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신부] 9월 3일(연중 제22주일) 마태 16,21-27

마태오 복음은 마르코 복음과 다르게 베드로의 신앙고백 후 교회의 설립에 대해 이야기한다.(마태16,16-20) 오늘 복음은 교회의 설립 이후에 베드로에게 사탄이라고 힐난하는 예수의 이야기와 참으로 예수를 따르는 길을 제시한다. 오늘 복음을 중심으로 마태오 복음의 이야기 흐름은 이렇다. 예수의 신원, 베드로의 신앙고백, 그 위에 교회의 설립, 그리고 그 교회는 예수의 수난과 그 수난에 동참하는 삶을 살아갈 또 다른 예수를 찾고 있다. 이 모든 게 이 세상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일이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인간의 일과 다른 것, 예컨대 주일에 미사 참례하고 봉사하고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머리에 띠 두르고 생활한복 입고 빨간조끼 입으며 세상의 갈등 속에 뛰어들어 한 소리 얹어 놓는 것일까.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신념을 가지든 하느님 일의 출발은 자신을 버리는 데 있다. 저마다 가지는 신념과 사상, 그리고 그 실천이야 버릴 수 없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고 변한단들 또 다른 신념과 사상이 사람의 삶을 관통하거나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버리는 건, 무엇보다 ‘제 십자가’를 지는 일이다. 또 궁극엔 ‘자기 목숨’을 구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자면,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보상을 받을 ‘그날’을 염두에 둔 일이어야 한다. 요컨대 ‘자신을 버리는 것’은, 하느님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예수를 향한 신앙이 이데올로기가 되지 않으려면 제 모습, 제 본디 모습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회복은 한순간에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에 따라 휘둘릴 것도 아니다. 항구히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 제 삶이 무엇인지 찬찬히 사유하는 작업이 유지되어야 한다. (24절의 ‘따르다’ 동사는 현재형으로, 지속적이고 일관된 행위를 가리킨다.) 그 작업의 끝은 물론 예수의 신원, 하느님의 일 안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 인간이 제 모습을 찾는 건, 하느님의 모습을 찾는 것이고 서로를 향한 연대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의 모상으로, 인간 서로를 알맞은 협력자로 창조하셨다.(창세 2,18) 인간이 제 모습을 찾는 건, 하느님의 모습을 찾는 것이고 서로를 향한 연대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고쳐 말하면, 인간 본연의 모습은 사랑이어야 한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요약되는 율법의 핵심 가치를 사는 게 인간이 본디 모습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 일을 위해 우리는 미사도 참례하고 ‘빨간 조끼’도 입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인간은, 그리고 그 인간이 모인 교회는 완전하지도, 거룩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베드로처럼 교회는 언제든 사탄이 될 수 있고, 언제나 예수를 따르는 길을 점검하고 살펴야 할 숙제를 지니고 산다. 하여, 인간 본연의 모습, 참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되새겨야 할 것은 하나다. 우린 서로 사랑하는가, 아니면 제 이데올로기에 취하여 서로에게 삿대질하는가, 하는 것이다. 요한묵시록에 ‘니콜라오스파’가 나온다. 니콜라오스파는 초대교회 때 나름 열심했던 신앙인의 무리였다. 열심이 다른 게으르고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그 소외의 결과는 사람의 아들인 예수로부터 질책당하는 것이었다. 제 목소리가, 제 신념이 아무리 옳더라도 사랑의 자리, 연대의 자리에서 함께 아파하지 않고 저들끼리 옳음을 강변하는 건, 사탄의 짓이다.

사랑의 자리, 연대의 자리는 늘 시끄럽고 부끄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연대할 수 있는 여유, 그게 신앙이다. 요즘 교회 일각에 시끄럽고 부끄러운 일들이 많다. 우리 집안에 시끄럽고 부끄러운 일이 있으면 집안 사람들과 함께 회초리 맞는 게 옳지 않겠나. 우리는 '공동의 집'에 함께 사는 한 형제요 자매임을 기억하자.

 
 

박병규 신부(요한 보스코)

대구대교구 성서사도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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