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기필코 부활해야 한다

▲ 봉하마을 진입로에는 수많은 만장이 세워져 있다. 만장이 깃발이 되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새기는 것 같다. "사람사는 세상이 되길". (사진/김유철)

2000년 무렵에 고 윤한봉 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노무현 씨가 왔으니 함께 아침을 먹자고 했다. 금남로 3가에 있는 무등산이라는 식당에서 예닐곱 명이 추어탕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지없는 촌놈 모습에 순한 눈빛이 좋았다. 헤어져 오는 길에 한봉 씨가 나더러 “형님, 노무현이가 대통령이 되면 혁명이겠지요?” 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때다. 노무현이 제주도에서 2등인가 하고 나서 광주에서 경선을 할 차례였다. 광주 사람들은 노무현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얼마 나오지 않았다. 광주 선후배들이 줄곧 모여서 고민을 거듭했다. 노무현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신문에 의견광고를 내기로 했다. 실력 있는 후배가 초안을 잡았다. 내가 밤에 그 원고를 손보았다. 다음 날 아침 글쟁이들과 다방 귀퉁이에 앉아서 원고 검토를 마쳤다. ‘아름다운 바보, 그를 믿습니다’ 라는 광고 글이 한겨레신문에 8단통으로 실렸다. 선거인단에 속한 사람들이 그 내용을 읽게 되었다. 극적으로 노무현이가 광주경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광고가 내 이름으로 나간 탓에 서울 검찰청에 불려가 7시간 조사를 받고 재판에서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선거법 위반 선고로 각각 300만원 벌금을 물었다. 나는 5년간 공민권(투표권)을 행사할 수가 없게 되었다.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우리가 내심 기대한 만큼 혁명가는 아니었다. 이라크 파병을 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교육혁명, 비정규직 문제 해결, 서울 아파트 값 내리기 등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2,500만 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려 무진 애를 쓰고 남북 화해와 상생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노무현이가 싫었다가 좋았다가 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 노무현이나 뒷날을 대비하지 못하고 말았다.

2007년 대선에서는 하나로 똘똘 뭉친 한나라당이 500만 표 차이로 대승을 거두었다. 우리는 절망하는 가운데서도 남북문제 하나만이라도 잘 풀어줬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다. 집권한 지 일 년 반 만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 우리 편이 모두 쫓겨났다. 후퇴하는 혁명이 일어났다. 남북 사이도 끊겼다. 이미 우리 국민이나 겨레나 노무현이나 죽을 지경이 되었다.

한나라당과 검찰과 조중동은 치밀했다. 다음 대선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노무현의 도덕성을 무너뜨려 우리 편 숨통을 끊어놓으려 작정했다. 비겁하고 더러운 작전을 펼쳤다. 노무현에게 포괄적 수뢰죄를 뒤집어씌우려 들었다. 노무현은 증거를 대라 했다. 또 친한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부인을 개인적으로 조금 도와준 것이 어떻게 청탁성 뇌물이 될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사죄했다. 불구속 상태든 구속 상태든 법정 다툼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만신창이가 되고, 재판에서 이긴다 해도, 부인과 자식들이 죄를 뒤집어쓰게 되어 있었다. 동시에 민주세력이 몰락하게 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 복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피울음을 울었다. 

▲ 28일 새벽 봉하마을 찾아 추도미사를 앞두고 깊은 생각에 빠진 한 사제.(사진/김유철)

노무현은, 전태일 열사처럼, 조성만 열사처럼, 스스로 목숨을 내놓기로 결단을 내렸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목숨을 바친 다음 자연(하느님)의 품에 안기겠다 했다. 예수도 밤중에 올리브 동산에서 엎드려 피땀을 흘리면서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4,42) 라고 부르짖었다.

고뇌와 기도 끝에 적들에게 죽임을 당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죽기 전에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라고 기도드렸다. 노무현도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그토록 애쓴 자기 활동, 인생이 실패한 끝에,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가기보다 목숨을 바쳐 자기가 옳았음을 증명하기로 했다. 스스로 목숨을 내놓았다.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였다. 자기 사람들(‘모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지금 목격하다시피, 노무현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예수가 말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우리 국민도, 우리 겨레도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다. 솟아날 구멍이 있다. 노무현이 예수처럼 목숨을 바쳐서 다시 살아날(부활할) 길, 살길을 열어놓았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길을 가야 하듯이 우리 국민도 노무현이 열어놓은 길을 가야 한다. 온 국민, 온 겨레가 골고루 함께사는세상을 이룩해야 한다. 우리 편이 똘똘 뭉쳐 우리도 살고 상대편까지도 회개시켜 살려야 한다. 함께 살아야 한다. 다음 지방선거, 총선, 대선에서 반드시 우리 편이 이겨야 그렇게 할 수 있다. 시민세력, 민중세력,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

당장 공통분모를 찾아서 공동정책을 마련하여 제시해야 한다. 정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 문성근, 박원순 같은 사람(숱하게 많다)을 다음 대선 후보로 지금부터 내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지고 갈라져서 정당마다 후보를 내면 필패다. 우리 국민이 죽고 우리 겨레가 죽고, 노무현이 다시 죽는다. 우리 국민, 우리 겨레, 노무현은 기필코 다시 살아나야 한다. 부활해야 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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