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파리 가톨릭대, ‘사랑의 기쁨’ 주제 토론

수원가톨릭대학교가 파리가톨릭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이를 기념하는 컨퍼런스를 열고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을 중심으로 이혼자에 대한 교회의 시선들을 검토했다. 

9월 15일 협약식 뒤에 열린 컨퍼런스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과 현대 그리스도론의 동향”을 주제로 삼았으며, 파리가톨릭대 총장 필립 보르덴 몬시뇰과 신학부장 장-루이 술루티 신부, 수원가톨릭대 교수 김의태 신부가 각각 발제했다. 

‘사랑의 기쁨’ 저술 작업에도 참여한 윤리식학자인 필립 보르덴 몬시뇰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정과 이혼문제에 관한 교회의 사목적 권고인 '사랑의 기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양심과 식별’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사랑의 기쁨’ 8장을 중심으로 특별히 이혼한 뒤 재혼한 이들에 대한 ‘개인적 사목적 식별’을 다루며, “(이혼 뒤 재혼과 같은) 비정규적 혼인의 상황에서 어떻게 성사의 도움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는 윤리적 인간학에 기반하며, 교황은 인간이 그 자체의 한계로 인해, 그리고 그 한계 속에서 윤리생활을 하도록 신자들에게 ‘양심’이 주어졌음을 부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교회로 하여금 세 쌍의 양극성 즉 이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신적 은총과 인간적 성장, 믿는 이들의 양심과 그들 자신의 한계에 대해 갖는 구체적 인식 사이의 관계와 연결, 긴장상태를 요구한다”면서, “교황은 사목자들에게 자신의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복음에 응답하는 이들의 양심에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며, 양심의 존엄을 윤리성 다음 규범으로 지지한다. 교황은 양심의 대체가 아니라 양심의 함양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보르덴 몬시뇰은 “개인적, 가정적 삶에 있어 찾아온 변화가 무엇이든, 사람들은 침해할 수 없는 윤리적 존엄성을 간직하며, 이는 신적 은총이 인간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활동하기 때문”이라며 “그로부터 교회는 이혼한 뒤 재혼한 이들을 성찬의 식탁에서 배제시키는 것 외의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목적 변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사랑의 기쁨’은 은총의 선물로서 ‘참회’를 강조하고 참회는 세례받은 이들의 윤리적 존엄성을 이루는 한 요소라면서, “참회로 열어 두는 것은 사랑을 현실적으로 승리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죄는 은총에 절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영원히 단죄될 수 없다. 이는 복음의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사랑의 기쁨’ 297항)

9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가 파리가톨릭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이를 기념하는 컨퍼런스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보르덴 몬시뇰은 ‘사랑의 기쁨’이 주는 메시지는 각자 가진 고유한 ‘한계’, ‘제한’을 감추지 않고 사랑의 길 위에서 서고자 하는 열망과 그 기쁨 안에서 시작하도록 하는 힘을 지닌다며, “교회는 화해의 직무와 은총의 활동에 대한 충실함으로 어떠한 경우에는 (성사 생활에 대한) 결합을 풀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를 인정한 위에서 참회하고,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의 존엄성, 성장을 위한 식별을 강조한 보르덴 몬시뇰은 “교황은 한 번도 성사혼이 깨질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혼 후 재혼 역시 새로운 성사혼이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일정기간 그들을 죄의 상태에 묶어 두고 그들이 자신의 죄의 무게를 깨달은 뒤에는 그것(고해성사와 성체성사)을 풀어 줄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사명은 그들을 영원히 죄의 상태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오랜 참회의 전통에 의해 풀어 주기 위한 묶음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의태 신부는 “‘사랑의 기쁨’에서 제시한 혼인문제에 관한 사목적 접근과 한국교회의 수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김 신부는 먼저 ‘사랑의 기쁨은 지체 없고 솔직하게 교회에 대한 자기반성을 보여 준다면서,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교회의 이상주의가 만들어 낸 이혼에 대한 인식, 고질적이고 끊임없는 이혼에 대한 배척 문화, 모든 문제를 먼저 윤리적이고 규범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려는 습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사회는 2016년 기준 이혼이 10만 7300건으로 아직 OECD 평균치이지만, 이혼이 매우 크게 늘어나는 나라라고 설명하면서, “한국교회가 이혼과 관련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종교와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낮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결혼의사에 상관없는 동거에 가장 높은 동의를 보인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2016년 기준 이혼이 10만 7300건으로 아직 OECD 평균치이지만, 이혼이 매우 크게 늘어나는 나라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김 신부는 이와 관련해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기준에서 비롯돼 현실과의 괴리로 인식되고 있으며,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혼인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접근이라기보다 가정의 도덕과 신앙, 교의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회법전에서는 이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교회 안에 이혼이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다는 인상을 주며, 교리서는 ‘이혼’에 대해 언급하지만 거의 범죄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고 했다.

그는 불가해소성이라는 혼인의 근본적 특징을 부정하거나 이혼을 긍정하기 위함도 아니라면서도, “한국교회의 이혼, 이혼가정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이에 대해 ‘사랑의 기쁨’이 가정을 바라보는 출발점은 가정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려는 현실주의적 시선에 있다면서, 과거 사목적 접근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기쁨’은 교회가 “사랑 안에서의 성장”을 소홀히 하는 가운데 자녀출산, 교리 및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현재 가정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야기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지적한다며, “‘사랑의 기쁨’은 먼저 어려운 혼인 현실에 있는 이들에게 존재하는 약함에 주목해야 하며, 그 약함이 구원의 역사 안에 있고, 은총의 장이며, 교회는 가정이 지닌 그 약함을 동반, 동감하며, 식별을 통해 고유한 방법으로 본질적 목표를 향한 여정을 계속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한국교회가 ‘사랑의 기쁨’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제에 대해, “동감-동반-식별-통합”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현재 한국교회에서 드러나는 ‘이혼’과 관련된 문제들은 모든 문제를 윤리적이고 규범적 잣대를 내세우는 습성”이라며, “교회의 태도와 역할 변화, 사목자의 판단 기준으로서 ‘내적 법정’에 대한 명확한 신학적 매뉴얼 마련, 이혼 후 사회적으로 재혼한 이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봉사직무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통합”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루이 술르티 신부는 ‘그리스도론의 다원주의와 예수의 개별성’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구원론적, 설화적, 조직적 관점의 그리스도론을 설명했다. 

술르티 신부는 “이 세 관점은 나자렛 예수의 모습을 하나의 개념이나 상징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증해 준다”며, “오늘날 그리스도론은 신앙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스도론만을 특권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거부한다. 현재 제시되는 다른 그리스도론은 존재론적 관점과 20세기까지 복잡학게 발전한 역사적 비판의 유산 사이의 긴장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