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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도' 부검실 공포는 시체 부검이 아니라 광기의 역사다[주말영화 - 정민아]

   
▲ '제인 도', 안드레 외브레달, 2017. (포스터 제공 = 오퍼스픽쳐스)
지난달 개최된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단 세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로, 노르웨이 출신의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의 재주가 특별해 보인다. 게다가 세 주인공 중 하나는 시체 역할로 부검대 위에 누워 있기만 한다. 창백한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의 시체가 주는 감정은 이중적인데, 매혹적이며 동시에 공포스럽다. 여름의 끝자락을 서늘한 공포 체험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제목 ‘제인 도’는 영어권 국가에서 익명의 여성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다. 참고로 익명의 남성은 ‘존 도’라고 한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여성 시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전문 부검사 토미 틸든(브라이언 콕스)에게 부검을 맡긴다.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진 가업을 물려받고자 조수 역할을 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 아들 오스틴 틸든(에밀 허쉬)은 여자친구와의 약속까지 미루고 아버지를 돕는다. 외상이 전혀 없이 평온해 보이는 시체는 해부를 거듭할수록 잔인하게 고문 받은 흔적을 드러낸다. 부자의 부검 작업이 진척될수록 공포스러운 괴현상이 부검소를 엄습한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메스를 든 부자는 현란한 부검 솜씨를 발휘한다. 그들은 화상으로 벌겋고 쭈글거리게 된 시체의 피부를 벗겨 내고, 장기들을 꺼내며, 뼈를 자르고, 뇌를 도려낸다.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경우, 한 사람의 죽음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응당 시체 부검을 하지만, 차마 그 현장을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시체 부검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다.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내장과 뼈, 뇌, 그리고 겉을 감싸는 피부가 모두 기계처럼 느껴진다.

여름 시즌에 개봉하여 소수의 마니아 관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호러영화는 대개 저예산으로 작게 만들어 알뜰하게 끌어모으고 빠지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호러 장르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잘 구현한다. 부검소라는 한정된 공간, 몇몇의 조연급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영화 이야기 전체를 끌어나가는 이들은 부검사 부자와 여자 시체 등 단 세 명이다.

숨결이 이미 오래전에 멈추었고, 눈을 감고 있는 시체임에도 한눈에 상당한 미모를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인 제인 도는 미스터리 그 자체다. 회색으로 변한 눈동자와 다 썩어 버린 내장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디마디 부스러진 뼈들에도 외상은 전혀 없이 깨끗하다.

   
▲ '제인 도' 영화 속 한 장면. (이미지 제공 = 오퍼스픽쳐스)

기능적이며 프로페셔널한 부검사 아버지와 조수 아들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시체의 사망 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그들은 제인 도가 엄청난 고문 기술에 의해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린다. 기형적으로 가는 허리는 코르셋에 오래도록 짓눌린 흔적임을 유추케 한다. 그럼 제인 도는 어쩌면 최근에 죽은 것이 아니라 매우 오래전,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되던 중세시대 어느 때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어 나가면서 점차 위험에 빠진다. 부검을 마치고 보관해 둔 시체가 돌아다니는 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는데다, 갑작스레 바깥으로의 출구가 막히고 외부와의 교신이 끊긴다. 풍부한 경험과 냉철한 판단력, 차분한 성정에도 이들은 초자연적 현상이 일으키는 알 수 없는 미궁에 자꾸만 빠져들며 당황하게 된다.

부자가 정성스레 키우는 고양이와 아들의 여자친구의 활약과 등장은 영화의 복선으로 작용하며 기시감이 드는 더 큰 공포감을 일으킨다. 인물 배치와 사건의 반복이 꽤나 영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후 이야기 전개는 슬프고도 잔인한 여인 수난사로 이어진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잔인한 공포 체험이지만 늘 죽음과 사고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시체를 다루는 부검사의 숭고한 직업 세계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과거의 크나큰 잘못이 현재에 되돌아온다는 처벌의 메시지는 죄의식에 무감각한 이들에게 섬뜩한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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