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노동열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고

3월 29일 이후 두 달 동안 용산참사 현장 ‘남일 당’에서 밤낮을 지내고 있다. 다섯 분의 영정을 모신 분향소가 삶의 중심이다. 시신을 모신 순천향병원 4층 영안실도 오가고 있다. 희생자 다섯 분 가족 전체가 기거하고 범국민대책위가 활동하는 곳이다. 집행위원 세 명은 사전구속영장 혹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영안실은 현관에서부터 버스와 병력으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둘러싸여 있다. 세 명을 체포하기 위하여 물샐틈없이 감시한다. 와서 보라! 때로는 바로 아래층까지 공격하듯 다가와 소방호스로 대항하기도 한다.


남일 당 분향소도 마찬가지다. 분향소는 인도 하나 사이를 두고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다.
밤낮없이 버스의 공회전엔진소리(80dB)에 살 수가 없다. 하루건너 마찰이다. 남일당 주변 공간마다 정복 사복경찰과 섞여 살고 있다. 경찰은 용역깡패인지 구청직원인지 모를 지경이다. 경찰은 일거수일투족에 대하여 분별없이 공격한다. 매일 격돌이다. 경찰은 유가족을 순찰차에 실어 경찰서에 데려다 놓고 들어다가 길에 버리듯 내려놓고 도망친다.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연행이다. 종잡을 수 없는 공권력과 대치하고 있다. 상주 자는 부상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도 온 몸에 상처투성이다.


이런 속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 전국에서 온 사제들이 동참하고 있다. 첫 날만 혼자였다. 다음 날부터 전국의 교구신부 수사신부들이 번갈아 미사에 동참한다. 수녀님들도 개별적으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먼저 분향소 영정 앞에 분향을 하고 헌화한다. 지금 분향소는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최근에는 초까지 봉헌한다. 꽃과 촛불로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며 희망을 키우고 있다.


참사 128일 째다. 정부는 아무 응답이 없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스스로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인 듯하다. 웬일인가! 대전에서 박광태 노동 열사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맞았다. 웬일인가! 용산참사, 노동열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이은 죽음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이명박 정권이 죽였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죽음의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나온 생각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내내 탄압만 받았다. 효순, 미선의 촛불, 이라크 파병반대, 부안 핵폐기장 반대,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연이은 탄압만 받아온 터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런데 왜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이명박 정권의 무차별 살인행위에 대한 반항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말하지만 그러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쌓아올린 민주의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전율을 느끼던 터다. “이명박 정권은 살인 정권이다.” 공통분모다. 용산참사, 노동자의 죽음, 두 분모에 전 대통령의 죽음이 공통분모가 되어버렸다.


살인 정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정권도 전전긍긍 살얼음을 걷는 격이다. 시청광장을 내줄 수도 안내줄 수도 없는 형국이다. 국민장이라지만 이명박 정권과 애도의 인파는 동상이몽이다. 어떻게 풀릴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진실규명이다.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기록 3000쪽을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실규명을 회피하려는 의도 외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노동자 박광태와 전 대통령 노무현이 왜 죽었는지 밝혀야 풀릴 문제다. 진실이 사태해결의 토대다. 진실에 승복하지 않고는 사태를 더 크게 키울 뿐이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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