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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이지현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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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6  10: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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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고3 학생들의 교실은 언제나 긴장감이 돕니다. 그 날이 시험을 보는 날이라면 더하겠지요.

지난 3월 고3 학생들이 진지하게 첫 모의고사를 보던 날이었습니다. 학생들이 필적확인란에 곱게 적어 내려가던 문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울컥 눈물이 났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긴장되는 순간일까요? 시험 날만 되면 왠지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험을 한 번쯤 안 해 본 사람도 있을까요? 그리 최선을 다해 꾸역꾸역 머릿속에 우겨 넣었던 “지식”이라 불리던 것들은 다 어디 가 있는 걸까요?

긴장 최고조의 순간에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바라보게 해 준 한 문장이었습니다.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방학이 가까워진 즈음 한 학기 동안 열심히 만났던 고3 예체능반 학생들의 음악회를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 부끄러움 등 여러 이유로 무대에 서길 꺼려 하는 학생들도 있었죠. 경험이 많이 쌓인 저도 아직 무대를 두려워하니, 수험생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한 것일 겁니다. 자율적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권했고, 여러 차례의 서로에 대한 격려와 윽박지름을 거쳐 음악회가 결정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연습하며 음악회를 준비했고,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며 합창 연습도 했습니다. 음악회 프로그램에 넣을 문구도 고민하여 적어 보고, 서로의 노래를 듣고 마음을 담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습니다. 제 인생에서 음악은 즐거움이라기보단 삶을 살아가는 한 수단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언제나 더 완벽하게! 좋은 대학에, 누구보다 더 좋은 대학에! 그것만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음악을 전공하고 싶다는 학생을 만나면 그토록 냉정하게 “그 정도 재능이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 독설을 날렸던 것은 저에겐 음악(音樂)이 음악(音惡)이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이제 음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학생들은 발 벗고 나서서 말려야 할 아이들이었습니다. 사실, 학기 초 학생들을 면담하면서 머릿속과 마음이 깜깜해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어디서부터 도와야 할지,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그냥 무작정 희망을 심어 줘야 하는 건지.

하지만 한 학기를 지내며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진지했고, 진심으로 고민했습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을 믿어 주지 않는 것에 깊은 좌절도 했습니다.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에 마음 한 켠을 내려놓았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얼~ 무대에서 오래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멋진데?”
“야! 그럼 음악회 끝나고도 무대에 서 있어! 제일 오래 남아 있는거야~ 딱인데? 하하하.”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프로그램에 넣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 녀석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게 진지한 이야기들을 적었습니다.

   
▲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박소연 로사 수녀
저는 너무 많은 잣대로 청소년들을 바라보았나 봅니다.

제가 살아온 그 경험으로 쉽게 안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돈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부끄럽지 않을 대학, 버젓한 점수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멋지게 음악회를 해냈습니다. 물론, 중간에 틀리기도 했고 뭔가 아쉬운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순간순간 진심을 다해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저의 끊임없는 의심과 포기에도 잘 커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음악회 마지막에 공연장에 모인 모든 어른들은 마음을 모아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 주었습니다.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 박치성 '봄이에게' 중

이제 시작인 청소년들에게 너희는 이미 다 컸다며 완벽함을 종용하고 있지는 않나요?
아직도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틈도 주지 않고 학생들을 몰아대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들의 진지함이 성에 차지 않아 믿어 주지 않고 계시진 않은가요?

혹시 저와 같은 실수를 하고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아이들을 바라봐 주세요.
자신의 인생에게 가장 진지하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십자가를 지고 아주 잘 걸어가고 있으니까요.

* 그대들이여 뭔가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면 그걸 하세요.
어른들의 걱정 어린 이야기들은 사랑이 담긴 참고사항일 뿐이랍니다.
결정은 그대가 하는 것이에요.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한번 끝까지 해 보는 거에요.
그 힘이 여러분을 예쁜 꽃으로 피게 할 겁니다.

 
 

이지현 수녀(로사)
성심여고에 재직중이다.
청소년에게 삶을 노래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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