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마사회와 협약식, 5년 만에 반대운동 승리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이 올해 말까지 폐쇄된다.

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갈등과 논의에 동참해 온 참여연대에 이어, 운영 주체인 한국마사회가 8월 24일 이같이 밝혔다.

마사회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고 이전”하는 내용의 ‘장외발매소 혁신을 위한 협약’을 오는 8월 27일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개혁위,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와  맺는다.

이 밖에도 앞으로 화상경마장을 새로 만들 경우 도심 외곽에 설치해 교육 환경권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의 동의와 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는 등 혁신 방안이 들어간다.

용산 화상경마장 문제는 지난 2009-12년 용산역에 있던 화상경마장이 용산구 한강로3가의 지하 7층, 지상 18층 건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이 문제를 뒤늦게 안 주민대책위가 2013년 5월 2일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1300일 넘게 노숙농성 천막을 두고 화상경마장 폐쇄를 요구했다. 천주교 신자들도 매주 금요일, 격주 일요일 미사를 봉헌하며 주민 편에서 함께해 왔다.

이번 발표에 대해 추방대책위 정방 공동대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통화에서 “대책위의 승리이기보다는 함께해 준 모든 분들이 만든, 정말 ‘촛불’의 힘으로 이룬 성과”라며 고마워했다. 정 대표는 성심여고 3학년인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는 딸이 성심여중 2학년이던 2013년 문제가 시작돼 벌써 5년이 됐다며, 이 갈등은 “국가가 도박을 ‘사행산업’이라고 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덧붙였다.

▲ 성심여고 본관 앞에서 바라본 용산 화상경마장(왼쪽 파란건물). 이 건물은 교실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정현진 기자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성심수녀회가 운영하는 성심여중, 고교까지 거리는 230미터에 불과해, 학생, 학부모, 교육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컸다.

성심여중 교장 임태연 수녀는 “5년 동안 싸워 왔다는 것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함께한 것”이라며, “처음 시작할 때는 다들 ‘안 된다’며 비관적이었는데 시간을 보내 오면서 시민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큰 체험을 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단톡방(인터넷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감동, 5년간 싸워 온 힘 자체에 대한 감격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산 화상경마장을 닫는 게 목적 전체는 아니”라면서, “국가 전체의 사행산업 체계를 고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은 사행 시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시설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용산 도박장 폐쇄를 계기로 또 다른 문제 도박장인 대전 월평동 화상도박장도 신속히 폐쇄되어야 할 것이고, 정부와 공기업 마사회의 화상도박장 영업 행위에 대한 전면 개혁과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사회는 보도자료에서 “지역사회 영향 평가를 통해 (용산 화상경마장) 운영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였으나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에서, 평가 시행 중 야기되는 추가적 사회갈등과 분열을 예방하고, 공론과 합의에 의한 정책결정이라는 신정부의 가치 이념에 부합하는 해결 방법으로 협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이양호 한국마사회장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학영 을지로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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