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당연한 일....진상규명 과제 남아"

김훈 중위(요한 비안네, 1998년 사망)가 순직 처리됐다.

국방부는 8월 31일 열린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김 중위, 임인식 준위 등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 사망자 5명을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훈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의 벙커에서 권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1차 수사를 맡은 군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자살’로 발표했지만, 유가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언론은 타살과 사건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간 대법원, 의문사위 등에서 ‘진상규명불능’ 판정을 받았던 김 중위는 이번에 ‘GP인 JSA 내 경계부대 소대장으로서 임무수행 중 벙커에서 사망형태 불명의 사망’이 인정됐다.

김 중위 사건의 진상규명활동을 해 온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대건 안드레아)은 “당연히 됐어야 할 일”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국방부를 제외한 모든 조사기관, 법원까지도 자살이 아니라고 하고 타살 의혹이 있었다”며 “그동안 국방부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 가족에게 고통을 줬는데 순직 처리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순직 처리됐다고 진상이 규명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 2014년 2월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에서 봉헌된 김훈 중위 16주기 추모미사 제대에 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2009년 군의문사 진상규명위는 진상규명불능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12년 국민권익위가 육군참모총장에게 진상규명불능으로 순직 처리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동안 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천주교인권위는 1998년 5월 김 중위 유가족의 진정을 받고 진상규명 사업을 결정했다. 같은 해 9월 천주교인권위 주관으로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법의학 공개토론이 열렸고, 매년 김 중위 기일에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예비역 중장인 아버지 김척 씨(라우렌시오)는 추모미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김 중위가 자살로 숨지지 않았다는 근거를 제시해 왔다.

김 씨는 “순직 인정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진정한 희생자 명예회복이 되려면 군 지휘부가 국민에게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국방부와 군이 19년간 김훈 중위를 자살자로 몰고, 다른 국가기관의 결정과 언론 보도를 무시한 데 대해 용서를 청해야 유가족도 이를 김 중위의 명예회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순직 결정 뒤 아직까지 국방부의 직접 사과를 받지 않았다며, 보도자료 상의 애도 메시지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김훈 중위의 유해는 경기 벽제 1군단 헌병대 창고에 보관돼 왔다. 김척 씨는 김 중위의 유해가 국립묘지로 가게 되면 안장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9월 1일 보도자료에서 “기나긴 시간 동안 애통함을 가슴에 묻어 두었던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하며, 군 의문사 조기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군 의문사를 적폐로 인식하고, 지난 두 차례의 송영무 국방부장관 주관 유족간담회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군 의문사 조기해결을 위해 심리학자와 인권전문변호사 등을 심사위원으로 추가 위촉하여 심사 주기를 월 1회에서 2회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법제처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진상규명 불능자’를 순직 분류 기준에 포함하는 등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며, 국회가 발의한 군 의무복무 중 사망한 장병 순직처리 확대 법안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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