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 '찬미받으소서' 안에 담긴 동방 정교회의 전통과 종교간대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9월 1일은 동방정교회 전례력의 시작.
1980년부터 한 해를 시작하는 전례력의 시작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창조보전을 위해 기도하는 동방정교회의 전통과 정신에 함께하며 우리 공동의 집 지구의 보전을 위하여! 하느님 창조하신 뜻대로 창조를 보전하기 위하여 한마음으로 성찰하고 기도하는 날이다. 그리스도인들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모든 종교, 모든 이들이 함께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 의미와 영성을 돌아본다.

▲ '창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은 동방 정교회의 전통이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2015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에 선포한 그의 생태사회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바탕을 두고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함께 기도하도록 선포하였다.

이것은 동방 정교회의 전통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 공동의 집 지구의 보전을 위하여!"라는 회칙의 뜻대로 가톨릭 신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교회의 대화와 연대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환경보전을 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모든 종교, 모든 이들을 위해서 함께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으로서 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9월 1일은 동방 정교회의 전례력이 시작되는 날이다. 다음의 기도와 찬미가로 시작한다.

시작기도 : 노래

모든 창조물을 세우신 이여
당신 당신의 전능하심 안에서 모든 창조물들에게 시간과 매년을 정하셨으니
오 주님, 이 한 해의 둥근 고리를
당신 선하심으로 축복하소서.
하느님 어머니의 전구하심을 들어 주시어
지도자들과 백성이 평화에 머물게 하시고
저희를 구원하소서!!

햇수를 시작하는 찬미가

당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혜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당신의 전능하신 힘으로 저희에게 시간을 규정하셨으니
당신 믿는 이들에게 강함을 선사하소서.
저희에게 오고 가는 모든 해를 축복하소서.
저희 행하는 모든 것들이
당신의 신적인 의지를 따라가도록 움직여 주소서.

1980년부터 동방 정교회에서는 전례력을 시작하는 이날을 '창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해서 창조물들과 함께 '하느님의 이름 안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도록 하였다.

▲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큰 감사와 찬미, 본질적인 것에 대한 성찰, 그리고 창조 질서에서 벗어나 창조물을 파괴한 우리의 죄를 인식하고,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생각한다. 동방 정교회에는 이 세 가지가 통합되어 있다. 그것은 환경파괴가 있다는 것을 보지 않는, 세상에 동떨어진 찬미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초월자의 뜻에 따라 일어나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찬미 받으소서'에서 교황은 창조에 온전히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래서 이윤 최대화를 위해 움직이는 경제체계로부터 돌아서서 창조에 책임 있는 생활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우리 공동의 집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동방 교회의 방식을 연결한다.('찬미받으소서' 8-9항)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를 해친 것을 회개해야 한다고, 우리가 피조물에게 저지른 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우리 각자가 작은 생태적 피해를 일으키면.... 그것은 크든 작든 피조물의 변형과 파괴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찬미받으소서 8항, 2012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 담화에서) 모든 피조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느님 피조물의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켜 지구의 본디 모습에 손상을 입히고, 자연, 자연 삼림과 습지를 파괴하며, 지구의 물, 흙, 공기, 생명을 오염시키는 것은 모두 죄가 됩니다.", "자연 세계에 저지른 죄는 우리 자신과 하느님을 거슬러 저지른 죄이기 때문입니다."(같은 책, 8항, 1997년 11월 8일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 연설 중)

교토 의정서가 체결된 뒤 9월 1일 '환경의 날'(창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을 위한 동방 정교회의 시각을 제시하며 디미트리오스 오이코노모우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동방 정교회의 창조신학적 관점이다. 이것은 파리기후조약이 체결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 모든 창조물의 구원자 그리스도 (이미지 제공 = 박유미)

"도대체 종교가 기후변화에 왜 관여해야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는 그분의 창조를 보전하고 재생하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수면, 땅, 식물, 동물, 모든 생명,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기후변화로 함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더구나 부유한 유럽 대륙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든 인류의 안녕에 대해 염려하고 무엇보다 상처 입은 부분들에 관심을 두어야 할 의무가 있다. 기후변화의 결과는 물 부족, 식량 부족, 그리고 폭염 증가, 열대성 질병 증가 등이다. 이런 것들이 모든 인류에게 특히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성서는 선한 의지를 지닌 모든 인간에게 세상 모든 부분에 대해, 그리고 모든 창조물에 대해 정의를 실천하도록 촉구한다. 그런데 지금 지구 대기층에 내뿜는 탄소가스의 4/5를 바로 '그리스도교' 산업국가들이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고통받는 대다수는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분명 하느님은 은총을 베푸시고 자비로우신데.... 그분은 그러나 동시에 당신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을 변환할 기회를 우리에게 주셨다. 그런 기회는 세계 국가들에게는 의심할 바 없이 '기후조약들의' 실행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화 조치다. 삶의 장소로서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삶의 조건을 위협하는 파괴를 직접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의무다. 그리고 동시에 다음 세대의 미래에 유산으로 넘겨 주어야 할 가치다.

사랑의 계명으로 우리에게 놓인 책임의 빛 안에서 환경보전은 하나의 중심과제다. 그것은 이방인의 자연경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창조주에 대한 깊은 존중과 이웃사랑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얘기한다. 교회는 1. 자연 안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여할 수 있으며 2. 그리스도 인간학의 지적인 내용을 실제에 실행하도록 할 수 있고, 3. 인간과 자연의 풀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제시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언자적으로 증거할 수 있다.

그럼 각 구성원은 어떻게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해서 건강한 환경을 이루도록 기여할 수 있을까? 창조보전의 시각에서 교회가 지닌 풍요로운 영적 자산을 실제 효용성 있게 만들 수 있으며, 또 이 풍부한 자산이 구체적 형태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만듦으로써 기여할 수도 있다고 제시한다. 예컨대 생태적 자의식을 촉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인지할 수 있는 사회적 행동의 기회를 만듦으로써, 그리고 공동체 차원에서 세미나와 토론그룹을 통해서다.

▲ 그리스도의 경고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위기에 닥쳤을 때 신앙인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옆의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하느님은 그 안에서 어떤 자리에 계시는가 라고 본다. 역사의 모든 것을 이끌어 오신 하느님이 직접 모든 것에 개입하지 않으신 듯 보이지만 파괴와 죽음을 바라지 않으시는 하느님은‚ 모든 것을 바라보시며 우리가 인식하고 움직이도록 끊임 없이 경고를 보냄으로써 결정적 순간에 개입하신다는 깨달음이다. 인간이 하느님이 세우신 창조질서에 맞지 않게 행동할 때 죽음이 온다는 것을 하느님은 이미 자연을 통해 경고하고 계신다. 이미 멸종에 이르고 있는 수많은 창조물들의 죽음 안에서.

교부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의 중심이 되도록 정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조주와 창조물 사이를 중재하는 위치를 충족하도록 되어 있다. 고백자 막시모스가 말했듯이 '창조주와 창조물을 서로 연결하는 자연의 띠'다.

인간은 서로 나뉘어진 것을 함께 연결하는 천부의 힘을 갖고 있다. 창조물들 안에서도 인간은 이렇게 연결하는 기능을 위해, 그리고 그 연결기능으로 인해 발화점으로 기여한다. 인간은 모든 것을 그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 모으도록, 그래서 하느님이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 되시게 하도록 불리움 받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의 뜻 안에서 창조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자세가 없으면 창조물들 안에서 스스로 우상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의 위기를 가져온 인간의 자세, 우리의 죄를 반성해야 한다.

▲ 통회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창조를 본래의 질서로 되돌려 회복하는 것은 또한 요소들에 대한 인간의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작용함을 알고 이를 회복하게 하는 것은 창조물들을 통해서 창조의 전체 질서를 회복하게 하시는 하느님과의 관계에 관련된다. 모든 창조물을 축복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창조물들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노력한다면, 아주 작은 창조물과의 관계 하나에 대한 진정한 노력에도 함께 작용하는 창조물들 모두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동방 정교회 '창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에 담겨 있는 정신과 단계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우리보다 먼저 생태적 영성의 전통을 발전시킨 동방 정교회의 가르침을 돌아보며 조금은 더 특별한 의미를 담아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을 맞는다.

공동의 당면과제에 직면해서, 먼저 생각하고 실행했던 형제 교회의 좋은 전통과 가르침을 받아들여 더 깊이 일치하고 우리의 신앙 유산도 더더욱 풍성하게 하며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교황님의 뜻을 이렇게 되새긴다.

* 디미트리오스 오이코노모우의 글 출처 : 유럽 교회협의회의 유럽 크리스천 환경네트워크(European christian Environmental Network) 자료실 http://www.orthodoxe-kirche-albstadt.de/aus-dem-kirchenjahr/01-09-tag-der-sch%C3%B6pfung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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