 사진을 빼앗으려고 하자, 경찰들이 떼지어 몰려와 채증하던 경찰을 빼돌리고, '공무집행' 운운했던 것이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꼬박 지내고 있는 유가족들과 실무자들, 그리고 천주교 사제들은 매일 다반사로 겪는 참담한 광경이다. 문정현 신부는 "주변에서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고 그냥 잡아 가라고 해!"라고 항의해 보지만 공권력 앞에 소용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29일에는 새벽에 난데없이 용역들이 경찰의 묵인아래 들이닥쳐 사제들이 머물던 '평화의 집'이 포함된 건물 앞에 펜스를 치고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문정현 신부는 용역의 무릎에 깔린 채 땅바닥에서 뒹굴어야 했다. 이강서 신부 역시 그들에게 떼밀려 났다.  

이날 미사에서 문정현 신부는 강론을 통해 "오늘뿐 아니"라고, "전 국민이 애도하는 날, 아무리 합법적이라 해도 그럴 수는 없다. 연미사 드리느 동안 집기를 들어내고 '공무집행'이라니..."하며 분개했다.

이어 "성령강림이 뭣인가?" 물었다. "내가 제 명에 못 살겠구나, 연행되고 체포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권력 앞에 당당해지는 것 아닌가?" 하였다. 예수는 성령에 가득찬 분이라서 대사제와 바리사이파, 빌라도 앞에서 그러했다. "죽어도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했다. "제자들 역시 예수가 죽고 두려워 다락방에 숨어 있다가 성령을 내려 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문정현 신부는 자신도 경찰에 연행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때부터 침이 마른다고 했다. 두렵다고 했다. "그래도 경찰의 공갈협박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성령 때문"이라 했다. 마침 이날 미사에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이 많이 와 있었고, 문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순교자들이 다 그랬다. 그들도 성령을 받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새로와진 것"이라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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