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오 빌라도처럼 이명박 정부의 부정한 이름도 기억될 것..
정의구현사제단, 투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한국천주교회 차원에서 두번째 추도미사가 봉헌되었다. 이는 당일 새벽 봉하마을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추도미사를 봉헌한 뒤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과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사회적 복음을 갈망하던 이들이 공동으로 봉헌한 것이다.

이날 미사는 김병상 몬시뇰(인천교구)의 주례로 열렸는데, 참석자들은 명동성당 본당뿐 아니라 꼬스트홀까지 가득 메워 약 3천여 명이 기도와 눈물로 미사를 진행했다.

미사 강론에서 김병상 신부는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가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화합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김 신부는, 우리가 지난 몇 달 간격으로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한국 사회에서 “바보”라고 불리던 두 분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럽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지금 전 국민이 한없는 충격과 허탈과 슬픔 속에 빠져 있으며 "오늘 저녁 우리를 이 자리에 모이게 만든 것도 이 슬픔과 충격"이라고 했다. 

"어렵사리 사법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함으로써 돈 잘 버는 법조인의 길을 포기한 바보로서, 이 땅의 민주화를 제도정치 안에서 구현해 보려고 낙선에 낙선을 거듭하면서 영남인들의 지역감정에 맞서던 바보로서, 대통령이 되어서도 경찰, 검찰, 국정원이라는 공안기관을 개인적 집단적 이기심에 전혀 동원하지 않았던 바보로서, 혼탁한 한국정치판에서 현대사에 가장 깨끗하게 국정을 수행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적으로 확립하고, 한미관계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에서 균형을 도모한 바보로서, 퇴임하고서도 바보처럼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꾼이 다 되어 손녀의 유모차를 끌고 봉화 마을을 찾아오는 방문자들을 따뜻이 맞이하던 삶이, 그분의 비극적 최후와 더불어 국민의 정치적 양심과 우리 크리스천들의 신앙에 깊은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저녁 이곳에 모였습니다." 

한편 김 신부는 이 추도미사가 본래 "한국천주교 주교단이 집전했어야" 했으나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등 단체들이 주관하게 된 데 유감을 표명했다. "1979년 10월 26일, 고박정희 대통령이 술자리에서 부하에게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명동대성당에서 공동으로 추도미사를 집전"했기 때문이다. 

이어 이날 참석한 사제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색 영대가 아니라 부활절의 기쁨을 상징하는 흰색 제의와 영대를 입고 있다"면서 조문행렬을 통해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그분이 살아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권보호와 민주화를 위하여 투신해온 그분의 인생 여정으로 미루어, 우리는 그분이 죽음을 결행하는 순간 자기 육체의 자그마한 테두리에서 벗어나와 한반도 역사와 운명 전체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곳에서 하느님 눈에 의롭고 평화로운 방향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밀고 가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으리라는 것이 우리 신앙에서 우러나는 확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신부는 민주열사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독재와 반민족, 반인권의 범죄자들이 동족에게 자행하는 죄악을 도맡아 짊어졌던 무고한 희생자들의 신음과 눈물을 도맡아서 지고 가신 봉헌"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가 미사 때마다 입으로 고백하는 대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의 모습을 닮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분이 세례 받고서도 정규적인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흠잡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분이 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Deus caritas est)」에서 가르치신 “사회적 사랑”(caritas socialis)를 살아간 신앙인이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서 25장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최후심판에는 우리의 세례명, 우리의 주일미사 참례, 판공성사, 교무금 납부에 관해서 심판자께서 한 마디도 묻지 않으심을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으로 분단되고, 영호남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부귀와 권세를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층과 분배를 요구하는 빈곤층으로 대립되어 있음을 항상 개탄해 왔다"면서 "그러나 현 정부는, 국민의 커다란 지지를 받으면서 집권하자마자, 잃어버린 10년!을 복창하면서, 그래도 그 10년간 이루어진 국민의 화합과 정치사회의 소통을 깨뜨리는데 앞장섰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 신부는 현 이명박 정부등 수구 기득권층이 공포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과 실무자들을 합법적 임기 중에 내쫓았으며, 경찰은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용산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이고도 되레 희생자 가족들을 구속하는 철면피에서도, 국민은 당신들의 겁먹은 눈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나아가 "지난 10년간 정부가 이룩한 모든 치적과 정책을 무너뜨리고 폐기하고 기억에서 말살시키는 수작"을 부리고 있으며, "일본식민시대를 그리워하고, 대한민국 헌법전문에 명기된 4.19 정신을 폄하하고, 민족의 정기인 3.1 정신을 멸시하고, 대한민국의 모체인 임시정부를 무시하는 발언과 조처가 예사로 자행되고, 이런 반민족 행위를 이념으로 삼는 단체들이 결성되는 허세 뒤에서" 공포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신부는 "유대인 지도층이 예수님을 처형한 다음에도 예수의 무덤에 경비병을 세웠듯이, 요 며칠간, 이미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조의를 표하러 창덕궁 대한문 앞으로 모여오는 시민들을 전경들로 에워싸서 위협하고, 시청 앞 광장에 못 들어가게 전경버스로 둘러치고, 촛불만 보면 눈이 뒤집히던 그 치졸함"에서 그들이 사로잡혀 있는 공포를 읽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신부는 "이 정권을 에워싸고서 증오와 분열과 전쟁을 부추기는 수구언론과 수구성직자들과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다. "현 정부에 측근인 일부 성직자들의 극단적인 언행은 마치 한국에서 종교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반정부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을 모조리 학살하라고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제발 부탁이니, 사랑의 하느님의 복음을 설교하는 성직자가 민족과 국가사회에서 증오와 분열을 가르치는 전도사가 되지 말라"고 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며, 검찰을 믿지 않는 것은 검찰은 "1980년 군사반란을 일으켜 광주시민을 무수히 학살하고 7000억과 4000억을 부정으로 축재한 전두환, 노태후 전직대통령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집단"이며 "사제단이 뇌물공여자로 폭로한 삼성재벌의 수천억 불법상속이나 뇌물공여를 무혐의 처리한 집단"이며 "무수한 조작간첩사건들과 긴급조치위반 처벌 등의 인권유린과 반민주 악행" 저지른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한민국 검찰은 전직 대통령들의 공적과 기업인의 공헌을 정치적으로 고려하여 7000억, 4000억, 8000억 부정축재를 조사도 하지 않거나 불기소하는 지극히 관대한 집단"이므로, "최고통치자의 의지와 결단이 없었다면, 한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 대통령 본인 몰래 십 몇 억을 기부 받은 사건을 저렇게 다루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물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망교회의 독실한 신도"로서, 세계 20억의 크리스천들이 주일마다 성당과 교회에 모여 함께 염송하는 '사도신경'의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음을 믿나이다.”라는 귀절을 인용하며, "그처럼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역사는 수백 년을 두고 '이명박 정권하에, 임채정 검찰총장의 기획수사에 의해서, 대한민국 제 10대 노무현 대통령이 죽음을 당하였다.'라는 구절을 새기고 되풀이하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사 중에 정진호 신부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대표해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추도사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 그 세상은 당신이 시대에 투신했던 세상이고, 이젠 역사에 투신한 세상이 되었다"면서 "투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제 우리는 진보하겠다"고 결의를 밝히면서 "민주와 인권과 자유와 통일을 향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니 지켜봐 달라고 고인에게 부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주님, 당신의 정의로 저를 이끄소서.
제 앞에 당신의 길을 바르게 놓아 주소서.
그들 입에는 진실이 없고
그들 속에는 흉계만이 들어 있으며
그들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고
그들 혀는 아첨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그들이 죗값을 받게 하소서.
자기들의 음모에 빠지게 하소서.
그들의 죄악이 많으니 그들을 내치소서.
정녕 그들이 당신을 거역하였습니다.”(시편 5, 9-11)

노무현 당신은 바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민중의 승리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2002년 12월 19일!
우리는 한순간도 TV에서 눈을 띌 수 없었고,
동시에 터져 나온 함성은 모두를 눈물짓게 했습니다.
시대에 투신(投身)한 당신이, 아니 당신을 선택한 우리가
승리하였기 때문입니다.
실로 민중의 값진 승리, 그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신 분,
그분이 당신이었습니다.

민중은 노란 손수건을 흔들었고, 돼지 저금통으로,
지나온 부정과 불의와 부패에 항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작은 진정성 하나로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가슴 벅찬 현실을
우리에게 선물로 선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도취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우리는 승리를 만끽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니 승리를 맛보고 살아보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해 보지만,
역사에 대한 미숙한 경험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유린당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벌이는 교묘한 술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논리가 아니었습니다.
앞뒤말 자르고 당신을 옥죄었습니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로 시작해서 ‘놈현스럽다’면서 당신을 밀어내었습니다.
당신은 말만 잘한다고 치부해 버렸습니다.
그 후론 당신이 무슨 말만하면 말로 뭉개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마음이 아픈 건, 나도 거기에 동조했었다는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그들의 얄팍한 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당신을 벼랑으로 내몰았습니다.

당신은 언젠가 이런 추도사를 했습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 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위에서 우리 국민들이 함께 상생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4. 3사건 추도사 중에서)

당신은 역사의 상처를 아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민중의 아픔을 알았습니다.
민중의 가슴 속에 묻어 있는 삶의 질곡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당신은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언제나 내려오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대통령스럽지' 못하다고 비난받았습니다.
그것이 당신과 민중을 분리시키려는 이들의 분열책동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철저히 분리시켰고, 우리는 멍청히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무지가 낳은 결과입니다.
그들이 당신만을 끌고 갈 때, 우리는 당신이 살아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은 영영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닙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진정성을 믿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시대의 아픔에 깊이 빠져 있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거대한 권력과 싸우고 있다는 심각한 상황을 외면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죽여 버렸고, 그래서 상실했고,
진정 당신을 잃었습니다.

당신은 생전에 감명 깊게 본 영화로 ‘쉰들러 리스트’를 꼽았습니다.
그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 있습니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한 생명의 희생으로 세상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투신(投身)은 온 몸으로 당신에게 옥죄어 왔던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버리고자 했던 몸부림이었습니다.
그 죽음의 그림자, 지금 우리를 분노케 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 슬픔의 이유는 당신의 죽음을 방기(放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안일은 4대강을 살리고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생명이 불에 타죽고
방송장악 음모에 노출되었습니다.
모든 권력이 당신으로 인해 얻었던 자유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빼앗기고 보니 당신의 위대함이 새삼 크게 다가옵니다.
이것이 못난 당신의 민중입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예감(豫感)이라도 했듯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낙향하였습니다.
촌부, 당신의 본래 고향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곳이 삶의 원천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당신이 서슴없이 선택해 갈 곳이 거기뿐이었다는 것을 아는 당신,
당신은 진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 그 세상은 당신이 시대에 투신했던 세상이고,
이젠 역사에 투신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세상에 투신을 하였고, 우린 그 의미를 이제사 깨닫습니다.
투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몸으로 말해주었던 것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몰려드는 저 인파들을 보며, 저들 마음속에 심어준
사람 사는 세상의 의미가 이미 던져져 있었음을 봅니다.
당신은 자신을 세상에 던짐으로써 세상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진보하렵니다.
결코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강한 열망을 얻었습니다.
하나씩 나아가면서 민주와 인권과 자유와 통일을 향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당신의 고귀한 뜻이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당신은 한 점 부끄러움을, 자신의 온몸을 투신함으로써
마지막 남은 자신의 존엄을 지켰습니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편히 가십시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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