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새벽 5시 30분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사제 70여명과 400여 명의 신자들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서 추도 미사를 올리고 조문했다. 

이날 강론을 맡은 김인국 신부(사제단 총무)는 "노 전 대통령의 육신은 부서졌지만 그 혼과 정신은 국민들 마음에 살아있고 몸은 바위 아래로 떨어졌지만 정신은 드높아졌다"며 "노 전 대통령처럼 벼랑끝에서 쓰러져간 다른 모든 분들을 위해서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자살을 하지말라는 계명은 생명이 본디 하느님의 소유이므로 스스로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는 비록 자살이지만)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므로 구원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은 예수의 하느님나라와 닮았다. 존엄사하지 못한  당신 앞에 헌신과 분발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마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은 빈소에서 분향하고, 다시 발걸음을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당일 오후 7시에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위령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노무현 대통령 위령미사 강론 (봉하마을 빈소에서)

부엉바위는 부활과 승천의 자리였습니다!



사람들이 존엄사 문제로 시끌벅적 논쟁을 벌이다 잠든 그 시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님은
세상 아무도 모르게
‘외롭고 슬픈 작별’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아래로 떨어지셨다’는 비보를 들으며 주님승천대축일을 맞이한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신’ 승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몰라
참 난감하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역시 존엄사라고 할 수 없는 비참한 최후였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슬프고 외롭게 가셨습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별자리에서 쫓겨난 ‘착한 별’이셨습니다.
또 주님께서 고독하게 하직을 고하실 때
우리는 모두 그분을 두고 아주 멀리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부활 승천의 감격은
이런 모든 부끄러움과 아픔 후에 벌어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하느님의 역사였습니다.

벌써 엿새 째
복잡한 도심이나 고요한 산골을 가리지 않고
잠시도 쉼 없이 도도하게 이어지는 백만의 추모 물결과
이 땅 구석구석 높이높이 피어오르는 분향의 향기는
부활승천의 저 장엄했던 장면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일제히 한 자리에 모이던 바로 그날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국민들의 뜨거운 눈물 속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영혼을 정화시키는 슬픔의 놀라운 힘을
새삼 경탄하게 됩니다.
죽어서 더 크게 산다는 생명의 신비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사랑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의 최후에서 투신과 봉헌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전 당신께서 보여주신 희망과
또 놀랍게 마련해 주신 새로운 희망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옛날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렸노라 하시던 사도 바오로처럼
당신께서도 이승의 수고를 훌륭히 마치셨으니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부디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편히 쉬십시오.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은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를 꼭 닮았습니다.
임의 간절했던 소망을 향하여 공손히 경배 드리며
삼가 저희의 분발과 헌신을 약속하나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