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40년대 일제하 활동으로 "친일인명사전" 포함
바티칸에서 한국 천주교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시작된 가운데,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화가 장우성(1912-2005)의 그림이 전시에 포함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시인 김유철 씨는 “장우성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들어 있다”며 “민족 문제에 있어서는 (교회의)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씨는 “민족적 감정에서 반대하다시피 하는 친일 작가가 그렸다는 것이 수치스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부끄러운 게 무엇인지 모르면 죄가 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천주교가 친일 청산을 못하고 있는 것”이 “원죄”라면서 “이 원죄를 어떻게 씻을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특히 장우성에 대해 연구소가 문제제기했던 것은 이순신 장군 등 그가 그린 표준영정 문제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방 실장은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영정은 바뀌었지만 그 밖에는 바뀐 것이 없다며, “표준영정 중 특히 독립운동가 등의 것을 친일미술가가 그리면 되겠냐는 문제제기였고 그의 작품 전체를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바티칸박물관 특별기획 전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 현지시간 9월 9일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187점의 한국 천주교 유물을 선보이며, 흰 한복 차림의 성모가 등장하는 ‘성모자상’(1954),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성모자와 순교복자’ 등 장우성의 작품 3점도 전시됐다.
“친일인명사전”의 ‘장우성’ 항목에 따르면 그는 1930년 이당 김은호의 문하생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한국화가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 동양화부 입선을 시작으로, 특히 제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43년 연이어 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1943년 6월 16일 <매일신보>에는 전날 조선총독부에서 열린 조선미술전람회 시상식 답사에서 장우성이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총후(후방) 국민예술 건설에 심혼을 경주하여 매진할 것을 굳게 맹세하는 답사”를 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해방 뒤 장우성은 서울대 예술학부 교수로 일했고, 이순신, 권율, 정약용, 유관순 등 여러 영정을 만들었다. 2001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금관장 등 여러 차례 훈장도 받았다.
한편, 그의 후손들은 2009년 “친일인명사전” 기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억울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향신문> 2009년 10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그의 후손들은 “장 화백은 스승인 이당의 지시에 의해 하는 수 없이 결전미술전에 출품했던 것이고 ‘결전미술전’에 내려던 ‘부동명왕’은 운반 중 훼손돼 출품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장우성은 2004년 서울 자택에서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세례 및 견진성사를 받았다. 세례명은 요셉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