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수박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순간의 하느님

- 닐숨 박춘식


어제 저는 하느님과 목욕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금세 바짝 오셔서
그림을 함께 그린 다음 수박을 먹었습니다
시원하다 커어 하시며 쩝쩝 드셨습니다
내일도 오시겠냐고 여쭈어 보니
하느님 얼굴에 환한 빛이 가득합니다
침대에서 일기를 적었습니다
‘저의 하느님 = 지금 이 순간의 하느님’
일기 밑에 하느님께서 사인을 하셨습니다
‘바로지금바로여기’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8월 7일 월요일)

인간에게는, 과거의 하느님은 용서의 하느님이시고 미래의 하느님은 영원한 행복과 평화의 하느님이시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상에서의 참다운 신앙은 현재의 하느님을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 하느님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모든 지식이나 모든 삶은 시간으로 구분되고 시간 안에서 연구합니다. 신앙도 그러합니다. 아브라함과 모세 그리고 이천 년의 교회 역사 등등이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이 시각에 하느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어느 신학자는 ‘영원’은 ‘항상 현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영원은 시간 구분을 초월한다는 의미라고 여겨집니다. 굳이 시간 구분을 말한다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품고 있는 현재의 지속이 영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구분되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시간 개념인 듯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인을 ‘나는 영원이고, 영원은 늘 지금이다’라고 적으려다 ‘바로지금바로여기’ 라고 적었습니다. ‘지금여기’는 신앙의 참 출발이고 참 진행이며 참 종점이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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