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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대로 몰랐던 가톨릭의 이모저모를 속 시원히 풀어내다[서평 - 김지환] "교회상식 속풀이", 박종인, 바오로딸, 2017.

“저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논란을 벌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것이 하나의 오랜 과정, 숙성화 과정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뿐입니다.”
― 프레데릭 르누아르. 마리 드뤼케르, "신의 탄생", 김영사, 2014, 101쪽.


   
▲ "교회상식 속풀이", 박종인, 바오로딸, 2017. (표지 제공 = 바오로딸)
생각보다 참 어려운 가톨릭 상식을 우리의 눈높이로!

중학교 3학년 때 읽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신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주인공 친구가 그리스도교를 거론하면서 어떻게 헤브라이즘과 헬라이즘을 아우를 수 있냐며 주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행히 세계사 시간에 그리스도교 성립 과정을 배움으로써 이 대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를 이해하려면 서양사 공부가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등학교 때 주일학교에서 만드는 잡지를 위해 아현동에 있는 한국정교회 성니콜라스대성당을 찾았다. 그때 선교를 담당하셨던 이인수 선생께서 불쑥 찾아간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때 정교회 교리에는 연옥이 없고, 성모승천 교리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 정교회의 교리와 가톨릭의 교리는 다를까?

유아세례를 받고 근 40년간 가톨릭신자로 살아왔지만, 가톨릭에 대해 모르는 게 아직도 무척 많다. 가톨릭은 나에게 중요한 문화적 근거이자 모국어와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게 많다.(하긴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도 파고들면 어렵기는 하다.)

박종인 신부의 “교회상식 속풀이”는 알 듯 모를 듯 또는 어쭙잖게 알거나 잘못 알고 있는 가톨릭을 둘러싼 많은 것을 순편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박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연재하기 위해 늘 끙끙 앓았다. 한번은 같이 식사하면서 어떤 질문이 좋겠냐고 물어보기에 몇 가지를 말씀 드렸다. 책을 보면서 그때 했던 기억나는 질문은 “주일미사를 주님의 기도 33번으로 대신할 수 있다던데요?”, “세례명을 바꿀 수도 있나요?” 등이다.

질문을 받아든 박 신부는 많은 자료를 찾아 정리하면서 답하느라 애먹었을 것이다. (책으로 정리하면서 몇몇 부분에 대한 오류도 수정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산고 덕분에 우리 눈높이에 맞게 쏙쏙 들어오는 교회상식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질문 없는 신앙, 질문 없는 교회, 더 많은 질문이 교회를 풍성하게 한다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정말 궁금한 게 많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듣기란 쉽지 않다. 축성과 축복의 차이라든가, 연옥에 대해서라든가, 사회교리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를 속 시원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준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축성은 ‘봉헌하여 거룩하게 만들다’는 의미인 콘세크라시오를, 축복은 ‘좋은 말을 하다’는 의미인 베네딕시오를 번역한 말입니다.... 축성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성직자들에게만 있습니다. 하지만 축복은 신자들도 할 수 있습니다.”(198-199쪽)

아울러 교회 입장에서 보았을 때 민감하고 복잡한 질문도 눈에 띈다. 진화론, 여성사제, 동성애, 혼전순결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맥락을 찾아 수월하게 풀어낸다. 특히 진화론 같은 경우는 신자들에게 간단치 않은 문제인데, 이 책에는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적 탐구를 위해 필수적인 이성은, 인간이 진리를 찾고 검증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신적 요소입니다. 진리는 신앙의 대상입니다. 결국 이성은 진리를 찾으라고 하느님이 심어 놓은 능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는 게 아니라 제대로 믿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132쪽)

이 책에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질문도 많다. 사실 교회의 교리로 모든 걸 온전히 풀어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교회는 전통을 지켜야 하겠지만, 현실은 물처럼 계속 흘러가기 때문이다. 박 신부는 그런 지점에서 생겨나는 갈등의 지점을 잘 짚어 주어 신앙생활의 여러 딜레마를 풀어내는 데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 특히 저자의 풍성한 활동이 뒷받침되었기에 더욱 생동감 있고 피부에 와닿는 설명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신앙상담서의 역할도 해 준다.

교회에서는 그닥 질문이 많지 않다. 무언가 질문을 해도 각각일 때가 있다. 교의신학의 맥락은 뒤로하고 ‘이것은 이거다’는 정의로서만 제시되곤 한다. 책에는 여러 맥락을 살펴 주기 때문에 단순히 답을 구하게 되지 않고 더 많은 질문을 갖게 된다. 따라서 답을 구하기 위한 이 책은 어떤 측면에서는 더 많은 질문을 불러온다. 교회 안에서 질문이 더 많아지면 교회가 그만큼 더 풍성해질 것이다.

사족인데, 이 책을 쭉 읽어 가면서 다양한 교육적 활용을 생각해 보았다. 책의 내용을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로 활용할 만한 콘텐츠로 적합하다 생각했다. 가령 오디오북, 카드뉴스, 애니메이션 등 좀 더 투자가 되어 신자교육용으로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 조금은 성급한 마음으로 더 풍성하고 더 예민하고 더 깊은 질문이 추가된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김지환(파블로)
마포에서 나서 한강과 와우산 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를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한참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 지역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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