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탈세속화 사회로 가고 있는가?] - 한국사회의 종교인구 증가와 천주교 신자 증가

사람들의 지성이 높아지면 종교는 사라지게 될까? 20세기 중반까지 종교사회학에서는 개인의 이성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종교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세속화(secularization) 이론이 우세했다. 서구 유럽의 텅 빈 성당과 교회의 모습은 이 세속화 이론의 확실한 증거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교회 밖으로 떠나가도 종교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스도교 교회는 떠나도 다른 대안 종교, 다시 말해 동양종교나 영성운동 등 다른 형태의 종교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종교를 믿는 인구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20세기 중반이후에는 사회가 발전해도 종교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탈세속화(desecularizaion) 이론이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 사회도 외형적으로는 이 탈세속화 이론처럼 종교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통계청 인구센서스 조사는 1985년부터 10년 마다 종교인구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인구는 1985년 42.6%, 1995년 50.7%, 2005년 53.5%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20년 사이 10% 가량이 늘어났다. 종교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는 10세 미만으로 20년 사이 15.4%나 증가하였다. 10대의 경우도 11.7%나 증가하였는데, 자녀 연령대의 종교인구가 많이 늘었다는 것은 가정 내 신앙전수가 강화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탈세속화 이론만으로 특징짓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종교인구가 8.1% 증가한 데 비해, 1995년부터 2005년까지는 2.8%로 증가세가 더디어졌다. 게다가 연령별 종교인구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종교인구는 전반적으로 늘었지만, 30-40대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약 4~5% 정도 감소하였다. 특히 30대는 10년 전에는 종교를 믿는 인구가 더 많았으나, 2005년에는 무종교인의 비율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30-40대는 남녀 모두 종교인구가 줄었지만, 30대는 여성이 7%나 감소하였고, 40대는 남성이 5%, 여성이 4% 정도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처럼 30~40대 청장년층,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종교에서 떠나는 현상이 감지된다. 이는 신자가 크게 늘어난 천주교를 제외하고 불교와 개신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불교에서 30~40대 신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종교인구가 크게 늘었던 1985년과 1995년 사이에도 불교의 30대 인구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였고, 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템플스테이나 동양 영성수련 등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젊은 불교신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통계상 수치로 볼 때 그런 활동이 곧바로 불교 신자가 되는 것으로 연계되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믿는 종교가 없다. <브리태니커 2008년 연감>에 따르면 전 세계 무종교인의 비율은 11.7%이고, 무신론자가 2.3%로, 모두 합해 14% 정도만 믿는 종교가 없는 셈이다. 아시아는 무종교인과 무신론자의 비율이 각각 15.4%와 3.2%로 다른 대륙에 비해 높은 편인데, 한국은 이보다도 믿는 종교가 없는 이들이 훨씬 많다.

물론 특정 종교 신자가 아니어도 유교적 사고방식이나 무속적 심성 등 개인 안에 담긴 종교적 심성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인 중에 온전한 무종교인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자신이 특정 종교의 신자라고 정체성을 갖는 이들은 절반에 그친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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