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오늘 속풀이 질문은 몇 해 전에 다뤘던 내용입니다만, 최근에 교황청을 통해 좀 더 명확한 규정이 전달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내용을 다시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답부터 말씀드리면, 미사주로 아무 술이나 사용하지 않습니다. 미사주로 사용하는 포도주는 속성상, 첨가물 없이 자연 발효된 포도주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미사주가 처음 나왔을 때는 도수가 12도였는데, 가격 문제로 7-9도로 낮췄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도주가 쉽게 쉬어, 요즈음엔 12도까지 높였다고 합니다.

미사주로 쓰이는 포도주의 속성이 어떠해야 한다는 일반적 지침은 비교적 잘 지켜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조건에 덧붙여 '미사주'라는 이름이 붙기에 필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현지 교회의 인증입니다.

속성과는 달리, 포도주의 품질에 관한 면은 그렇게 강조되어 오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본당이나 수도회 공동체는 교구에서 인증받은 포도주를 해당 교구청을 통해서 사 쓰기 때문에 당연히 미사전례를 위해서는 공인된 포도주, 즉 "미사주"를 사용해 온 것입니다. 이렇듯 당연시해 온 것이었는데, 아마도 품질에 관한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들이 보고된 듯합니다.

교황청은 얼마 전에 좀 더 공식적이고 책임을 요청하는 문서를 각 교회의 주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취지는 "성찬례 재료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기 위하여 (교황청)경신성사성은, 교구장들이 (예를 들어 특별 인가를 통해 성찬례 재료를 보증함으로써) 이와 관련한 지침을 제시할 것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각 교구의 직권자(곧, 주교)들은 성찬례에 사용되는 재료(빵과 포도주)가 규범에 맞춰 만들어지도록 그 공급자들에게 지침을 알리고 준수하게끔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당의 사제들은 그렇게 공급되는 인증된 재료들을 성체성사에 사용해야 합니다.(교황청 경신성사성,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에 관하여 주교들에게 보내는 회람", 2017년 6월 15일, 2-4항 참조)

▲ 미사주는 아무 술이나 괜찮나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각 나라의 교회에서는 미사주로 인증하고 있는 포도주가 별도로 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주교가 지정한 포도주, 즉 미사주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 되겠습니다. 피치 못하게 그처럼 인증된 포도주를 구할 수 없는 경우를 제하고는 미사전례를 위해, 그냥 포도주라는 이유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포도주 중에는 붉은 포도주여야만 하나 하는 의문도 생길 수 있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붉은 포도주를 사용하면 성작 수건에 붉은 흔적이 남아 세탁이 쉽지 않아서, 사목적 편의에 따라 백포도주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정리하자면, "향료나 다른 첨가물 없이 자연 발효된 포도주" 중에 교회의 인증을 받은 포도주만 "미사주"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지, 지정된 미사주를 구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에,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다른 술이 가능하겠습니다. 더불어, 건강상의 이유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을 때는, 신선한 포도즙이거나, 본질은 변화시키지 않고 발효만 막는 방법으로 보존된(예를 들면, 냉동) 포도즙(mustum)을 성찬례 거행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같은 문서, 참조)

오늘 다룬 이 주제는 사실, 사제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사목현장에서 성찬례의 재료를 다뤄야 할 책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원칙에 따른 예를 들자면, 본당의 어떤 구역에서 공동체 미사를 할 때는 본당 사제가 미사주를 준비해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소규모 공동체 미사 때는 성체와 성혈을 함께 영하는 양형영성체가 이뤄집니다. 구역장님 집에 고급 포도주가 있다고 해도, 그걸 공동체 미사 때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할 팔요는 없어 보입니다. 미사주에 관한 원칙도 원칙이지만, 제가 만난 신자분들은 고급 포도주보다 미사주 맛보는 걸 더 좋아하시더군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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